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음식물 쓰레기 보관하기. 생각보다 깔끔하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는, 1인 가구를 위한 최상의 방법이다. 강추!
오마이뉴스
"음식물 쓰레기를 냉장고에 넣자고? 그것만은 정말 못하겠어." 나는 작년까지 해오던 것처럼 냉동실에 넣자고 의견을 냈지만 P선배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냉동실에 음식물 쓰레기를 넣는다는 건 앞으로 함께 살게 될 날들에 어둠의 그림자를 내 손으로 까는, 어리석은 짓인 게 틀림없어 보였다. 더구나 나는 P선배에게 시세보다 싸게 '얹혀' 사는 존재가 아닌가.
띵똥! '공정'한 회의 결과, 매일 조금씩 나오는 우리집 음식물 쓰레기가 응당 있어야 할 곳이 결정됐다. 바로 흑돼지집과 주민센터 사이에 믿음직하게 서있는 '○○구청 공용 쓰레기통'이었다. 물론 구청에서 인정한 당당한 노란 봉투가 아니라 음침한 검은 봉지에 담겨서 말이다. 물론 큰덩어리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노란 봉투에 담아 배출하고 말이다. 사실 난 이런 비양심적인 처리보다는 냉동실 공정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어쩌겠는가, 세입자 신분이니 주인이 하자는 대로 할 수밖에.
"여름엔 노란봉투 비용이 아깝다." 수시로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할 수 있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대부분 1인 가구이거나 1인 가구처럼 쓰레기 배출량이 미미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 대부분은 노란봉투 비용은 아까우나, 봉투가 가득 차길 기다리다 봉투 속에 찬란히 펼쳐져 있는 날벌레의 탱글탱글한 자손들을 지긋하게 바라보기는 어렵다. 또 성공적으로 탄생해 걸음마를 하고 있는 굼벵이들의 유연한 몸짓을 함께 살아가는 자연의 일부로 존중할 수 있는 능력자들은 더더욱 아니다.
잠시라도 그 존재를 잊으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좀비떼 '날벌레'들과 그 외의 벌레 유충들...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날벌레와 새로운 벌레 세계를 창조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음식물 쓰레기는 바퀴벌레만큼이나 무서운 대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 무서움으로 따지자면 하루에 한 두 차례 흑돼지집을 오가는 번거로움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변기에 넣을 수도 없고... 나에게 지렁이 키울 땅을 달라혹자는 음식물 쓰레기가 생기지 않는 음식만 골라 먹는 신개념 식습관에 적응한다거나 변기 투척, 음식물 쓰레기를 말리는 제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또 흔치 않은 경우지만 베란다에 고상한 말로 '환경정화곤충', 지렁이를 사육해 지렁이 밥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나는 지렁이도 그다지 무섭지 않다. 나에게 텃밭이 있었다면 분명 묻었을 것이다. 지렁이님 100분께서는 3일 만에 5kg의 음식물 쓰레기를 해결해 주신다던데... 하지만 난 텃밭도 베란다도 다용도실도 없는 자그마한 주택에 '얹혀' 사는 사람이다. 적지 않은 관리비 부담이 피부로 와닿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으나 아파트 주민이 '완전' 부러울 때가 바로 여름이다.
한때 나 역시 음식물 쓰레기를 말려주는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고 이 제품의 전도사가 되어 동생네, 부모님댁에 놓아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강한 양념을 사용하는 한식을 견디지 못한 필터가 음식물 쓰레기의 악취를 온 집안에 골고루 살포하기 십상이었다. 물론 필터 관리를 잘했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겠고, 개인의 게으름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말이 없는 검은 숯 알갱이 필터의 한계와 상태를 가늠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고, 나에게만 어려운 일이라고는 여겨지지는 않았다.
간혹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모이는 날이면 떳떳하게 노오란 봉지에 담아 골목 어귀에 놓인 음식물 쓰레기통을 열어 보기도 한다. 그 속에서 양심 불량자들이 노란색이 아닌 검은 혹은 투명한 봉지에 담아 넣은 음식물 쓰레기를 발견하면 작은 분노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리집 검은 봉지의 음침한 경로가 떠오르며 곧 그 마음이 수그러들고 동지애가 생겨난다. 지구와 환경보다는 당장 눈앞의 불편함과 위생 현실로 인한 굴복이랄까. 양심은 있지만 이렇게 살고 있다.
1인 가족 위한 음식물 쓰레기 수거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