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의 부재가 우리에게 남긴 것

[주장] 시청자의 볼 권리를 보장받고 싶다면... 총선을 주목하라

등록 2012.03.24 17:31수정 2012.03.2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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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보통 잠에서 깨면 제일 먼저 시계를 본다. 곧바로 시간을 체크하고 그 시간을 기준으로 오늘 하루 일정들과의 남은 거리를 대략적으로 가늠하며 일상을 시작한다.

대개 시간이라는 개념은 '몇 시 몇 분'이라는 약속된 언어체계를 통해 각자에게 입력되기 마련이다. 헌데 의심할 여지 없이 공고히 구축된 약속체계가 맥없이 힘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바로 토요일이다. 물론 토요일이란 이름이 전해주던 여유와 설레임 등의 가치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많은 사람들은 토요일만 되면 다른 요일과는 명백히 다른 기준으로 시간을 헤아린다. 예를 들어, 토요일 오전 10시쯤 일어난 이가 시간을 헤아리는 방식은 대충 이러하다. '음, 무한도전 8시간 전이군.'

적어도 일명 '무도빠'(<무한도전> 애청자)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이들에게 있어서 토요일이란 개념은 이제 무한도전을 통해서만이 온전히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불완전한 실체가 돼버렸다. <무한도전>이 이전의 7주째 결방이라는 기록을 갱신하고 8주째 결방이라는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지금, 필자를 비롯한 수많은 '무도빠'들은 토요일을 통째로 잃어버린 기분을 느끼고 있다. 말하자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잃어버린 셈이다.

조속한 시일내에 방송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MBC 노조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시민들은 불안과 공허함 그리고 체념의 목소리를 높이며 금단현상이라는 견디기 힘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곧바로 각종 포털의 검색어순위를 통해 표출될 정도로 시민들의 결핍은 깊어진 상황이다. 결핍은 추구의 원동력이라 했던가. 8주간의 <무한도전> 결방이 쌓아올린 '거대한 결핍'은 평소 정치나 사회에 무관심했던 이들도 MBC 노조 파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파업 이전의 상황들을 복기하는 이들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 복기의 노력으로부터 어떻게 해야 <무한도전>이 다시 정상적으로 방송될 수 있을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우선 <무한도전>이 정상적으로 방송이 되려면 당연히 MBC 노조 파업이 끝나야 한다. 그리고 파업이 끝나기 위해서는 노조 구성원들이 파업을 단행한 목적이 제대로 달성돼야 한다. MBC 노조가 파업을 통해 요구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사건의 개요는 대강 이러하다. 지난 1월 25일, MBC기자회는 왜곡·편파 보도의 책임을 물어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했고, 1월 30일에는 시사교양국과 예능국의 구성원들이 합류하며 현재까지 8주째 노동조합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은 여전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강경하게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파업은 그 끝을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무한도전을 다시 볼 수 있으려면 결국 김재철 사장을 물러나게 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은 무엇인지를 고찰해봐야 한다.

MBC를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있다. 즉 김재철 사장을 선임한건 방문진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방문진에서 이사장을 지냈던 김우룡씨가 한 언론과 했던 인터뷰 내용이다. 그는 "(김재철 사장 선임은) 청와대 뜻과 무관하지 않은 낙하산 인사였다"며 "낙하산 인사라도 제대로 된 사장이라면 정치적 등거리를 유지해야 하는데 모두 하수인 같은 짓을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 인터뷰 내용을 통해 추론해 볼 수 있는 것은 멀게만 느껴지던 <무한도전>과 정치와의 거리는 이제 그 틈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좁혀져 있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는 <무한도전> 결방과 '정치'와의 연결고리를 인식하고 이를 풀어낼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정권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언론 탄압이 지속되는 한 공영방송이 지켜야할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보도라는 가치는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한 피해는 지금 겪고 있는 바와 같이 고스란히 시청자의 몫이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4월 11일에 열리는 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방송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결정은 정치적 영역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집회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각 방송사들의 노조 파업도 파업이라는 행위 자체만으로 뭔가를 얻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파업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서 정치권에 압박을 가함으로써 정치인들로 하여금 실질적 결정을 내리게 하려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주 임무는 입법활동과 대정부 감시활동이다. 현재로선 그들의 활동을 통해서만이 시청자의 알 권리와 볼 권리를 무시한 현정권과 관련인사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이 사태를 정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4월 11일 총선은 그 임무를 수행할 국회의원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는 날이다. <무한도전>의 정상 방송을 위해 그리고 언론이 참언론으로서의 사명과 가치를 회복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 권한이 우리 시민들에게 주어진 시점인 것이다. 여당과 야당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는 읽는 이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무한도전>을 보고 싶은가. 그를 통해 토요일이 전해주는 즐거움과 행복을 되찾고 싶은가. 그렇다면 투표하자. 그리고 이제는 내가 보고싶은 프로그램을 더이상 아무런 제약 없이 마음껏 보자.
#무한도전 #MBC노조파업 #유재석 #김재철 #4.11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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