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소설 <몽유도원> 겉그림.
새움
베스트 컬렉션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황태자비 납치사건> <하늘이여 땅이여> <천년의 금서> 등 김진명 대표작 7종 10권으로 묶여졌다. 이 가운데 <가즈오의 나라>는 <몽유도원>, <코리아닷컴>은 <최후의 경전>, <한반도>는 <1026>으로 제목까지 바꿨다. <최후의 경전>과 <1026>은 전체 분량 중 30%나 덜어내는 감량을 시도했다. 세상이 바뀌면서 드러난 역사적 사실이 추가됐고, 이제야 비로소 실명을 얻게 된 등장인물도 생겼다.
베스트 컬렉션은 11일부터 교보문고 전자책으로도 동시에 출간됐다.
특별히 시선을 끄는 것은 이번에 출간된 베스트 컬렉션에 집필 과정을 최초로 공개한 작가노트 <대한민국 7대 미스터리>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여기서 어떤 사람을 만나고, 무엇을 취재하여 소설의 근거를 확보했는지 생생하게 밝힌다. 그동안 김진명 소설을 두고 가장 많이 제기된 논란이 '작품에서 다룬 그 엄청난 내용들은 과연 사실인가 허구인가? 만약에 사실이라면 그 경계는 어디까지인가?'였다는 점에서 작가로서는 회심의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이 작가노트는 베스트 컬렉션을 구매하는 독자에게 무료로 제공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작가 김진명은 핵개발 및 10·26과 관련해 확인했던 사실의 일단을 공개했다.
김진명은 "10·26의 본질은 핵개발을 강행하려던 박정희와 그것을 저지하려던 미국의 충돌이 빚어낸 사건"이라면서 "미국은 김재규를 박정희 암살에만 이용하고 차기 집권은 육사 11기에 맡긴다는 시나리오까지 짰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주한미군 정보공작 총책임자(원래 소속은 CIA)로 박정희 정권의 탄생과 종말까지 암약했던 쟌 천을 작가가 만나서 결정적 증언을 듣기까지의 전 과정이 작가노트에 상세히 수록돼 있다.
다음은 기자간담회에서 있었던 문답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소설의 힘-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대표작 3편만 뽑는다면?"<몽유도원> <황태자비 납치사건> <천년의 금서>이다. 우선 <몽유도원>은 한 작품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소설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일본이 임나일본부를 만들어내려고 광개토대왕비에 석회를 발라서 글자를 조작했다는, 우리 역사학계에서 횡행하던 이른바 '석회도말론'이 작품 발표 이후 깨끗이 사라졌다. 나는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중국인 학자 왕건군의 저서에 실려 있는 탁본과 초본에서 광개토대왕비의 사라진 세 글자 중 첫자가 '동(東)'이라는 것을 찾아냈다. 이것으로 세 글자가 '임나(任那)'와 신라의 '신(新)'이라고 주장해 왔던 일본 역사학계의 주장도 설 자리를 잃게 됐다.
명성황후를 처참하게 능욕했던 정황을 보여주는 '에조 보고서'를 찾아내 일본이 변명할 수 없도록 만든 <황태자비 납치사건>, 중국의 <시경>과 <잠부론> 등 서지학적 근거를 찾아내 대한민국의 한(韓)이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 밝혀낸 <천년의 금서>도 작가로서 강한 애착과 자부심을 느끼는 작품이다."
- 김진명 작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은 양극단으로 나뉘어 있는 것같다.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일반인 독자들은 열광적으로 환호하지만 제도권 평단은 "문학성이 떨어진다"며 외면하고 무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당사자로서 이러한 반응을 어떻게 보나?"평단에선 내 작품처럼 스피디하고 진실을 좇는 방식이 과연 문학인가 의문을 갖는 것같다. 모국어를 아름답게 쓰기 위해 노력하고 문학적 향기를 강조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소설(Novel)과 문학(Literature)이 반드시 같아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외국에선 소설과 문학을 구분해서 본다. 그래서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공존을 모색한다. 우리도 그러면 된다."
- 정통 문단 출신이 아닌 작가라서 불편해 하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신춘문예나 작가추천을 통해서 작가로 등단하는 풍토에서 그런 절차를 밟지 않고 갑자기 등장해, 그것도 처음부터 수백만부가 나가는 소설을 쓴 사람을 수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작가와 국민을 분리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