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프라이스 사이트전통시장에서는 콩나물을 안판다?
정병태
저는 궁금해졌습니다. '도대체 이 사이트는 뭘 보여주겠다는 거야?' 분류를 따져보았습니다. 물품 대분류가 13개, 그에 따른 소분류가 85개, 그리고 물품의 가지 수가 244개였습니다. 결국 244개의 물품을 나누기 위해 85개의 소분류를 사용한 것입니다. 그 가운데 한 종류의 물품이 낱개 상품과 여러 개 묶음 상품이 있는 경우가 30여 개, 그리고 밀가루처럼 내용물은 같지만 포장 단위가 다른 물품이 상당수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검색 조건을 지정하는 곳에서 오작동을 일으키는 부분이 두어 군데 있더군요. 검색 사이트가 가장 기본적인 사항에서 오작동을 보이면 안되지요.
하지만 그런 점들은 그냥 넘어간다고 치더라도 가격조사를 꼭 해야 할 품목은 빠져 있고 가격조사가 편한 공산식품만을 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생활물가의 기본 품목인 농수축산물(곡물, 생선, 과일, 채소, 육류)을 몽땅 빼놓고 엉뚱한 물품을 거기에 끼워맞추다니요. 정부 산하 기관에서 '생필품 가격정보'를 표방하면서 그럴 수는 없는 겁니다.
물론 의도적으로 그러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가격 정보를 받기가 편하고 비교하기 간편한 물품으로 정하다 보니 공산식품을 선정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또 하나의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전통시장을 조사 대상처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입니다.
대형마트 62곳, 전통시장 14곳... 마트 위주의 품목 선정먼저 'T프라이스'에서 조사 대상으로 삼는 전체 134개 매장을 살펴보죠. 대형마트가 62곳, 백화점이 26곳, 기업형수퍼(SSM)가 29곳, 전통시장이 14곳, 편의점이 3곳입니다.
한국소비자원 이기헌 팀장은 "1주일에 한 번 매주 금요일마다 직접 조사원이 현장에 나가 가격을 조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마트는 조사하기가 편하니까 많이 배정하고 전통시장은 없어서 배정을 못한 것입니까?
산술적으로 보면 전통시장이 10% 정도 되는군요. 하지만 실상은 안 그렇습니다. 전체 134개 매장에서 244개의 물품이 팔리는 경우를 보니까 모두 2225개의 항목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전통시장에서 팔리는 경우는 138개 항목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전통시장에서 취급하지 않는 규격화된 물품을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서울동북의 전통시장 판매품목에서 콩나물을 찾지 못한 것은 전통시장에 콩나물이 없어서가 아니라 비닐봉지에 350g씩 담아서 파는 브랜드 제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마트에서 파는 물품을 대상으로 하고서도 모자라 마트를 다수 출연시킨 모양이 되었습니다.
물가정보, 너무 물로 보셨습니다이런 문제점을 말씀드리려고 전화를 했더니 'T프라이스' 팀장은 해외출장 중이라고 했습니다. 팀원 한 분이 전화를 넘겨받으시더군요. 제가 지적한 문제점들을 대체로 인정하시면서 추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말을 액면대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물가정보를 내놓으려면 우선 목표를 정하고 그에 적합한 물품의 선정 기준과, 수많은 가격 정보, 어떤 물품을 고를지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정해야 합니다. 머리가 아파도 보통 아픈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의 사이트를 만든 세 명의 팀원으로 그것을 하겠다구요?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지적하고 마치겠습니다. 물가정보는 가격 변동이 심하거나 판매처에 따라 차이가 심한 물품을 다룰 때에 그 가치를 알 수 있습니다. 공산식품처럼 가격 변동이 적고 기준을 정할 필요조차 없는 것만을 대상으로 하면서 생필품가격정보를 표방하는 것은 낯 두꺼운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가정보, 너무 물로 보셨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정병태기자는 재래시장 살리기 운동 '시장가자'를 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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