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팔, 다리에 마비가 온 이후 지팡이에 몸을 의지해 걷는 고씨. 화장실 한 번 갔다 오려면 일반 사람보다 5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윤성혜
현재 있는 요양병원에는 월 50만~60만 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미 400만 원 정도 병원비가 밀려서 꼭 받아야 할 팔다리 재활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건강했을 때는 자가 주택도 있고, 경제적으로도 큰 불편 없이 살았던 중산층이었지만 고씨의 사고와 남편(51)의 퇴직이 겹치면서 집안 형편이 크게 기울었다.
첫 수술비용은 학교 운동부 감독을 했던 남편의 퇴직금과 고씨가 20여 년 전에 가입했던 보험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병원비가 계속 들어가고, 빚이 쌓여 결국 1억여 원에 집을 팔아 '빚잔치'를 했다. 현재 남편은 함안에 있는 24평짜리 임대아파트에 월 16만원을 내고 살고 있다.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남편과 병원에 있는 고씨에겐 일정한 수입이 없다. 남편도 고혈압 등 건강에 문제가 있어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기초생활 수급자로 월 몇십만 원이라도 지원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조차 여의치 않았다. 동사무소에 문의했더니 아직 남편에게 근로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이혼해야만 고씨가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내가 어떻게 이혼을 하겠어요? 이혼하면 남남이 되는 건데요. 정부 도움 조금 받으려고 가정을 파탄 낼 수는 없잖아요."이전에 보험설계사로 일했지만 10년 전부터 앓게 된 고혈압 병력 때문에 정작 자신은 의료관련 보험을 하나도 들지 못했다. 그나마 병원비에 보탰던 보험금은 20년 전 건강했을 때 가입했던 것이었다. 지병이 있으면 설계사라도 보험가입을 못 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저 약 하나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불편한 몸과 생계의 어려움, 늘어나는 빚 부담이 고씨를 짓누르지만 더욱 마음 아픈 것은 두 아들의 처지다. 큰아들(25)은 월급도 얼마 안 되는 하청업체에 다니는데, 자신의 빚 때문에 아들 월급이 압류될까 걱정이다. 작은아들(21)은 한창 대학 캠퍼스를 누벼야 할 나이지만, 등록금을 못 내 휴학하고 지금은 입대를 앞두고 있다. 작은아들은 운동을 좋아하는데, 돈 때문에 학교 운동부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아이들 때문에 제일 가슴이 아파요. 또래들은 학교에 잘 다니는데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운동도 못하고…. 너무 미안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