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학원들에게 고등학생이 한마디 합니다

학원의 필수조건이란?

등록 2009.10.15 10:13수정 2009.10.1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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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가정은 조선일보를 구독한다. 오늘(13일)자 신문 오피니언란 광고에는 10월 20일에 전국 모든 학원들이 휴강한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었다. 그런데 편향적인 시각이 많았다. 반론을 해보려 한다. 필자는 고등학생으로서 아직 가치관이 완벽하게 성숙되지 않았으므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댓글을 달아주시기 바란다.

 

학원 曰 : "학원은 술, 담배처럼 청소년 미래에 부정적인 소비재 아냐!"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학원이라는 존재는 지금 원래 목적과 달라져 있다. 원래 학원은 성적이 떨어지는 또는 성적을 더욱 높이려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곳이다. 학원이 학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필수 요소가 필요하다. 바로 '봉사심'이다. 과연 우리나라에 '봉사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이 몇 곳이나 될까. 

 

필자는 소수라고 생각한다. 수학학원에서는 단순히 공식암기와 유형풀이가 아닌, 창의적 풀이를 이끌어내야 한다. 언어영역을 가르치는 학원에서는 연도별로 시대별로 작가를 나눠서 작품 개관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작품에 빠져들어 느끼고 작가의 참뜻을 알게해야 한다.

 

영어학원에서 문법을 중요시하고, 독해능력과 어휘능력을 중요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 영어학원은 입시에만 치중되어 있다. 실전회화에서는 따로 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원활한 회화가 가능할 만큼 효율적인 영어교육이 되지 못하다.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므로 유치원생처럼 대화를 하듯이 말문과 능력을 터가는 것이다.(우리는 아기였을 때, 한글 단어나 문법을 몰랐다. 나이 들어가면서 깨우쳤다.) 논술학원에서는 정답화된 글을 가르치기보다는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단정하게 서술하도록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보다시피, 지금 학원, 즉 적어도 10월 13일까지의 학원은 '봉사심'은 전혀 없다. 단지 '입시' '취업' 이런 것들만 추구하다 보니 한번 점수가 올라서 학원에 의존한 아이들은 마약과 같이 학원을 끊지 못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학원의 절대적인 단점은 그 스타강사의 지식만 복제한다는 점이다.

 

창의력은 제로가 된다. 물론! 스타강사라는 분들 중 지식과 실력이 출중하시고, 정말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고, 점수도 오르고, 마음의 안정까지 얻게 해주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지금 학원업 종사자들이 내세울 만큼 정도는 아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 자녀세대들에게도 이어지리라 생각한다. 내 자녀들이 비싼 학원에 보내달라고 조를까 두렵다.

 

학원 曰 : "지금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서민의 사교육 기회를 박탈하고 있어!"

 

놀랍다. 정말 놀랍다. 과연 이번 정부가 손쓰지 않았더라면 서민층 자녀들이 사교육을 받았을까? 난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할 수 있다. 과연 언제부터 서민인 우리가 사교육 혜택을 받았던가? 필자는 솔직히 말해서 고등학교 1학년때 모든 사교육을 끊고, EBS만 이용했다. 나에게 한 달 전 과목 30만원이라는 돈은 너무 컸다. 물론 성적이 오를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30만원이라는 돈이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난 차상위 계층도 아니고, 저소득 계층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가진 서민층이 사교육기회를 누리고 있다는 것인가? 그러므로 지금 학원업계에서도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

 

30만원이 비싸서 학원을 그만둔 필자가 조금 더 싸다고 생각된 인터넷강의를 들으려고 유명한 모 사이트에 들어갔다. 세상에나! 1과목 30강에 15만원이 넘는 돈을 요구했다. 그래서 인터넷강의는 꿈도 못꾸고, PMP(휴대용 동영상 재생기)?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나는 우리나라 학원들이 모두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한다.

