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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부터 날씨예보에선 '밤 늦게 시작한 눈이 10여센티 정도 쌓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고했기에 눈을 뜨자마자 밖을 보았다. 정확한 예보였다. 눈길을 치우기 위해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왔다. 아!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삼각산 줄기에 자리한 우리동네는 가파른 언덕에 자리한, 말 그대로 삼각산의 양지바른 마을 삼양동이다. 법정동이 어쩌구 행정동이 저쩌구 하는 공식적인 기록상으로는 등재되지 않지만 1965년부터 아직까지도 수많은 이들의 입과 입으로 그리고 버스경유지로 삼양동이 그대로 불리운다.
마을버스가 다니는 길과 등선을 타고 가는 꽤 넓은 길 사이에 자리한 우리집 앞길은 말 그대로 골목길이다. '내집앞 눈은 내가 치웁시다'하는 외침이 꼭 필요한 차 한대가 지나갈 수 있는 자그마한 골목길이다. 그 길위로 새벽에 내린 눈이 발목 위까지 쌓여 있었다. 엄두를 낼 수 없을만큼 많은 양의 눈이었다.
그러나 게으른 내 눈을 믿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손길에 얼지 않은 바닥이 이내 얼굴을 내민다. 그런데 점점 손길은 느려지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잠시 빗자루를 들고 쉬는 사이, 눈길을 종종 걸음으로 오시다가 쓸어낸 길에서 신발 바닥을 털며 '아이고 수고하십니다!'라는 어르신의 말씀에 다시 손길이 빨라졌다. 칭찬은 뭐도 춤추게 한다더니...
사실 나는 내 자신을 위해 눈을 치운다. 항상 차를 가지고 출근해야 하는 나와 아내를 위해 눈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새벽길을 쓴다. 특히나 아내는 가파른 언덕길인 우리집 앞길이 가장 두려운 눈길이라, 눈오는 날이면 으레 평지까지 아내 차를 내려다 준다.
한 시간 반 정도를 쓸었을 때 목표량을 거의 채웠고 염화칼슘을 뿌리고 그러는 사이 앞집아저씨가 빗자루를 들고 나오셨다. 그리고 삼십분이 더 지나서 우리집 앞 길은 거의 다 쓸었다. 빗자루를 두고 차가 다닐 수 있을지 마을버스가 다니는 길까지 가 보았다. 그런데 우리집 앞길을 제외한 다른 짚앞에는 겨우 사람이 지나갈 정도만 눈이 치워져서 차가 다니기에는 힘들 것 같았다.
앞집 아저씨도 차를 가져 가야 하시는지 차가 다닐 수 있는가를 물어 보셨다. 아랫길은 힘들고 차라리 윗길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윗길을 좀 더 쓸고 염화칼슘을 뿌리기로 했다. 그런데 막 윗길을 쓸려고 할때 웬 아저씨들이 제설장비를 들고 나타나시더니 그 숫자가 순식간에 10여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는 삼거리길을 오분도 안되어 말끔히 치우셨다. 내가 쓸면 족히 한 시간은 걸릴 텐데 너무 감사했다.
어디셔 나오셨나고 물었더니 구청에서 나오셨단다. 그 시각이 여섯시반이 체 안된 시간인데 그럼 도대체 그 분들은 몇 시에 나와서 제설 장비까지 가지고 여기까지 왔을까? 구청까지는 상당한 거리이고 또 눈길인데 고마움에 온갖 생각들이 한꺼번에 밀려 왔다. 가끔 민원때문에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화내고 했던 일들이 너무너무 죄송스러웠다.
'공무원'이란 직업. 말 그대로 공무를 수행하는 직업이다. 눈길을 치우는 것이 공무이고 아니고는 차치하고 대민봉사를 위해 새벽잠을 설치고 제설 작업을 해 주신 강북구청 공무원들께 아니 전국의 모든 공직자분들께 작은 외침으로 넙죽 고개숙여 감사를 드린다. 당신들이 있기에 국민들이 편히 일할 수 있고 당신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이 건재하다고.
2010.12.28 14:00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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