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달라고 할까봐, 전화 받기 망설여진다', '딸 생일이지만 돈 달라고 할까봐, 전화 한 통 하기 어렵다'는 엄마. 영화 <애자>의 한 장면.
시리우스 픽쳐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버스나 전철에서 뿐이었다. 책을 읽고 정식(?)으로 서평을 써야지 하는 생각을 2주째 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으니까. 통장 잔고는 거의 항상 바닥이었고, 집에 전화할 수도 없는 나는 도시가스가 끊긴 지 한참이 되었지만 별 뾰족한 수 없이 찬 기운의 방에서, 아리는 찬물로 손을 씻어야 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데도 한 달에 손에 들어오는 건 70만 원 남짓이다. 방값 33만 원, 공과금 10만 원, 핸드폰 비 4만 원, 교통비 7만 원, 식비를 포함한 생활비를 쓰고 나면 저축은커녕 지금처럼 공과금을 못 내기가 일쑤다. 결국 등록금 때문에 휴학했지만 나는 근근이 생활비를 벌고 있다. '알바 하나를 더 구하자'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나는, 대학생이다.
집에 전화해 투정이라도 부리고 싶지만, 가끔 누구에게든 힘들다고 말하고 싶어 부모님을 떠올려보지만, 이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게 된다. 통화를 자주하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가끔 걸려오는 전화에 엄마는 긴장하곤 한다고 한다. 그 말을 작년에 듣고 한참을 알 수 없는 누군가를 원망했다.
'돈 달라고 할까봐, 전화 받기 망설여진다', '딸 생일이지만 돈 달라고 할까봐, 전화 한 통 하기 어렵다'는 엄마. 나는 '돈 없는' 부모에게 그런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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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잔고 바닥나고, 도시가스 끊기고 돈 없는 엄마를 원망하지는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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