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쟝 세바스티앙 브레씨
박언영
지난 5월 8일에 있었던 코리안 커넥션 행사에 갔다가 한국의 전통 무술인 택견을 프랑스에 알리고 있는 쟝 세바스티앙 브레(Jean-Sébastien Bressy)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어떤 수녀님께서 소개해 주셨는데, 쟝 세바스티앙이 자비를 털어가며 택견을 알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안타까워했는데 연락이 되어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기차역 앞에서 만난 그는 참 무게있고, 진중해 보였습니다.187센티나 되는 큰 키에, 짧게 자른 머리 모양, 그리고 뚜렷한 이목구비를 갖춘 미남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배우 경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청소년 시기에 이미 배우 생활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배우를 꿈꾸고 간 한국에서 택견에 빠져버린 프랑스 젊은이 - 본인 소개해 주시겠어요??
" 쟝 세바스티앙 브레(1979년생)입니다. 한국에서 택견 지도자 자격증을 수료하고, 프랑스에서 협회를 조직해서 프랑스 및 유럽에 택견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우리 협회 사이트 주소
http://taekkyon.fr 입니다."
- 한국에는 얼마나 계셨어요 ?
" 2004년에서 2010년까지 약 6년 동안 있었어요. 한국에 가고 싶었던 이유가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한국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서였습니다. 단역이나 엑스트라로 출연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택견을 알게 되었어요."
- 택견은 언제, 어떻게 만났습니까 ?
" 2004년에 파리에서 한국인 친구로부터 한국 무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택견 전수관에 찾아가 수업을 구경했는데, 처음에는 이상하더라고요. 관심도 없었고, 해동검도나 태권도를 했는데, 우연히 지금의 선생님[문영철님]의 택견 시범과 겨루기를 보고 택견에 반했어요."
- 택견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
" 택견에는 놀이정신이 있어요. 상대를 적으로 여기지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가 있는 거죠. '굼실굼실 능청능청'한 택견 춤과 부드럽게 몸을 움직이는 '품밟기'도 재미있어요. 그게 저를 사로잡았어요, 다른 나라 무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점들이에요. 그리고, 택견 경기를 할 때는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합니다. 예를 들면 발차기는 주로 발꿈치로 하지 않고, 발장심이나 발바닥으로 밀어차서 공격하거든요. 이런 기술은 일반 발길질보다 상대를 덜 아프게 하는 방법이에요.
현존하는 문언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는 왕을 비롯한 모든 백성들이 택견을 즐겨했고, 택견은 무사 선발을 위한 주요 시험 종목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주의 영향으로 택견이 양반들에게 천대를 받고 말지만, 반면에 민중 놀이로 정착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민족 전통무예인 택견을 일본 식민주의 정책은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명분으로 금지시켰답니다.결과적으로, 일본의 민족문화 말살정책은 택견의 전수를 방해한 것입니다.
독립 후, 조선의 마지막 택견꾼인 송덕기씨가 이승만 탄생 기념으로 택견시연을 준비하게 되었는데(1958), 그 많던 택견꾼 중에 한 명 밖에 찾지 못했다는 일화가 있다고 합니다. 이 후, 1964년 한국일보가 인간문화제 송덕기씨에 대한 소개를 통해 택견을 알리려 했으나 별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 초부터 송덕기의 제자인 신한승의 택견 부흥 노력이 부단했고, 마침내 1983년 6월 1일 택견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되었으며, 송덕기와 신한승은 기능보유자로 인정되었습니다.
1984년에는 부산에서 이용복이 주도하는 '한국전통택견연구회'가 사회단체로 발족되고, 민족무예인 택견의 중흥을 주창하면서 택견의 대중화 시대를 맞게 됩니다. 1990년, 택견연구회를 주축으로 '대한택견협회'가 결성됐고, 1991년 1월 14일에는 정부로부터 공익 법인 인가를 받았습니다. 오늘날, 한국에는 약 260여개의 택견 전수관이 있고, 추석이나 단오 등 명절에는 주요 경기 행사가 열리고, 겨울을 제외한 매 달 '겨루기'가 있다고 합니다. 택견의 무예 정신은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인 택견꾼들의 가르침으로 국외에서도 활발히 전수되고 있습니다."
