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공군장교가 본 전투기 추락 사고

등록 2010.03.02 19:56수정 2010.03.02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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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인터넷 포털의 기사들을 흘려보내는 편이지만 오늘 내 눈길을 잡아당긴 기사가 하나 있었다. 바로 "공군 F-5전투기 추락, 조종사 3명 생사확인 안 돼" 기사였다. 공군 F-5전투기 2대가 오늘 낮 12시 25분쯤 강원도 평창군 황병산 인근에 추락했다는 것.

기자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공군장교로 군생활을 하면서 잊을 만하면 생각나는 비행기 추락 때문에 많은 지인을 떠나보내야 했다. 군복무 기간 중 얼핏 기억나는 추락사고만 해도 F-15K 1대, F-16 2대, A-37 1대, F-5 2대 등이다.

기자는 조종사는 아니었지만 비행단과 공군본부에서 근무하면서 수많은 조종사와 인간관계를 맺어오면서 그들의 애환을 지척에서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 사고 때마다 항상 아쉬웠던 점은 본질을 흐리는 듯한 물타기 대응이었다.

예를 들면 기체결함으로 항공기가 논두렁에 추락했다면 기체 결함의 본질적인 이야기는 접어두고 "민가를 피해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은 군인정신"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본질적인 문제는 덮어두려는 것이다. 실제로 정훈장교들은 이를 두고 물타기라고 표현하곤 했다. 물론 민가를 피해 조종간을 끝까지 놓지 않은 군인정신은 훌륭한 군인상의 표현일지는 모르나 그렇게 훌륭한 군인을 전시가 아닌 평시에 헛되이 죽게 한 이유에 대해서는 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나.

공군은 비행사고로 조종사가 순직하면 "비상탈출의 기회는 있었지만 기체를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는 발표를 빼놓지 않는다. 그 말 속에는 인명보다 기체를 더 중요시 여기는 공군의 인명경시 사상이 녹아 있지는 않는지 반문하고 싶다. 물론 공군 입장에서는 조종사의 선택이었다고 이야기하겠지만 그렇게 만든 공군도 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조종사들이 왜 이상을 감지하고도 과감히 기체를 포기하지 않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평생 오점으로 남기 때문이다. 기자가 아는 모 소령의 경우는 기체를 포기하고 비상탈출한 전력 때문에 중령으로의 진급이 누락되다가 공군참모총장 비서실에 근무하게 되면서 마지막 차수에 겨우 중령으로 진급한 사례도 있다. 그 때 술자리를 함께한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이젝션(비상탈출)을 하게 되면 여기저기 불려다니고 온갖 고초는 다 겪는다. 기체와 함께 죽으면 가족들은 연금이라도 받지만 기체를 포기하고 살아남으면 진급누락은 물론이고 군 생활 내내 결정적인 순간에 불이익을 받더라. (이번에 진급한) 그 선배도 비행기 한대 말아먹고 꼬이기 시작한 거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우리 공군은 F-15K와 T-50을 도입하면서 노후화된 F-5, F-4E/D, A-37B 등의 전력을 교체해 나가고 있는 과도기의 단계이다. 하지만 아직도 기령 30년 이상된 기체들이 현역으로 활동 중인 형편이다.


특히 미국에서 중고로 도입한 MIMAX 기체가 아직도 현역에서 활동중인 사실은 심각하다. 오죽하면 조종사들이 우스개 말로 MIMAX를 "미군이 Maximum(최대한) 쓰다가 버린 비행기"라고 표현하겠는가? 말 그대로 조크일 수 있지만 유독 F-5E/F, F-4계열, A-37계열에서 비행사고가 많이 난다는 점에서는 결코 흘려 들을 수 없는 내용이다.
#전투기 추락 #공군 #F-5 #노후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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