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요즘 뉴스나 인터넷을 보면, 유독 신생아나 영유아와 관련된 비참한 사건들을 자주 접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그렇게 느낀다. 아마 이제 갓 100일이 지난 딸아이의 부모라서 그런 뉴스들이 더 귀에 박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분만의 전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한 아이의 아빠가 된 경험은 위와 같은 사건들에 대한 생각을 크게 바꿔 놨다. 예전엔 아이를 모텔이나 화장실에서 혼자 낳은 뒤 유기하고 '도망간' 엄마들을 그저 철없는 사람들의 정신 나간 행동 정도로 치부해 왔다. 그렇게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은 있었으나 그렇게 아이를 버린 엄마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하지만 내 아내가 누구에게서도 들어본 적 없는 신음을 토해내며 진통에 맞서 아이를 낳는 과정을 본 후, 그들을 생각하게 됐다. 내 아내는 안전한 병원에서, 남편을 바로 옆에 두고 있음에도 진통과 분만의 순간에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였다. 끔찍한 진통을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기에 신음하는 아내는 너무도 슬프고 외로워 보였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지켜주는 이 하나 없이 어두컴컴하고 지저분한 여관방에서, 심지어는 공중화장실의 변기에서, 그것도 혼자 치러낸다니. 이제 그런 뉴스를 들으면 혼자서 그 모든 고통을 겪어내는 순간 그들이 느낄 감정이 나에게 전이돼 오는 것 같아 견딜 수 없게 됐다. 또 그렇게 버려지는 신생아들의 상황이 이제 갓 100일이 지난 딸아이와 겹쳐지면서 이것 또한 미칠 노릇이 됐다. 그렇게 어린아이들과 관련된 사건들이 더 이상 '남의 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제 한없이 작고 보살핌이 필요한 생명을 키워야 하는 일이 우리 부부의 현실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미혼모들의 영아유기'라는 결과에만 약간의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제 그 과정과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끔 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의식'하게 됐다. 달라진 관점에서 보니, 위와 같은 사건들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행태가 지나치게 결과만을 조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언론에선 '한 미혼모가 끔찍한 방법으로 영아를 살해했고, 결국 구속됐다'는 식의 단순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은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산부인과'가 미혼모와 신생아 유기에 대해 비교적 현실적인 관점으로 조명한 바 있다. 극 중 주인공인 산부인과 의사가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하면서, 콘돔의 올바른 사용법을 시연해 보인 장면은 대단히 신선했다. 또한 일부 선진국에서는 미혼모가 신생아를 안전하게 '버릴'수 있도록 한 공간이 병원 등에 마련돼 있다는 사실도 이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됐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또 많은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의외로 간단하기도 하다. 내 경우처럼, 아이의 탄생이라는 경험이 생각을 변화시키기도 하며, 한 드라마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 TV 뉴스나 주요 언론들의 보도 역시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미혼모 등의 뉴스를 대단히 선정적으로 다루는 현재의 보도행태는 절대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외국처럼 아이를 버릴 수 있는 공간까지는 아니더라도, 미혼모들이 아이를 혼자서 출산해야 하는 비극이 줄도록 제도적인 보호대책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지금 나의 아내는 출산의 고통은 잊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딸아이와 부대끼며 행복해 하고 있다. 아마 원하지 않는 아이를 혼자서 낳는 경험을 가진 사람은 결혼을 해도 과거의 기억을 떨쳐내기가 매우 힘들 것이다. 지금 나와 아내가 아이를 통해 느끼는 행복감을, 모든 사람들이 느끼고 살았으면 좋겠다. ▲환하게 웃고 있는 아기의 모습.엄주현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출산 #미혼모 #신생아 추천3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엄주현 (eom0508) 내방 구독하기 이 기자의 최신기사 '성 평등 디딤돌상'을 수상한 대추리의 여성들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단독] 윤석열 모교 서울대에 "아내에만 충성하는 대통령, 퇴진하라" 낙동강에 푸른빛 독, 악취... 이거 정말 재난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3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4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5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신생아 유기, '남의 일' 같지 않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의사 아빠가 죽은 딸의 심장에 집착하는 진짜 이유 남편 술주정도 견뎠는데, 집 물려줄 거라 믿었던 시댁의 배신 보수논객 정규재 "이재명 1심 판결, 잘못됐다" [단독] 조은희 "명태균 만났고 안다, 영남 황태자? 하고 싶었겠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시퍼렇게 날 선 칼 갈고 돌아온 대통령, 이제 시작이다 나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유서 어느 중학생의 고백 "부모님,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18년 된 헌 아파트, 직접 고쳐 쓰니 새집 같습니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