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이후, 일본 농민들 농업 포기할 듯"

한-일 농업기자, FTA와 대지진 이후 농업을 말하다

등록 2011.09.23 14:16수정 2011.09.23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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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여러 나라들과 FTA를 체결했거나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 농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일본 대지진 이후 6개월이 지났는데 현재 일본 농업의 현황을 말해 달라."

한국농업기자포럼과 일본농정기자협회가 지난 20일 농림수산식품부에서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한-일 농업기자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모임에는 <한겨레> 김현대 기자, <내일신문> 정연근 기자, 일본 'NHK' 오세 히로기 해설위원, <일본농업신문> 다케무라 아키라 기자 등 농업에 관심 있는 한일 기자 20여 명이 만나 각국의 농업 현황과 대책을 논의했다.

 '한국농촌기자포럼'과 '일본농정기자협회' 회원들이 세미나 직전 기념촬영을 했다.
'한국농촌기자포럼'과 '일본농정기자협회' 회원들이 세미나 직전 기념촬영을 했다.서동일

한국농업기자포럼의 주 관심사는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농업의 현황과 대책이었다. 일본농정기자협회 오세 히로기 단장은 "일본 동북부지역은 대규모 곡창지대이자 수산업의 중심지인데 쓰나미로 농지 2만 헥타르가 물에 잠기는 등 약 2조 엔의 피해를 입어 옛 모습으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농림수산성에서는 3년 내에 복구를 하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농가들이 농업을 포기하는 현상을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원자력발전소 사고에 따른 농수산물 오염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까지 일부 지역에서는 방사능 수치가 높게 나오고 있다"며 "일본 정부는 일정 수치 이하로는 인체에 해가 없다고 말하지만 소비자들은 믿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고로 일본 농수산물 수출입 여부와 검사방식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원전 사고가 일본 농수산물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본농정기자협회의 관심은 한국의 FTA(자유무역협정)였다. 일본은 현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 or Trans-Pacific Strategic Economic Partnership) 참가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일본 기자들은 TPP에 참여하지 않고 미국, EU 등과 독자적으로 FTA를 맺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 농민들의 반응, 정부의 대응책 등을 알고 싶어 했다.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산업과 김홍우 과장(오른쪽)이 한미FTA에 관한 일본측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산업과 김홍우 과장(오른쪽)이 한미FTA에 관한 일본측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서동일

"FTA 상대국은 모두 농업강대국, 한국 큰 피해 예상"

<농민신문> 김상영 기자는 "한국이 이미 체결했거나 협상을 하고 있는 FTA의 특징은 상대국들이 모두 '농업강대국'이라는 점, 그리고 개방화 수준이 매우 높다는 점"이라며 "쌀을 제외한 모든 것을 개방한 한미FTA만 보아도 신선채소, 곡물류를 제외한 다른 부문에서 큰 피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같은 반대운동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일본측 질문에 <농민신문> 최상구 기자는 "미국과 오랜 시간 협상이 진행되면서 점차 국민적 관심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한미FTA가 이미 많은 것을 내줬기 때문에 이후 협상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란 부정적 인식이 퍼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것이 FTA에 동의했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내일신문> 정연근 기자는 FTA를 보는 다른 시각도 많다고 소개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당시 한국 농업은 곧 망할 것이란 예측이 많았으나 실질 생산성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이는 한국 농업이 개방에도 견디는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외 농산물이 가격경쟁력에서 앞서는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안전성, 친환경 등 다른 요인에 집중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어 FTA가 한국 농업이 변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일본전농중앙회 시게노 도쿠오 전무가 한국쪽에 질문을 하고 있다.
일본전농중앙회 시게노 도쿠오 전무가 한국쪽에 질문을 하고 있다. 서동일

축산업계 보호를 위해 사료안정기금을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상황에 대해 말해 달라는 <축산신문> 김영란 기자의 요청에 일본전농중앙회 시게노 도쿠오 전무는 기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2008년 곡물 가격이 상승했을 때 사료안정기금으로 축산농가들이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1년 정도 지나 기금이 바닥을 드러냈고, 이후 정부가 기금을 조달했지만 리먼 쇼크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료안정기금은 사료값이 급등했을 때는 효과가 분명 있지만 계속 고가로 유지될 경우 그 효과는 크게 떨어집니다."

농업기자들의 반성"언론 무관심이 농촌 황폐하게 했다"

한국농업기자포럼은 한국 농업에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로 농림수산식품부 출입 기자 30여 명이 결성한 모임이다. 올 3월부터 매달 한번씩 농업 관련 주요 이슈들을 정해 토론한다. 농업이 외면당하는 큰 이유를 언론의 관심 부족에서 찾는다.

일본농정기자협회도 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일반지, 전문지, 통신사, 방송국 등의 기자와 편집자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매년 4차례 현안을 주제로 연구회나 토론회를 갖는다. 이번 모임은 한국의 FTA가 농업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19일부터 5일간 한국을 방문한 일본농정협회에 한국농업기자포럼이 만남을 제의하면서 이뤄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서동일 #농림부 #농촌기자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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