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공공성을 생각해 봅니다

[주장] '반값 등록금' 실현합시다

등록 2011.10.04 19:35수정 2011.10.0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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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벌써 가을입니다. 밤에 잘 때는 창문을 꼭 닫아놓고 자야 할 정도로 날씨가 쌀쌀해졌습니다. 싸늘한 아침 공기에 반사적으로 몸이 부르르 떨립니다. 정말 가을인가 봅니다.

날씨는 추워지고, 세상의 관심은 굵직굵직한 것에 몰려듭니다. 어제 있었던 서울시장 야권단일 후보 선출, 이명박 정권의 실세들이 지속적 혹은 불규칙적으로 접대를 받거나 '후원'을 받았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 사회 '정상인'들의 무관심, 무감각을 일깨운 '도가니' 열풍...

상대적으로 요새 좀 관심을 잃은 감이 없지 않습니다만, 젊은 청년들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렇지요. '반값 등록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90년대 중반 학번이라 지금보다는 훨씬 액수가 낮은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다녔습니다. 등록금 고지서의 처음 숫자가 2자로 시작하지 않았으니 지금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했지요. 졸업할 때에는 아마 2자로 넘어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분명 '액수'로만 따지면 지금보다는 저렴했던 것이 맞을 겁니다.

그러나 그때 당시에도 대학을 '우골탑'이라 부르며 시골에 사는 부모님들이 '소를 판' 돈으로 자식을 가르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등록금에 대한 부담은 그때나 지금이나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지요. 그래도, 그때는 지금처럼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전선으로 내몰리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방과 후, '과외'를 하는 하거나 방학 때, 용돈을 버는 이들은 분명 그때도 있었지만 지금처럼 학업에 지장을 줄 정도로 '돈 벌기'에 혈안이 된 학생, 그리고 그렇게라도 해야하는 처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글쎄요. 어떤 사회를 분석하거나 교육과 같은 전문적 지식이 미약한 제가 이런 말을 쉽게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늘상 사회의 '公(공)'적인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공과 사를 나누는 것 말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사회'가 보다 큰 책임을 져야하는 부분, 그런 영역 말이지요.

뭐, 이런 겁니다. 배우는 학생들의 교과서는 아무나 쓴다고, 그리고 그냥 잘 썼다고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전문적인 위원회가 존재하고, 그것을 꼼꼼하게 심사하여 '채택'하거나 '인준'을 합니다. 뭐, 요즘에는 별의별 교과서가 다 있고, 각 교과서마다 소소하게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요. 그래도 그 교과서들은 위에 언급한 과정을 거칩니다.


요새 교과서 심의하면서 '자유민주주의', '녹색성장' 같은 용어들을 교과서에 삽입하느라 문제가 불거졌다는 말을 들으면 꼭 그 위원회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지요.

요는 '교육'이란 것처럼 사회가 책임지는 '공'적 영역이 분명 존재하고 그것이 침해당하면 안 된다는 것이겠지요. 교육정책이라는 것이 워낙 무수히 변하고, '공교육'의 문제가 끊이질 않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보면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한 사회의 미래 구성원을 건강하게 '길러내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보편적 지식 수준과 개발 능력, 그리고 인성... 뭐 교육을 통해 확보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낸다고 할까요? 그것이 잘,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겠지요.

이런 의미에서 보면, 교육은 그 사회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지금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점 은퇴할 수밖에 없고, 그 자리를 '건강하게 자란' 새내기들이 채우는 것이겠죠. 그렇게 사회 구성원들을 길러내는 교육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정말 교육만큼 중요한 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리고 다수의 '미래의 인재'들은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갑니다. 어찌보면 이제 대학은 '공부 좀 한다'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 아닌, 뭐라 할까요? 필수적인 요소? 정도가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대학간다고 다 성공하는 것도, 다 행복하게 사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해 보람을 느끼고 더 만족스러운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들 분명 많습니다. 하지만 일단 '다수'가 걷고 있는 사회 진출의 코스이니 '대학'은 당연히 미래의 구성원을 길러내는 주된 통로임에는 분명하겠죠.

그런데, 미래의 구성원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갈고 닦아도 시원치 않을 판에 이들은 그 대학에서 '성적', '노력' 등의 요인이 아닌 경제적인 이유로 학교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많아집니다. 물론, 지금 대학에서 배우고 공부하는 것들이 '잘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학 사회도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닌 여러 것들을 경험하고 배워가는 그런 '축소판'같은 곳이겠지요. 대학 교육의 내용이 훌륭하다고만 할 수도 없고, 그 안에도 매우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 말입니다. 그러나 학교 안에서, 혹은 그 구성원들 사이에서 보다 많은 '단련'이 되어야 할 학생들이 '저가 노동자'로 내몰리는 현상은 결코 옳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습니다. 대학 등록금 비싼 것, 크게 문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가, 국가가 그것을 용인하고 있는 것도 나름 크게 문제가 있습니다. 미래의 구성원을 길러내는 대단히 공적인 영역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학생들이 정작 그 영역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발목을 붙잡혀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마 누가 들어도 난센스겠죠.

아마, 다는 아니더라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왜 이걸 바꾸지 못하고 있을까요?

제가 대학다닐 때에도 그랬지만, 한국 사회 대부분의 대학은 '사립'입니다. 그런데, 그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데 들어가는 돈의 대부분은 '미래의 구성원' 학생들에게서 나옵니다. 그리고 웬만한 사립대학은 거의 국가로부터 보조금까지 받지요.

'사립'이라면 학교 운영 정도는 자기 돈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은 학생등록금에 최소 50% 이상을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50%라는 숫자보다 높으면 높았지 절대 낮지 않지요.

속칭 잘 나간다는 명문 사립대학들은 '재단 적립금'이라는 것을 수천억씩 쌓아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명문 사립대학들의 등록금 인상률은 절대 낮지 않지요. 수천억이나 되는 돈을 통장에 쌓아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돈들은 '돈 벌기'로 내몰리는 학생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교육, 국방, 행정, 경찰 등등 사회의 공적 영역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우리는 112에 범죄신고를 하고, 경찰의 도움을 받는다고 사용료를 내지 않습니다. 119에 화재 신고를 하고 소방관의 도움을 받는다고 그 이용료를 내지도 않습니다. 군에 입대하면 의복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군에서 지급하지 개인이 구매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이 되기 때문이지요.

교육 부분에도 적지 않은 세금이 투입이 됩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것들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교육이라는 것의 '공공성'을 놓고 생각했을 때, 예비 사회구성원을 건강하게 길러내어야 한다는 그 기본적인 목적을 놓고 생각했을 때, '반값 등록금'은 구호에 그쳐서는 절대 안 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반값 등록금' 혹은 그로 대표되는 교육비용의 적정 부분을 사회가 책임지는 것, 그리고 그것을 올바르게 운용하는 것...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 논의는 매우 절실한 것입니다.
대학을 다니는 사람의 입장에서나, 자식을 대학에 보낸 학부모의 입장에서나 그리고 앞으로 스스로 대학에 가거나 대학에 자식을 보낼 예비 대학생, 학부모의 입장에서나 말입니다.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그냥 스러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논의가 무럭무럭 자라 부디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고, 중지를 모으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꼭 주된 논제가 되고, 현재 대학을 다니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지 간에 상관없이 '후보'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뿐이 아닌 전반적 공교육 시스템에 걸쳐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만, 최소한 경제적 능력에 의해 학업을 포기하거나, 어쩔 수 없이 등한시할 수밖에 없는 이 현실에 대한 논의가 무척이나 급하게 느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반값 등록금 #교육의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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