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명에 살면 복잡한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어디서나 조그마한 산과 숲, 하천, 나무, 식물, 곤충, 생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안양천, 목감천, 구름산, 도덕산, 철망산, 안터 생태공원, 영회원 등은 광명의 '아마존'으로 도심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유난히 길었던 겨울 탓인가, 나는 하안도서관 가는 길 철망산에 올라 진달래를 따와 화전을 붙여먹는 호사를 누렸다. 뒤늦게 봄바람을 맞고 행복감에 젖기도 했다. 주위를 둘러 눌러봐도 크고 높은 아파트뿐인 공간에서 이런 행운을 맛볼 수 있는 것도 다 광명에 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4월 날벼락 같은 정부 발표가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광명이 제3차 보금자리 주택지구로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정부 주도의 특별법으로 그린벨트와 자연을 일시에 없애버리고, 네모 반듯 높다란 아파트를 지어 올린다는 구상이다. 그것도 서민들을 위한 보금자리라는 명분으로 말이다. 현 정부가 대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릎 쓰고 강행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강을 살린다는 명분이지만 실제로는 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보금자리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어느 곳에도,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살아왔던 원주민들과 서민들의 보금자리를 위한 조항은 없다. 원주민들과 정착농민, 학교, 일터와 자연을 없애버리고 내쫓는 방식으로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것을 누가 원했단 말인가? 서민들은 이러한 막가파식 개발을 원하지 않았다. 일시에 집과 직장, 학교, 논과 밭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서민들은 지금 이 날벼락 같은 보금자리 특별법 앞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책으로 급조해낸 보금자리 주택사업은 8차까지 계획되고 있어 수도권에 그나마 남아있던 그린벨트를 일시에 해제시킬 수 있는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서민들을 위한 주택 공급이라던 보금자리 주택은 현재 준강남권 수준의 분양가를 넘나들고 있어, 진짜 집이 필요한 저소득 계층과 차상위 계층이 구입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
광명은 현재 광명KTX역 역세권 개발, 광명동 뉴타운 개발, 철산동 재개발, 소하택지 개발로 동시에 도심 전체가 흙먼지를 날리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거나 개발을 앞두고 있다. 올해 입주를 시작한 철산동, 하안동 신규 아파트 물량도 남아도는 공급과잉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보금자리 아파트를 보급한다면 광명의 70%를 차지했던 녹지와 생태계는 일시에 사라져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자연이 흔적조차 없어지고, 광명 지역은 부동산 침체의 희생양이 되고 말 것이다.
광명이 대규모로 개발된다고 손뼉 쳐서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 대가로 사라지게 될 많은 유형, 무형의 많은 것들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광명의 색깔을 살리고 차근차근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개발이 되기를 희망한다.
2010.05.19 20:17 | ⓒ 2010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