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열린 동작구청이 주최하고 서울상공회의소 동작구상공회와 IBK기업은행이 주관하는 동작구 취업박람회에 지역 중소기업 52개 업체가 참가했다.(동작구청 제공)
뉴시스
한 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다. 구인광고에 정확하게 명시된 연봉을 보게 된 것이다. 인터넷을 자주 하는 누리꾼이라면 적어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만한 회사였다. 역시 서류 통과, 면접통과 후 최종적으로 실기시험까지 통과하여 입사했던 그 회사.
대학 전공과는 동 떨어진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는 설렘도 잠시였다. 구인광고에서 봤던 연봉은 종적을 감추고 회사내규라며 내밀었던 계약서엔 그 구인광고에서 봤던 금액보다 많이 낮은 연봉만이 있을 뿐이었다. 게다가 퇴직금 포함 금액이라니 이건 해도 너무 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이 문제로 먼저 입사한 선배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더니 자신도 그렇게 속아서 들어왔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이 선배는 일이 재미있고 경력을 키우기에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있는 것이라 했다.
예전 TV 광고 중 신림동 떡볶이 가게의 마복림 할머니가 등장해 "우리 며느리도 몰러~~" 라던 고추장 광고도 아니고, 구인광고에 이런 비밀이 있을 줄이야. 난 이 사실을 용납하지 못해 결국 회사를 나오고 말았다. 일개 신입사원에게 이런 거짓말을 한다면 결국 오래있어도 득보단 실이 많을 것 같아서였다.
시간외 수당, 퇴직금... 그게 뭔가요그렇게 몇번의 실패(?)를 하고 해외생활까지 해보며 국내로 다시 돌아와 그동안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니 남은 것 없이 시간만 흐른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래서 급여에 연연하지 않고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물색하던 중 유망한 벤처기업 타이틀을 달고 있던 중소기업에 입사하게 되었다.
연봉에 퇴직금이 포함(연봉을 1/13으로 나누게 되어 있다) 되어 실 수령액은 많지 않았지만 그쪽 분야에서 만큼은 알아주는 회사였기에 미래를 보고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니 처음 지원했던 일과는 많이 다른 일을 하고 있었고 이것이 중소기업 선배들에게 듣던 '멀티플레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인원이 많고 부서의 체계가 명확하지 않아 이것저것 다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여러 가지 경험하면 좋을 것 같아 나에게 주어지는 일들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물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며 야근과 주말근무가 매달 고정적으로 늘어난 데 비해 '시간외 수당'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식대지원만 받으며 '먹고 살기 위해 일한다'는 걸 실감해야만 했다.
이 때문일까. 대기업을 다니는 사람과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이 만나면 연봉 계산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부분 대기업 근로자들은 각종 수당, 연말 성과금, 세금을 제외하고 실제로 받는 '본봉'을 보통 '연봉'이라고 표현하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거의 나오지 않는 수당, 성과금, 거기에 퇴직금까지 포함된 금액을 연봉이라 생각하고 얘기한다.
실제로 매달 받는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해서 지급하는 회사도 많이 있고 내가 다니던 회사의 근로계약서에는 연봉에 '수당, 퇴직금, 세금을 모두 포함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결국 '본봉'이 얼마인지는 계산해도 알 수 없고 야근을 밥 먹듯이 해도 급여는 매달 똑같다.
친분이 있던 다른 회사 사람은 퇴사할 때 퇴직금을 못받았다고 나에게 하소연 하기도 했다. 2년 넘게 근무했는 데 왜 퇴직금이 없냐고 하니 처음 입사시 퇴직금이 급여에 포함되어 나온다고 구두로 설명했다는 것이다.
나는 노동부에 민원을 넣으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퇴직금을 포기했다. 회사를 옮기더라도 계속 같은 계통에서 일해야 하고, 괜한 오해 사기도 싫다는 게 그가 퇴직금을 포기한 이유였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난, 남일 같지 않아서 많이 씁쓸했다.
중소기업 처우 개선이 시급한 과제너무 안 좋은 얘기만 늘어놓은 건 아닌가 싶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중소기업의 한 단면이다. 물론 "그럼 스펙 높여서 대기업 가지, 왜 중소기업을 가려고 하나요?"라는 반문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기업 정원은 한정 되어 있는데 모두 대기업에만 가려고 한다면, 대한민국은 100만 실업자를 넘어 세계로 도약하는 실업자 생산국이 될지도 모른다. 학력 인플레로 인해 대졸자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에게 정부의 얘기처럼 무조건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취업하라"고 말 할 수는 없다.
가장 크게 지적되는 시간외수당과 퇴직금 문제, 이런 현실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처우 개선이 선행되어야 취업 준비생들도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들의 개선 노력과 그에 따른 정부의 피부에 와 닿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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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사진, IT기기를 좋아하는 소심하고 철 없는 30대(이 소개가 40대로 바뀌는 날이 안왔으면...)
홀로 여행을 즐기는... 아니 즐겼던(결혼 이후 거의 불가능) 저 이지만 그마저도 국내or아시아지역.
장거리 비행기를 타고 유럽이나 미국,남미쪽도 언젠가는 꼭 가볼 수 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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