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이윤 남기는 버스 놔두고 150원 인상?

[주장] 서울시, 적자 시민에게 전가... 해답 아니다

등록 2012.02.03 15:47수정 2012.02.0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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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 1월 25일, 교통요금(카드 기준) 150원 인상을 골자로 하는 대중교통 요금조정(안)을 확정했다. 무려 17%나 되는 교통요금 인상의 근거로는 물가 상승, 무임수송비 증가, 수도권환승할인, 노후시설개선 투자비 등을 들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미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의 '공공요금 인상 관련 의견 청취안' 채택에 대해 "올려도 충분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서울시 채무현황이나 압박요인 등을 고려하면 올릴 수밖에 없는 객관적 상황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덜 압박을 미칠 수 있는지, 우리가 더 노력할 부분은 없는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150원 인상안이 과연 충분한 고민과 노력의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진보신당, "운송원가 산정 방식이 문제"

 1월 30일,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인상에 대한 진보신당 서울시당 기자회견 사진
1월 30일,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인상에 대한 진보신당 서울시당 기자회견 사진진보신당 서울시당

1월 30일,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계획에 대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상의 타당성, 인상의 목적성 모두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진보신당에 따르면, 버스·지하철의 운송원가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으며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한다면, 현재 서울시가 주장하는 적자 수준은 대폭 감소한다.

700억 원 이윤 보장에 대한 서울시 해명
"과거 버스 준공영제 실시 이전에는 버스업체들의 과잉 경쟁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낮았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다. 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되면서 서울시는 버스 노선에 대한 권한을 가져오는 대신 비용을 보상하기 시작했다.

표준운송단가 항목 중에 '이윤'이라는 게 있다. 전체 표준운송단가 중 이윤은 2.7%를 차지하는데, 버스 한 대 당 2만4980원의 적정이윤을 지급하고 있다. 서울시내 모든 버스의 적정이윤을 합치면 700억 원 가량된다. 서울시가 예산을 들여 별도로 이윤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 버스 한 대 당 산정된 비용(약 60만 원 가량)의 부족분을 서울시가 지원해주는 것이다."

- 서울시 도로교통본부 관계자

먼저 버스의 경우, 준공영제 시행 이후 적용되는 표준 운송원가는 기존의 버스사업자가 제출한 운송원가를 기준으로 협의해 확정한 가격이다. 따라서 실제 시범운영에 따른 실계측비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운송원가의 산정기준 자체가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시의 주장대로 버스 운송원가가 현재 비용에 비해 높다고 한다면, 버스 준공영제 실시 이후 서울시내 버스운송업체의 영업이익이 실시 이전보다 400억 원 넘게 증가한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그뿐 아니라 서울시는 준공영제 실시 이후 매년 700억 원 이상의 이윤을 운송회사에 보장해주고 있다. 운송회사가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는 상황에서 수백억 원의 사업자 이윤을 고정으로 지원하면서, 이를 철회할 생각보다는 요금을 인상한다는 발상을 먼저 떠올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막무가내 요금인상이 전부 아냐


지하철 역시 마찬가지다. 지하철은 단순히 운임으로 인한 수익뿐 아니라, 지하철 역사 공간을 통해 지하철공사가 수행하는 각종 부대사업과 기타사업을 통한 수익도 존재한다. 2010년 기준으로 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 양대 지하철공사의 부대사업 이익만 1479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지하철공사는 운임 원가를 계산할 때 운송수입만을 기준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실제 운임 원가비율은 서울시의 발표와 상당히 차이가 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지하철의 경우 수송인원을 추산하는데 있어서도 구간별 승차인원만 계산하는지, 아니면 환승으로 인한 유입인원도 포함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데, 현재 서울시가 밝히고 있는 운송원가에는 수송인원에서 40만 명 정도가 추가로 계산됐다. 이처럼 수송원가 산정 기준을 어디에 두는가에 따라 적자 비율은 크게는 10%까지 뻥튀기로 상승한다.