 

잠깐 스타강사분들을 언급하자면, 그 분들은 임용고시에 안붙어서 학원강사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아니라면 실력은 충분해도 (직설적이게 말하자면) 물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려 임용고시 대신 학원강사를 선택한 것이 아닌가? 그러니 '말빨'로 승부하려 하고, 미모, 패션감각, 출제위원들과의 친분을 내세워가며 수강신청을 받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학부모들도 문제다. 우리나라가 쇠퇴한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치맛바람이다. 대학 잘 보내고 싶은 맘은 알지만 입시설명회에 아주머니들이 몸싸움까지 해가며 자리를 차지하려는 모습. 더럽다. 아이들 선택권보다는 어느 대학이 더 잘나가느냐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너무 슬프다. 그런 대학을 보내자니 아들, 딸 성적이 안좋다. 그래서 학원을 보내니 돈이 장난이 아니다. 돈이 장난이 아니니 아버지는 저녁에 대리운전, 어머니는 파출부로 나가신다.

 

그냥 조금 더, 조금 더, 아이들 적성을 알아보고 대학에 보내는 것은 어떤가? 수능 등급 차이에 인생이 갈린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가치관. 이 가치관이 변하지 않으면 학원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학원曰 : "방과후 학교가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드리지 않았을텐데?"

 

재밌다. 이것은 간단하게 말한다. 최소한 시골에서는 방학 때 꼬박꼬박 학원보내는 일이 적어졌다. 도시에서는? 지금 학원강사들을 학교가 채용해서 시간제 강사로 활동하게끔 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학원曰 : "아무튼 우리 학원교육 20만종사자는 인성교육도 게을리하지 않을 거야"

 

학원이 봉사단체인가? 학원에서 개인 상담이 가능한가? 학원이 학교인가? 학원이 가족인가? 학원이 친구와 같은 존재인가? 학원이 최소한 이웃인가? 학원이 정신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샘터인가? 모두 아니다! 학원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기업, 영리기업이다. 그런데 무슨 인성교육인가. 일부에서는 인성교육이 가능하지만,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10시까지 학원에 있는 초등학생들을 새벽까지 PC방으로 모는 것은 누구인가? 그 아이들을 게임중독자로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늦게까지 학원을 돌아다니다 힘들어서 자살을 택한 아이는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 것인가? 많은 학원을 다니면서 식사를 제대로 못해, 편식을 하며 비만과 정서장애가 오는 아이들은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인가?

 

필자? 학교? 못된 친구들? PC방과 컴퓨터? 완벽하게 만들지 못한 분식? 술과 담배, 그리고 유해한 매체들? 아니다! 이건 우리나라 학원과 부모님들 문제다. 단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서 날뛰는 인간들에게 무슨 소리인가. 학원 선생님들은 남의 자식을 인성교육까지 시킬 겨를이 없을 것이다.(대부분 그럴 것이다.)  맞벌이하는 부모님들은 초등학생 아이가 담배와 술을 마신다는 사실보다는 시험을 망쳐왔다는 사실이 더욱 화가 날 것이다. 왜냐고? 그들은 아이들과 학생을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존재로 밖에 보지 않는다.

 

과연 사교육으로 입시를 치르려는 부모님들 중 허영심을 가지지 않은 부모님이 계실까?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단지 아이들이 인성교육 받으라고 학원을 보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받아오고, 좋은 성적으로 잘나가는 대학에 가서, 그 대학이름을 주위 사람들에게 거론하며 목을 빳빳히 추켜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제발 덜 큰 부모님들아. 아이들을 인격체로 보자. 당신의 자녀들은 도구가 아니라 당신들이 힘들 때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가 남기는 말

 

한국의 모든 학생들과 아이들. 힘내자.

꿈을 향해서.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www.whiteflat.pe,kr)에 올렸습니다.

2009.10.15 10:13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www.whiteflat.pe,kr)에 올렸습니다.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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