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로부터 거액의 소송을 당한 영화배우 김민선씨.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렇다. 대한민국 헌법 제27조는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누구라도 법원에 소장을 내고 약간의 비용을 내기만 하면 원고가 될 수 있으며, 피고로 지목된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응소(소송에 대응)해야 한다.
잠자코 있으면 '모든 것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의제 자백)하기 때문이다. 배우 김민선씨에 대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업체 에이미트의 손해배상소송에 대한 얘기다.
명색이 법률가라고 하는 사람이 특정사안에 대해 선입견을 갖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이미 드러나 있고, 소송의 목적에 대해 당사자인 원고도 순순히 털어놓고 있기에 일정한 평가는 가능하다고 본다. 보도를 보는 순간, 필자 역시 "이런 소송도 가능해?"라는 의문이 드는 한편, 변호사로서 "내가 만약 수입업자 원고의 대리인이었다면 소장을 어떻게 써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다.
원고의 말에 따르면, 손배배상청구의 법적 근거는 민법 제750조일 것이다. 잠깐 법조항을 살펴보자.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내가 만약 수입업자 원고 대리인이었다면..."손해배상이 성립하려면 이른바 요건사실(일종의 성립조건)을 만족시켜야 되는데, 민법 제750조의 요건사실로 추려볼 수 있는 것은 ① 고의 또는 과실 ② 위법성 ③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 등이다. 세 가지 요건이 모두 만족되어야만 책임이 인정되고, 한 가지라도 만족되지 않으면 손해배상책임은 전혀 성립되지 않는다.
먼저, 고의 또는 과실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김민선씨는 자신의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공개적으로 그리고 고의적으로 표현했다.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 수입하느니 청산가리를 입에 털어넣는 편이 오히려 낫겠다"라고. 고의범(?) 맞다.
문제는 위법성과 인과관계이다. 먼저 위법성을 보자. 위법성이란 '법을 위반했다'는 것인데, 법전에 나와 있는 실정법(實定法)뿐 아니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도 실무상 위법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가 좀 애매하다.
정치적 견해가 반영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김민선씨의 이른바 '청산가리 발언'이 '사회질서', 정확히 얘기하면 '기득권 질서'에 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전여옥 의원 같은 분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적 견해일 뿐이다. 누군가의 의견에 찬성하고 반대하는 문제는 그 의견의 위법성과 관계 없다. 김민선씨 역시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행사했을 뿐이고, 자신의 미니홈피에 독백형식의 주관적 의견을 올렸을 뿐이다. 그 정도 의견표명을 위법하다고 한다면, 대한민국은 파시스트 국가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래도 모르는 일. 요즘 '신기한 일'이 많이 일어나므로 법원에서 김민선씨가 위법한 행위를 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을 100%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손해의 발생과 인과관계를 살펴보자.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가해행위에 의하여 손해가 발생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손해는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에 한한다. 또한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 범위는 학설과 판례가 '상당인과관계'(어떤 원인이 있으면 그런 결과가 발생하리라고 상식적으로 인정되는 관계)에 한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