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있는 한부모자립지원센터 '신나는 가게'
한성우
신나는 가게는 현재 옷을 주력상품으로 그밖에 신발, 가방, 천연비누 등 잡화를 내놓고 있다. 여름철은 의류 수요로 따지면 비수기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게릴라성 장마로 그나마 유지하던 매출도 뚝 떨어지고 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신나는 가게가 2월에 오픈 준비를 하면서 주로 기부 받은 옷들이 겨울, 봄가을용 옷들이 다수였다. 창고에는 겨울용 옷들이 잔뜩 겨울을 기다리고 있는 반면에 정작 매장엔 여름철에 필요한 여름옷들이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 다양한 치수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매장을 틈틈이 지키다보면 나름대로 구색은 갖췄지만 정작 찾아 온 손님들의 구미를 당기기엔 역시 치수가 부족한 게 제일 어려운 문제다. 일단 헌옷의 경우 기부의 특성상 철이 지날 때마다 대량 기부가 활성화된다는 긍정적인 반면에 제철에 맞는 옷을 기증받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계절보다 한 박자 늦게 준비되다 보니 헌옷 중심의 가게가 양과 질적인 안정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1년의 세월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일반 구제가게처럼 수익창출 중심이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다양한 물건을 매입하기 위해 나섰을 것이다. 질 좋은 상품을 매입하려면 그만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 비용만큼 판매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신나는 가게는 여기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나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들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게 아니라 필요한 이들이 저렴하게 구매하여 자원재활용을 통한 되살림이란 목적에 부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소득 한부모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과 일자리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더불어 자원재순환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건강한 녹색소비와 삶을 일치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신나는 가게를 좀더 이해하려면 한부모에 대해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18세 미만의 자녀를 양육하는 부 또는 모를 말하며 배우자의 사망, 이혼, 자녀를 양육하는 미혼모, 정신장애 또는 신체장애로 인하여 장기간 근로능력을 상실한 배우자를 가진 이를 말한다. 또한 부모 사망, 이혼, 가출 등으로 사실상 부양을 받지 못하는 아동과 그 아동을 양육하는 할아버지 또는 할머니로 이루어진 조손가정을 포함하고 있다.
이제는 다문화가정이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듯이 한부모가족 또한 다양한 가족형태 중의 하나로 이해하고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 대한민국 전체가구의 9.4%가 한부모가구이며 특히 아동을 양육해야하는 한부모가구는 2005년도 기준으로 무려 137만 가구에 이른다.
모자가정과 부자가정의 비율이 80:20을 형성하고 있고 모부자복지법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대상자 또한 부자가정은 19.2%이고, 모자가정은 80.8%로 여성 한부모가 남성보다 약4배 이상의 높은 빈곤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이어진 미국발 경제위기와 맞물려 가장의 실직이 가정해체로 연결되어 늘어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엄청난 규모의 한부모가족들이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수원시의 경우 2009년 현재 약 109만 명의 인구와 40만 5천 가구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약 3만8천 가구, 10만2천명이 한부모 가구원임을 알 수 있다. 2006년 수원시에서 관련법에 의해 지원을 받는 한부모가족은 2371가구에 6482명에 불과하여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처절한 현실이다. 한마디로 10가구의 한부모가구 중 한 가구 조차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부모 여성들이 자녀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삼중 사중고를 겪게 된다. 사회적 편견뿐만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경제적 활동과 자녀양육 등 혼자서 이러한 일들을 모두 감당해내야 한다. 저임금과 장시간의 노동, 그리고 불안정한 일자리,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시간 부족과 과중한 교육비 부담으로 육체적, 심리적, 정신적으로 늘 고통 받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부모가족에 대한 제도와 정책은 아직도 대단히 많이 미흡한 상황이다. 현실적인 자립지원을 위한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아서 신나는 가게가 출범을 한 배경이기도 하다.
따라서, 신나는 가게는 단순한 가게가 아니다. 쓰지 않는 물품을 후원기증 받아 저렴하게 판매를 통해 나눔에 참여하는 지역 주민들이 자연, 환경, 생태를 생각하는 재활용 되살림 사업으로 더불어 함께하는 이웃사랑 지역공동체의 열정이 녹아 있는 공간인 것이다.
신나는 가게가 정말 신나게 할 수 있게 염치없게도 부탁을 드리고자 한다. 이미 철이 지나고 나서 기증하기보다 제철보다 반 박자만 빠르게 자신에게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들을 추려서 '미리' 기증한다면 물건은 장롱 속에서 또다시 1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 다. 하루빨리 새로운 주인을 찾아서 새로운 생명을 찾게 될 것이고 새로운 주인들도 저렴하게 55, 66, 77호들을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여 '열 받는 가게'가 아니라 '신나는 가게'를 통해 자원재활용과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면 더욱 센스 있는 기부요령이라 하겠다.
뜻을 함께 하는 단체회원들과 개인들은 신나는 가게의 '녹색수거함'을 자신의 삶터 주변이나 활동공간에 비치하여 일주일에 한번이나 한 달에 한번이라도 정기적인 재활용품 수거에 나서 주시거나 신제품이나 재고품이라도 위탁을 해주신다면 천군만마를 얻는 것보다 훨씬 값진 도움이 될 것이다.
'유쾌한 불온서적'으로 불러도 무방한 일본판 '88만원 세대' 체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는'가난뱅이의 역습'의 저자인 마쓰모토 하지메는 그의 책에서 당당히 이렇게 밝히고 있다.
"중고품을 사거나 필요 없는 물건을 파는 행동이 곧바로 바가지 씌우는 경제에 대한 저항이 된다는 말이다! 동네 할머니가 "어머, 이거 왜 이렇게 싸" 하고 중고 주전자를 사가는 것이 반체제 행동이 될 수도 있다! 얼씨구!" 자본주의사회에서 새로운 제품에 대한 끊임없는 소비를 강요당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원재활용과 순환적 나눔이 곧 反자본, 反체제 저항운동이 될 수 있음을 단 몇 줄로 명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마쓰모토 하지메 역시 일본에서 2005년 재활용 가게 '아마추어의 반란' 개점을 시작으로 현재 12호점까지 열었고 현재 5호점 점장으로 지역공동체운동을 벌이고 있다. 2007년엔 자신이 직접 구의원선거에 출마해 선거공간을 축제공간으로 신나는 지역해방구를 만들기도 했다.
'아마추어의 반란'은 평범한 재활용 가게가 아니다. 바가지 가격에 대항하는 '혁명'의 수단이고, 지역 주민들의 친교를 도모하는 놀이터며, 공공 극장이나 인쇄소·공방 등 다양한 자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본거지다. 저자는 무엇을 하든 재미있고 신나야 한다는 것을 빼놓지 않는데 필자 또한 적극 동감하고 그렇게 살고 싶다.
일본 도쿄의 '아마추어의 반란'처럼 '신나는 가게'도 재미있고 신나는 지역의 아이콘으로 성장하도록 조금씩만 힘을 보탰으면 하고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 굳이 기증이 아니더라도 지역의 사랑방으로 지역의 작은 공동체운동으로 커 나가갈 수 있도록 신나는 가게를 들러 여유로운 차 한 잔 하시러 자주들 놀러 오시라. 꾸뻑 ^^
덧붙이는 글 | 민주노동당 수원지역위원회 소식지에 동시 기고했으며 자원재활용과 자원재순환으로 자연, 생태, 환경을 생각하는 녹색삶을 실천하려는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자신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기부함으로써 한부모여성들의 경제적 자립과 일자리창출에 함께 하고자 한다면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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