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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한다', 'CD 재킷 만든다' 하며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을 조금은 지치게 했던 그들의 음반이 나왔다. 바로 <늦봄 1집>. 서른 중반을 넘은 아저씨들(?). 한 가정을 이룬 가장들 음악이라 하기엔 약간 젊을 수 있지만, 90년대를 캠퍼스에서 보냈던 사람들이 듣기에는 어떤 추억이 떠오를만 하다.
포크와 모던 락으로 버무려진 밥 같은 음악! 오랜 세월 함께 담금질한 그들의 합주는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어느 순간부터 댄스 음악의 빠른 비트에 묻혀 실종된 살아있는 가사를 만날 수 있어 좋다.
'맑게 개인 하늘이 너무 좋아보여 가벼운 맘으로 집을 나섰더니 시원한 바람과 향긋한 꽃 향기가 지친 내 맘을 포근하게 감싸주네'(늦봄 1집 중 '산책' 이제신 작사)
음악을 본업이라 생각해도,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들. 이들에게 <늦봄 1집>은 어떤 의미일까? 같은 질문을 밴드의 세 사람에게 던져봤다.
1. 앨범 준비하는데 걸린 시간은?
2. 앨범 준비하면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3.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4. 이 앨범이 한국대중음악 시장에서 어떤 의미이기를 바라는가?
베이시스트 겸 작곡가 : 송훈
1. 거의 2년
2. 늦깎이 대학생이면서 가정도 있고 경제적인 문제로 3job(공부, 밴드, 학원강사)을 하다보니 한곡 한곡 연습하고, 녹음과정이 늦춰지고 하는 것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3. 11곡 전부 좋은 음악이고 가사나 곡적인 기법도 어느 하나 버릴 수 없는 명곡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곡을 뽑으라면 아마도 제가 작곡한 3번 트랙 '흐르는 강물처럼' 이 애착이 가네요.^^
4. 요즘 댄스 음악처럼 컴퓨터로 만들어진 디지털 음악들, 비주얼적이고 단순하며 가벼운 가사와 곡으로 우리 음악계가 세월이 갈수록 더욱 쇠퇴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리얼한 밴드 음악들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바라고 음악 자체가 인스턴트가 아닌 문화적으로 또는 우리인생에 활력소가 되고 위로를 줄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드는 음악인이 되고 싶습니다.
기타리스트 겸 보컬, 작곡가 : 임종호
1. 2007년 밴드가 결성된 후 1년 6개월. 하지만 십여년 전부터의 우리 만남이 밴드를 위해서였다면 12년~13년.
2. 연습시간 녹음시간 정하는것. 고집 센 멤버들 간의 신물나는 논쟁. 그리고 술에 대한 집착
3.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만들어진 8번 트랙 '수면아래로'
4. 현 음악시장에 의미를 줄만한 공신력 있는 밴드는 아니지만,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멤버 5명 모두가 통기타로 음악에 입문했고, 노래하기를 즐겨하는 공통점이 있어 다같이 주하며 화음 맞춰 노래한다는 것은 기존에 없는 스타일의 밴드라 여겨집니다. 또한 탁월한 보컬은 없지만 멤버 모두가 지금의 트렌드 음악에서는 많이 사라진 진정성을 가지고 노래한다는 것이 큰 매력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보컬 겸 기타리스트, 작곡가 : 이제신
1. 사실 이번 1집 앨범의 곡들은 20대 중반부터 현재 30대 중반까지 10년 가까이 써 왔던
곡들 중에서 추려낸 것들입니다. 멤버들 간의 만남도 많게는 15년에서 10년 넘게 알아 온 사이들이고 앨범을 만들자는 얘기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었죠.^^ 본격적으로 지금의 멤버로 작업실을 꾸려온 지는 2년이 되었고 녹음작업만 1년 정도 걸려 1집 앨범이 완성됐습니다.
2. 다들 나이도 적지 않게(?) 들었고 드럼 한명을 제외하곤 가장으로서의 책임도 져가며
밴드를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연습이든 녹음이든 함께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는게 가장 힘든 점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 외에 다른 부분도 많았겠지만, 어쨌든 가장 큰 숙제는 '시간' 이었던 것 같습니다.
3. 이번 앨범에서는 다같이 부르는 곡과 솔로로 부르는 곡들이 적절히 배합이 되어있는데
요, 그 중에서 굳이 고른다고 하면 앞으로의 저희 밴드의 지향점이기도한 보컬 밴드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는 '늦봄'과 'Obradi Obrada' 라는 곡에 많은 애착이 갑니다.
4. 현재의 음악 시장은 메이저 음악을 제외한 나머지 음악 대부분들이 홍대씬을 거쳐 나
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홍대씬 자체도 꽤 오랜시간 발전해 왔고 또 그 속에서 성장한 많은 젊은 음악인(홍대키드)들이 활기차고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모습은 아주 흐뭇하고 긍정적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나 저희 밴드 '늦봄'은 홍대씬의 음악을 듣고 성장한 세대가 분명 아닙니다. 그렇다고 7080세대도 확실하게 아닌것 같구요. 8090 혹은 통기타, 학생시위, 막걸리, 유선전화 세대의 끝자락 정도라고 적당히 해둘까요? ^^ 어쨌든 1집 앨범만으로 시장에서 큰 역활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늦봄'이란 밴드가 홍대씬의 '신선함'과 '새로움' 7080의 '따뜻함'과 '그리움'사이에서 적절하고 조화로운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모케이블채널에서 방송한 'A' 뮤직 어워드가 있었다. 아이돌 댄스 그룹이 대세인 그 시상식에 댄스음악상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 화면을 보며, '아니 주류가 댄스 음악인데 장르의 구분이 무슨 의미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풍요한 듯 보이지만 빈곤하고, 다양한 듯 하지만 획일적인 것이 한국의 대중음악계가 아닌가 싶어 무척 씁쓸했다. 그렇기에 한겨울 찾아온 '늦봄 1집'은 무척 반갑다. 인스턴트 식품처럼 몸에 착착 감기는 곡들은 적어도, 밥같이 매일매일 먹어야 될 것 같은 음악들. 12년(?)의 내공 끝에 나온 이 앨범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었으면 좋겠고, 이들의 바람대로 밴드 '늦봄'이 신선함과 새로움, 따뜻함과 그리움 사이에 적절히 놓이길 소원한다.
2009.12.10 21:13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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