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매연'마저 '정권 비판' 나선 속내는?

[분석&전망] 금제 푼 종편 특혜, MB에 '양날의 검'

등록 2011.01.12 18:03수정 2011.01.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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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유성호


급하게 언론이 변하고 있다. 저널리즘의 부활이 가시적이다. 종합편성(종편) 및 보도전문채널의 금제가 풀린 올해는 '조중동매연(조선, 중앙, 동아, 매경, 연합)'과 '반 조중동매연'의 전선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논조가 한껏 날이 섰다. 진작 보여야 할 보도 태도였다. 만시지탄이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을 시점에서 부활하는 저널리즘을 일정하게 경험한다.

'조중동매연'이 정권 압박 나선 속내는 '종편 특혜'

주목할 것이 세 가지.

하나는 조중동매연의 보도 태도다. 받아서 고마워하고 더욱 친정권적 논조를 강화시키는 것이 인지상정. 하지만 특유의 '먹튀 근성'이 긍정적이다. 이미 받았다. 등산으로 치면 정상을 밟았다. 문제는 하산길의 안정성(추가 특혜)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이를 위해 친정권적 논조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먹튀' 비난을 좀 받더라도, 비판적 논조로 정권의 말년을 압박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정략적 판단이 개입한 것이다.

과정이 좀 지저분하다. 하지만 결과는 선명하다. 한국 언론이 지향해야 할 기본적인 방향에 충실하다. 최소한 몇몇 사건에 한정된 것이지만. 언론은 이렇게 해야 한다. 정치권력을 단호히 비판하고 필요하면 맞서야 한다. 자본 권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한데 그동안 조중동매연의 비정상적인 보도 태도가, 특히 현 정부 들어선 이후부터 따지더라도 최소한 3년가량 지속됨으로써, 많은 독자에게 표준의 혼동을 초래한다. '조중동매연도 이렇게 보도할 정도면 정말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예를 들어,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에 대한 파장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이유다. 이전에는 정동기씨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도 '문제가 아니다'는 보도와 비교해서 보면, 조중동매연의 여론조작기술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튀기고 부풀리기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외려 당시의 수많은 문제를 축소하거나 침묵한 반작용이다.

과대 포장과 과대 선전으로 정국의 중심을 장악하고 한나라당을 조정한다. 여론의 이름으로.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이전의 각종 문제를 과소평가하고 과소보도함으로써 발생한 과오라면 이번 사건은 정상적이라고 해도 된다. 이런 의미에서 결과적으로는 올바르다.


추가 특혜를 목표하는 이상 조중동매연의 이후 보도 태도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주목할 일이다.

아직도 '빼앗아 간 자들' 눈치보는 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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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12일 오전 서울 통의동 금융연수원 별관에서 사퇴기자회견을 하며 "부족한 사람이 감사원장 후보자로 지명되어 각종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그 진상이 어떻든 간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권우성


다른 하나는 지상파의 보도 태도다. 배부른 돼지새끼들이 떼굴떼굴 눈알 굴리며 세상의 흐름을 읽으려 하지만 거의 불가능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 지상파다. 종편과 보도채널에 선정된 조중동매연의 뚜렷한 정권 압박과 달리 지난 3년간 어용방송의 관성을 고치지 못함으로써 조중동매연조차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얻어 먹은 자들'이 '준 자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시점에 '빼앗긴 자들'이 '빼앗아 간 자들'의 눈치를 여전히 보고 있는 형국이다.

기가 찰 노릇이다. 한국의 지상파 수준이 어쩌다가 이 모양 이 꼴로 전락했는지 통탄할 일이다. 앞으로 지상파는 갈수록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지금 같은 태도로 일관하면 조중동매연에게 짓밟힐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런데 여전히 배부른 돼지새끼마냥 게으르고 심지어 비겁하기까지 하다. 당해도 싸다 싶을 정도다. 그래도 변할 가능성은 높다. 조중동매연보다도. 노조의 역할을 기대한다.

'조중동 추가 특혜', 다른 언론사들 불 지를 것

마지막 하나는 조중동매연을 제외한 신문사들의 강력한 정부 비판이다. 종편과 보도채널의 탈락사를 포함하여 아예 도전장을 내지도 않았던 주류 언론사들의 저널리즘 회복 과정이 뚜렷하다. <한겨레>, <경향>의 일관된 언론의 기본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언론사들은 현 정권 3년 동안, 받은 것 없이 숨 죽이며 언론의 역할을 대체로 포기하고 살아왔는데, 종편 4개, 보도 1개의 선정 이후 뿔난 무소처럼 제대로 된 비판으로 현 정권을 치받고 있다.

현 정권이 더 이상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상황이며, 오히려 이들 언론사들을 자극할 거리만 남았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즉 조중동매연에게 추가 특혜가 제공되는 바로 그 순간, 지금보다 훨씬 더 폭발적인 비판이 현 정권을 겨냥할 것이다. 시민들 국민들의 비판과 별개로 조중동매연이 아닌 언론사들의 근본적인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로부터 저널리즘의 부활을 목격할 수 있을 것 같다.

정권 4년 차, 더 이상 언론은 장악이나 통제의 대상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감시와 견제, 그리고 비판이 풍성한 사회가 곧 실현될 듯하다. 그 금제가 풀렸기 때문이다. 금제 중 하나가 종편과 보도채널이었다. 금제 중 다른 하나는 막연한 정권에 대한 두려움이나 기대였다. 이 두 가지 금제가 풀어진 지금부터 한국 사회는 지난 3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외로웠던, 건강한 언론 인터넷신문들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도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양문석 기자는 방통위 상임위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양문석 기자는 방통위 상임위원입니다.
#종편 #방통위 #양문석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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