"파리에 택견 전수관 만드는 게 꿈"- 저도 택견은 몰랐어요.
" 한국전통 문화에 좋은 점이 많은데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게 안타까워요."
- 배우의 꿈은 이제 포기한 건가요 ?
"네, 택견 보급을 시작하면서부터요. 하지만 택견에 관련된 영화를 찍는다면 배우로 출연하고 싶어요."
- 배우가 되고 싶은 동기가 있었나요 ?
"엄마가 배우였어요,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국으로 갔죠. 프랑스에 있을 때는 '나'밖에 몰랐어요. 그런데 한국에 가서 '상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한국은 저에게 '나와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준 곳입니다. 이것이 바로 한국 전통 철학의 특징이죠."
- 다른 한국 무술을 해 본 적은 있는지요?
"네, 해동검도와 태권도를 했는데, 왜 태권도 동작이 딱딱하잖아요 ? 저에게는 불편했어요. 그리고 해동검도는 멋있지만 상대를 칼로 내려치는 행동이 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 왜 프랑스인들에게 택견을 알리고 싶었나요?
"택견 너무 훌륭하니까 ! 누군가 그러는데 제가 전생에 한국인이었대요. 이것도 택견을 선택한 이유가 아닐까요?"
- 지금 택견을 배우는 프랑스인들은 얼마나 되나요?
"수련생 20여 명이 등록했습니다. 매주 수요일 금요일 밤 8시30분에서 10시까지 가르치고 있어요."
- 작년에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프랑스 택견 협회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힘든 점은 없었나요 ?
"별로 없었어요. 특히, 문화원장인 최준호님과 Georges ARSENIJEVIC님이 많이 도와주셨죠. 이 분들 덕분에 작년 가을, 문화원에서 '아이들의 꿈'이란 행사로 프랑스 아이들에게 택견을 가르쳤고 문화원의 "Culture Coréenne"란 잡지에도 소개되었어요."
- 혼자 알리고 있나요 ?
" 아뇨, Guillaume PINOT 선생님과 함께 가르치고 있어요, 한국에서 택견으로 만난 친구에요. 이 분도 저처럼 지도자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요."
- 택견을 프랑스인들에게 가르치면 반응이 어떤가요 ?
" 좋아해요. 대부분 수련생들이 수업이 끝난 후, 몸과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어요. 그걸 들으면 행복하거든요!"
- 앞으로의 계획은요?
"지난 6월 13일 파리12구 Place d'Aligre에서 열리는 한국문화공연에서 택견 시범을 보였고요, 또 6월 21일 파리 4구 퐁피두 센터 앞에서 파리음악축제에 참가했습니다. 6월 말부터는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인 태권도 사범과 함께 택견을 보급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유럽 여러나라에서 택견을 보급하려고 해요.
그리고 제 꿈은 파리에 '택견 전수관'을 만드는 겁니다. 지금 파리 동쪽 외곽에 있는 체육관에서 일주일에 두 차례 수업을 하고 있는데 택견을 하다보면 함성이 들어가요. 어떨 때는 이웃으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기도 했죠. 만약 전수관이 있다면 방음 장치를 해서 마음 놓고 할 수 있고, 시간 제한 없이 하루 종일 한국에서처럼 택견을 가르칠 수 있어요."
- 한국에서 받은 첫인상이라면요?
"한국에는 사람이 많고, 모두 바쁘게 사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서울이 매우 큰 도시이고, 자동차도 많고 거리가 너무 넓어요. 그리고 각 동네마다 특색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전통성을 찾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쟝 세바시티앙은 프랑스인들과 한국인들로 이루어진 파리의 '얼쑤' 풍물, 사물놀이 협회에서 북과 장구를 배우면서 회원으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와 다른 이야기를 나누다가 택견 이야기가 나오면 눈빛과 표정이 진지해지는 것을 보고 택견에 대한 그의 열정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답니다.
(마지막 한마디)
인터뷰 제안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택견에 관심 있는 분들은
jsb@taekkyon.fr로 문의하시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다음뷰로 보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