수도권 환승유입 인원 문제는 2007년 대중교통요금 인상을 하면서 서울시가 내건 요금 인상의 반대급부였다. 당시 서울시민들이 내는 요금은 인상되지만, 수도권 환승 할인이 되니 이용이 편리해진다고 홍보한 당사자인 서울시가, 불과 4년만에 말을 바꿔 '자신들의 방침 때문에 적자가 나니 이용자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2009년 지하철공사 운송원가 기준 산출내역 ▲ 조건 1 (서울시 주장) : 운수수익에 부대사업/기타사업 수익 미포함 + 연간수송실적에 환승유입인원 포함 
▲ 조건 2 : 운수수익에 부대사업/기타사업 수익 미포함 + 연간수송실적에 환승유입인원 미포함 
▲ 조건 3: 운수수익에 부대사업/기타사업 수익 포함 + 연간수송실적에 환승유입인원포함 
▲ 조건 4: 운수수익에 부대사업/기타사업 수익 포함 + 연간수송실적에 환승유입인원 미포함
2009년 지하철공사 운송원가 기준 산출내역▲ 조건 1 (서울시 주장) : 운수수익에 부대사업/기타사업 수익 미포함 + 연간수송실적에 환승유입인원 포함 ▲ 조건 2 : 운수수익에 부대사업/기타사업 수익 미포함 + 연간수송실적에 환승유입인원 미포함 ▲ 조건 3: 운수수익에 부대사업/기타사업 수익 포함 + 연간수송실적에 환승유입인원포함 ▲ 조건 4: 운수수익에 부대사업/기타사업 수익 포함 + 연간수송실적에 환승유입인원 미포함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서울시가 소비자 물가 상승을 이유로 든 것이야말로 대중교통의 공공성에 비춰봤을 때 그 목적에 맞지 않는 것이다. 당장 서울시의 계획대로 150원 요금 인상이 진행될 경우 소비자물가가 0.08%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 물가지수가 상승해 서민경제가 어려워지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지, 소비자 물가지수가 상승했으니 교통요금을 인상해 서민 경제에 더욱 압박을 가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

진보신당 서울시당은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은 대중교통체계 개선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버스와 지하철의 원가산정방식의 적절성에 대한 공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 막대한 서울시민의 세금이 들어간 버스준공영제에 대한 공개적이고 투명한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지하철 양 공사의 통합까지 고려한 관리비용 감축계획을 고민해야 한다.
▲ 티-머니와 유-패스 등 이용자의 요금에서 보장되는 민간사업자의 수익부분은 사실상 대중교통이라는 독점적 시장에서 발생하는 것임으로 이를 이용자의 혜택으로 환원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 이미 사문화된 최소운영수익보장 조항이 포함된 지하철 9호선 협약을 갱신하고 합리적인 지원방안을 새롭게 모색해야 한다.
▲ 서울시 대중교통정책에 실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용자 대표가 다수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버스준공영제 시행 이후 버스운송업체에 지원되는 막대한 예산이 과연 필수적인 것인지 따져보고, 공공성이 강한 교통카드사업을 민간사업자의 수익 사업으로 놔두기보다는 서민들의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영화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지하철 광고사업자들에 대한 연간 200억 원 규모 특혜와 특정사업자에게 연간 400억 원 규모의 특혜성 청소용역 계약을 맺고 있는 것 역시 시급하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박 시장은 후보 시절 "사전논의를 통해 인상에 대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적자를 시민들에게 전가시키는 방식의 요금인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던 스스로의 말에 책임을 지기 바란다. 막무가내 요금 인상이 아니라 운영 기관의 혁신과 자구 계획이 포함된 종합적 대중교통 개혁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예찬 기자는 진보신당 당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예찬 기자는 진보신당 당원입니다.
#대중교통요금 인상 #서울시 #박원순 #진보신당 #버스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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