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어른, '사나이 의리' 꼭 지키겠습니다"

살아생전 나를 보듬어주신 장인어른의 49재를 지내며

등록 2011.11.30 21:20수정 2011.12.0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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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의 제일 동쪽 마을인 진산리. 장인어른의 무덤에서 보이는 풍경 ⓒ 박문수

청산도의 제일 동쪽 마을인 진산리. 장인어른의 무덤에서 보이는 풍경 ⓒ 박문수

장인어른께서 5주 전에 별세하셨다. 혈액암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병명으로 판명 받은 지 6개월만에 돌아가셨다. 경기도의 국립암센터에서 치료가 가능하다 하여 갖은 치료를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신이 있는지 늘 의문이다. 신이 계시다면 묻고 싶다. 정말 선하고 평생 남들을 위하며 부지런히 열심히 사시는 분들을 꼭 하늘나라로 먼저 데리고 가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따지고 싶다.


장인어른은 전라도 완도군 청산면의 청산도가 고향이시다. 영화 <서편제>의 촬영지가 되었던 바로 그곳이다. 20세에 이곳 부산으로 오셔서 외항어선 기관장으로 한 때는 이름을 날렸다 한다. 장인어른 밑에서 일한 기관사 중 기관장으로 된 사람이 10여 명 된다니 믿을만한 말이다.

 

장인어른은 자자손손 경남 창녕이 고향인 나를 맏사위로 받아주셨다. "자네가 종손이라 제사가 많고 가족이 많은 집안으로, 우리 딸은 아무것도 할 줄 몰라 자네하고는 맞지 않네"라며 반대를 하셨지만 곧 결혼을 허락하셨다. 나를 극진하게 보살펴 주셨고, 처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도 딸인 아내보다는 사위인 나에게 먼저 말해주고 의논을 하였다.


장인어른은 고향인 청산도에 조상의 산소가 있기에 벌초나 시제 때만이 아니라 선산을 관리해야 하는 일로 청산도를 일 년 중에 자주 오고가셨다. 다녀오실 때마다 "나는 청산도에 묻히고 싶지 않다, 너무 멀고, 바람 불면 못 가고, 너희들이 자주 찾아오지도 못할 것이다" 하시며 부산근교의 산소를 여러 해 찾아다니시곤 했다. 돌아가시기 2주 전까지도 이런 장인어른의 걸음은 계속 되었다.


그러다 당신의 굵은 목소리로 나는 어디에 묻히고 싶다고 말씀도 못하시고,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 돌아가셨다. 돌아가시고 몇 번의 가족회의와 장모님의 고향 역시 청산도이니 선산이 있는 청산도를 선택하게 되었다.

 

장인어른을 청산도에 모시고 돌아오는 '무거운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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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마을에 도착하니 마을 청년회에서 꽃상여 준비와 매장 일체를 해주었다. ⓒ 박문수

고향마을에 도착하니 마을 청년회에서 꽃상여 준비와 매장 일체를 해주었다. ⓒ 박문수

발인을 하는 날 부산의 날씨는 비바람이 너무나 강했다.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기 위하여 새벽 한 시에 부산을 출발하였다. 이러한 날씨라면 배가 출항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서도 할 수 없는 일이였다. 다행히 완도에 도착하니 비는 내리지 않았고 바람도 잠잠하여 배가 운항돼 무사히 장인어른을 고향 선산에 모실 수 있었다.


예전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3년 상도 치루었다 하고, 지금도 화장을 하지 않고 매장을 하였을 경우, 매장 후 3일이 되는 날 무덤을 찾아 제를 올리는 삼우제는 기본적으로 지내고 있다. 산소가 뒷동산에 있고, 아니 근교에만 있어도 삼우제는 지내는 것이 도리이고,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형제들이 전국 각지에 살고 하니 어서어서 배를 타고 청산도에서 나와야 했다. 이것은 아니다 싶고 마음이 슬프고 슬펐다.


다행히 가족회의에서 49재를 지내자는 데 의견을 모아 장인어른의 영가에 대한 49재를 올리게 되었다. 4년 전 시어머니의 49재를 모시면서 경험한 큰 딸인 아내의 선택에 따라 창녕군의 청련사에서 모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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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어른의 49재를 치루고 있는 절. 창녕군 계성면 화왕산 줄기 영취산의 청련사 ⓒ 박문수

장인어른의 49재를 치루고 있는 절. 창녕군 계성면 화왕산 줄기 영취산의 청련사 ⓒ 박문수

꼬마일 때부터 절에는 다녔지만 불교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스님께 49재가 무엇이냐고 여쭈었더니 "사람이 죽게 되면 몸은 죽었지만 영혼, 영가는 죽지 않으며 속세와의 인연을 이어 대개의 영가가 49일 정도는 머문다고 보고 7일마다 한 번씩 재공양(齋供養)을 올린다"라는 데서 온 것이라 했다. 유교의식인 제사의 형식과 다를 바 없지만 목욕하고 깨끗이 한다는 의미의 재자인 재(齋)한 몸으로 공양을 올린다는 의미인 것임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49재를 지내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는가 보았더니, 형편이 허락하는 대로 첫 재와 막 재만 지내는 사람, 3번의 재를 지내는 사람, 7일마다 매번 지내는 사람, 날짜도 가족들이 가장 모이기 쉬운 휴일을 선택할 수 있고, 다양했다.


이러한 49재라는 것이 있어 여러 가지 사정으로 마음의 아픔을 달랠 수 있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고 본다.

 

장인어른께


장인어른이 갑자기 떠나신 지 5주. 벌써 세월은 계절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통증이 심하여 병원으로 가실 때 이번에도 간단한 치료만 하시고 돌아오실 줄 알았습니다. 아픔이 심하여 주사와 통증을 줄인다는 패치를 부착하시고서는 계속 잠만 주무시다가 말씀 한 마디 못하시고 부산으로 같이 내려오신 지 이틀만에 영영 저희 곁을 떠났습니다.


무슨 일이, 이런 일이 있는지 놀라고 안타까워 눈물도 나지 않았습니다.


집사람이 오히려 위로를 합니다.

"누구든지 사람은 죽는다"고 말입니다.


늘 챙겨주시고,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며 고기를 잡으며

배를 탔던 이야기, 같이 두었던 바둑, 미래의 삶의 이야기…

늘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장모님을 잘 모시고, 형제들과 잘 지내고, 집 사람 고생 시키지 않고 끝까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사나이끼리의 지켜야 할 의리임을 알고 꼭 지키겠습니다.

 

사위 박문수 올림

#청산도 #장인어른 #49재 #장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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