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소나무 수필집은 70 넘은 할머니 책이다

늦깍이로 글을 배우고 책을 내다

등록 2010.11.07 17:40수정 2010.11.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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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문맹이라 못보고 밤이면 어두워서 못보고 가슴치고 발버둥을 치면서 살다가 긴 세월 60대 중반에 공부를 시작하고 문맹을 깼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하면 된다. 하고 또 하면 된다.

 

내 학교는 우리고향 이장 댁 사랑방(야학초등학교). 시골 사랑방 교수님은 서울 대학생들. 지금은 팔십이 넘으셨으니 모두 호호할아버지가 되었을까?  환하고 꽃이 만발한 천당으로 돌아가셨을까? 지인도 칠십이 넘은 호호 할머니. 전쟁과 가난으로 문맹으로 공부를 한으로 품은 지인은 사회생활 하면서 눈물겨운 긴 세월 내 잘못은 아니다. 수치스럽고 창피해도 못 배운 것이 내  죄가 아니다. 편지를 못 읽어서 사랑하는 애인을 빼앗기고 시계를 못 보고 글을 몰라서 약속된 식당도 못 찾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분하고 미안해 밤새워 울고 또 울던 그 옛날 생각하면 눈물 난다.

 

내 삶은 소나무 같다. 동지섣달 눈보라 삼복더위 태풍 비오고 눈 와도 봄여름 언제나 늘 푸른 소나무 나의 삶을 그린듯하다. 식구들과 동생의 교육을 위해 자신의 배움은 포기한 채 청춘을 보낸 칠십대 어르신들만 다 돌아가면 문맹은 퇴치 될 거야 오늘도 배움에 기죽은 저승에 대기자들 한자의 글을 배우려고 복지관에서 한글 공부를 한다. 형제들은 알고 있다. 가족의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이들이 늦게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건강 챙기는 누이들을 존경 한다고 했다.

 

지천명의 나이라는 60대. 중반을 넘어 시작한 늦깎이 지인의 복지관 한글 첫 걸음. 기막힌 소개는 66세 한글 반, 67세 컴퓨터 반, 68세에 문예창작 반 공부를 하게 되었고, 다소 어색하기만 69세 내 인생에 동화에서 자서전 쓰기와 수필을 썼다.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시와 수필을 써서 (겨울소나무) 수필집을 만천하에 알렸다. 수필과 시를 쓰면서 세상을 다 갖고 광명천지 밝은 길을 걸었다.

 

한글을 몰라 눈뜬 봉사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얼마나 기쁨에 슬픔에 삼일을 울다 웃다 또 울다 웃다 얼굴이 달덩이처럼 부어서 눈이 부엉이 눈이 되었다. 뒤늦은 공부지만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 밤이면 남보다 세기 간 덜자고 쓰고 지우고 또 쓰고 지우고 아침이면 눈은 토끼눈 혈압은 상승 아침이면 가방을 메고 복지관학교로 향하고 화요일 밤마다 쓴 시와 수필을 교수님에 평가 받는 날이다.

 

화요일만이 문예창작 반 일주일에 한번 얼굴은 달아오르고 가슴은 답답하다. 수업은 다양하다. 다른 종목은 복지관 가기 위한 길잡이 사진반 하모니카 역사탐방 즐거운 하루가 아쉬워 지는 해가 야속하다. 야학출신이라 밤에 공부가 제일 맘에 든다. 아름다운 한글 배워서 노년에 행복해야하고 늙어도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글 써라 희화가 한 말이다.

 

늦깎이 꿈 많은 칠십 넘은 할머니 긴장을 풀고 편한 공부를 하며 편하게 가슴에 얽히고설킨 글 정리해서  거미 줄 같고 명주실 같은 글을 풀어써야 좋은 글 나온다. 청춘에 핀 봄꽃은 시들고  노년의 가을꽃 단풍든 은행잎 노란 잎이 노년의 행복이다.  따뜻하고 정 넘치는 삶이 무언지 나는 안다. 문맹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수필 쓰고 시 써서 책을 내서 늦깎이 시인 이름을 달고 유명한 할머니 글쟁이 이희화.

2010.11.07 17:40 ⓒ 2010 OhmyNews
#보문시자앞 태능갈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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