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 룸시골은 한 티 룸. 모든 물품과 가구들은 옛 것 그대로 이다.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살린 듯한 모습이다
조혜리
영국의 홍차, 그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티 룸. 영국 홍차를 이야기하려면 티 룸의 이야기가 빠져서는 안 된다. 영국에서 홍차가 시작된 것은 17세기경, 유럽으로 차라는 음료가 들어오면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유럽인들을 유혹하여 수많은 이야기와 전설을 만들어 낸 이 붉은빛의 음료는 21세기인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을 사로잡은 대중적인 음료. 특히나 홍차에 대한 유명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영국은 '홍차의 나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에서 티 룸의 역사는 홍차의 역사에 비하면 조금 짧다. 무려 2세기나 더 지난 뒤에야 생겼기 때문이다.
처음 홍차를 마셔볼 수 있었던 공간은, 17세기에 생긴 커피 하우스(Coffee House)라는 곳이었다. 지금으로 치자면 영국의 펍과 카페가 합쳐진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이때에도 아직은 홍차보다는 커피와 주류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커피 하우스는 남자들만의 공간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성 주의적 성향이 진했던 시대에 여자들의 외출은 상당히 자제되면 편이었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대체로 집안의 응접실이나 정원에 손님들 초대하여 사교 모임을 했다. 티 룸이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여성들에게는 커피보다는 홍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더 강했기 때문이다. 최고의 티웨어(차를 마시기 위한 다구들)를 준비하고, 맛있는 티푸드(차와 즐기기 위한 간식들)를 만들고, 집안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것은 그녀들의 최고의 일거리이자 자랑이었기 때문이다. 이 당시에는 여주인들을 위한 완벽한 티파티 가이드 저서들까지도 나올 정도였다고.
1880년대에 유명했던 티 룸은 스코틀랜드 글라스고 우에서 스튜어트 크랜스톤이 세운 티 룸과 그와 비슷한 시기에 런던의 에어레이트 제과점(Aerated Bread Company, 축약하면 재미있게도 ABC가 된다)이 차와 케이크, 빵을 메뉴로 내놓으면서 본격적인 티 룸을 열게 된 곳으로, 기록상으로 남아있는 최초의 티 룸들로 여겨진다. 이들이 성황을 이루게 된 요인으로는 홍차를 선호하는 여성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을 선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차를 즐길 수 있는 티 룸. 빼곡히 적혀있는 메뉴들을 보기만 해도 행복하겠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세트 메뉴와 디저트들은 그 이상의 기쁨을 선사할 것이다. 그런데 식당도 아니고 패스트푸드 점도 아닌데 세트 메뉴라니? 하지만 이 세트 메뉴들이야말로 티 룸을 찾아갈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이유들 중의 하나일 것이다.
영국 티 룸, 언제 어디서든지 꼭 만날 수 있는 크림 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