▲한-버마 정상회담2009년 6월 2일 제주에서 떼인 세인 버마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했다.
청와대
지난 6월 초에 제주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 버마의 떼인 세인 총리도 참석했는데, 그는 육군 대장으로 버마에서 네 번째로 높은 고위 장성이다. 게다가 그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총리가 아니라 군부에 의해 임명된 총리로 서방세계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합법적인 정통성을 가진 총리는 바로 1990년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아웅산 수치 여사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이명박 대통령은 6월 2일 버마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두 나라 사이에 "상호보완적 경제구조로 인해 경협 잠재력이 큰 만큼, 앞으로 양국간 교역 및 투자가 확대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으며,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에너지·자원 개발, 발전소 건설 등 분야에 한국기업의 진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총리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당시 아웅산 수치 여사 투옥으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대통령은 "미얀마 정부가 민주화 이행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화합 및 실질적 민주주의를 정착시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바란다"고만 언급했다고 한다. 그 정도의 이야기는 버마 군부독재자들도 할 수 있는 이야기 아닌가?
해외 자원 개발 위해 그 나라 국민의 인권 유린해도 되나? 한국이 버마에서 가장 눈독을 들이는 것은 풍부한 천연자원이다. 특히,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슈에(Shwe; '쉐'라고 불리기도 한다) 천연가스 개발은 지금 버마 최대의 개발사업으로 손꼽힌다. 군사독재정권에는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지만, 이미 이 사업으로 인해 강제노동과 토지 수탈 등을 포함해 군대에 의한 인권 유린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구권리국제본부(EarthRights International; ERI)와 슈에가스운동(Shwe Gas Movement; SGM) 등의 인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지난해 10월에는 슈에 가스 개발과 관련한 인권 문제와 환경영향 등을 개선하도록 촉구하는 48쪽 분량의 문건을 한국 정부에 제출하였다. 이 문건에서 이들은 대우인터내셔널과 가스공사가 주도하는 쉐 가스전 개발이 국제인권법 위반을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위반하고 있는지 자세히 적시하였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러한 지적을 무시하고, 오히려 대우인터내셔널의 슈에 가스전 개발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이 소위 '녹색성장'의 핵심과제로 등장한 상황에서 인권을 유린하고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천연가스 개발은 계속 진행될 것 같다.
우리는 언제쯤 천박한 싸구려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이웃 나라의 인권 신장과 민주주의 확산, 자연환경 보전에도 관심을 가지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환경연합 홈페이지와 필자의 블로그(다음,네이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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