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이 민간인 불법사찰 혐의로 24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에서 구속이 집행되어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권우성
결국 약 3개월여에 걸쳐 검찰이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을 수사했음에도 불구하고, 8월 11일 구속기소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을 포함해 7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사실상 수사가 종결됐다. 당장 '깃털'만 뽑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어쩌면 검찰 스스로 자초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총리실에서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한 것이 지난 7월 5일이다. 그런데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이 지원관실을 압수수색한 시점은 7월 9일이었다. 결국 검찰은 직원들이 7월 5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지원관실의 사찰과 관련된 파일을 삭제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준 셈이 되어버렸다.
어찌 보면 전혀 대한민국의 검찰답지 않게 늦장 수사를 한 것이다. 그때부터 이미 수사결과는 예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3달 가까이 수사해온 결과라고 하기엔 너무 뻔(?)하고 딱 예상했던 만큼 뿐이니 말이다.
이건 적어도 우리가 익히 보아오던 대한민국 검찰의 모양새는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한명숙 전 총리의 경우처럼 지난 정권의 인사를 수사할 때의 그 패기(?)와 사돈의 팔촌까지 추적하는 끝모를 집요함과 수사 기밀을 쥐도 새도 모르게 넌지시 흘리는 그 용의주도함은 다 어디로 용도폐기 처분되었단 말인가? 먼지라도 털듯이 티끌만한 혐의라도 찾아야 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누군지도 모르는 빨대(?)가 수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은밀한(?) 정보를 흘려 한창 독이 오른 언론의 무자비한 비판으로 공개재판을 진행하던 검찰이 아니었던가?
참으로 편하다. 대한민국의 검찰이 편하고 기소독점주의가 편하다. 상황에 따라 형편에 따라 입맛에 맞는 만큼만 수사할 수 있으니 어찌 편하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이제는 민간인 불법 사찰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그리고 기소된 7인은 정말 애국심이 투철하고 사명감이 투철한 공무원이었던가 보다.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 노파심에서, 아무도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스스로들 알아서 민간인 불법 사찰을 하고 또 혹시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으로 나라가 너무 시끄러울까봐 알아서들 자료도 신출귀몰하게 폐기하고…
그러나 검찰의 수사 결과를 그대로 믿기에는 남겨진 의혹이 너무 많다. 당장 불법 사찰의 직접적인 피해자로 거론되는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 의원이 수사결과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민간인 불법 사찰의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는 일 뿐인 것 같다. 그동안 당 지도부의 자제 요청으로 불법 사찰문제에 침묵을 지키며 수사 결과를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이들 의원은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제출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해온 만큼 제대로 진상을 알려 민간인 불법 사찰의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는 일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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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정두언, 남경필, 정태근 의원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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