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 청년, "한국과 희망 나누고 싶습니다"

라이베리아 NGO 활동가 저메인 블레이크 인터뷰

등록 2012.04.06 16:39수정 2012.04.0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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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이태원으로 가는 버스 타는 곳이 맞나요?"

아프리카 악센트가 약간 섞인 영어로 길을 묻는 그를 우연히 만난 것은 인천공항의 한 버스 정류장이었다. 얇은 옷차림에 추위가 익숙하지 않은 듯했지만, 그의 눈빛과 말투에서는 보기힘든 생생함과 총기를 찾을 수 있었다. 지난 5일 이태원 한 카페에서 약 반 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 그는 젊지만 조국 라이베리아의 상황을 개선하려는 강한 열정과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라이베리아의 사정이 대한민국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와 대화하면서 힘든 여건에서 열정을 가지고 전진하려는 그의 이야기를 글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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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베리아에 대해 소개하는 블레이크씨 ⓒ 이주한


"라이베리아는 재건에 몸부림치고 있다"

- 자신에 대해 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라이베리아에서 온 저메인 임마뉴엘 블레이스(Germain Immanuel Blaise)다. 라이베리안 유스 인베스트먼트 오거니제이션(Libarian Youth Investment Organization)의 창립자이자 대표이며, 동기부여 연사(Motivational Speaker)로 활동하고 있다."

-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됐나.
"한국은 이번이 두 번째고, 런던에 살고 있는 친형으로부터 한국의 선진화된 의료 서비스에 대해 소개받아 2008년 여름에 처음 방문했다. 이번에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예정이고, 이와 더불어 내가 활동하고 있는 NGO의 한국 파트너를 찾고 싶다.

-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NGO에 대해 설명해 달라.
"라이베리안 유스 인베스트먼트 오거니제이션(이하 L.Y.I.O.)은 라이베리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지역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 아프리카 청소년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강한 열정을 가지고 세운 비영리 단체다. 우리는 교육, 의료, 직업, 위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을 통해 조국과 아프리카 지역 그리고 세계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 왜 L.Y.I.O.를 조직하게 되었나.
"라이베리아는 1989년부터 2003년까지 14년에 걸쳐 내전을 치렀다. 내전 기간 동안 소년병, 대량학살, 대량 강간 등으로 나라가 크게 상처를 입었다. 2006년 엘렌 존슨 설리프(아프리카 대륙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201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로 정세가 많이 안정되었다. 지금 라이베리아는 재건에 몸부림치고 있다. 재건 단계에서 발전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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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I.O.의 정부 등록 문서를 보여주며 단체를 소개해주었다. ⓒ 이주한


- 발전 단계(developmental level)로 진입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우선은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동기부여 연설을 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전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것조차 힘들어 한다. 하지만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고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질투심을 예로 들어보겠다.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옆집 사람이 좋은 집을 지으면 그보다 더 좋은 집을 짓고 싶다는 식의 발전적인 질투를 할 것이다. 하지만 라이베리아에서는 다르다. 옆집 사람이 좋은 집을 가지면 질투가 나서 해를 가하거나 그 사람을 죽이겠다고 생각한다. 장난이 아니다. 실제로 그렇게 살인이 일어난다. 발전하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 L.Y.I.O.에서는 어떠한 일들을 하나.
"우선 교회, 기관, 정부 등에 초청을 받거나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는대로 라이베리아에 변화가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동기부여 연설을 한다. 고아들을 돌보고 먹을 것과 잠자리를 제공해 오기도 했지만 외부 지원 부족으로 지속이 힘들다. 다양한 NGO가 활동하고 있지만 여전히 개개인이 도움의 수혜자가 되기는 힘들다. 도움의 수요가 공급을 훨씬 넘어서기 때문이다. 라이베리아 정부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일어나고자 하는 움직임과 외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나는 L.Y.I.O.를 통해 국제 사회가 라이베리아와 아프리카 지역에 더 관심을 갖고 지원하도록 하고 싶다."


- 동기부여 연사로서 주로 어떠한 이야기들을 전하나.
"자신을 믿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라이베리아의 청년들은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는 꽉 막힌 상황에 있다고 느낀다.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조차 가지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다. 그런 이들에게 나는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면 당신은 그것을 훨씬 수월하게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연합(unity)에 대해 말한다. 우리가 처한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연합한다면 우리는 어려움을 훨씬 더 잘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 NGO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무엇인가.
"역시 가장 힘든 것은 외부의 지원을 얻는 것이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자비로 활동해왔는데 포기하고 싶을 때가 없지 않았다. 일본에서 후원자를 찾아 규모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일이 거의 마무리될 즈음에 일본 측 파트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프로젝트가 추진력을 잃었다. 그 때 일은 다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힘들었다. 지금도 사정이 좋지는 않다. 다시 라이베리아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마음이 강해질 때도 있고 약해질 때도 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나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항상 다른 이들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 라이베리아의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라이베리아에는 아주 똑똑하고 재능있는 청년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지원과 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라이베리아에는 무상 교육이 없다. 학교도 충분치 않지만 초중고등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부모가 많지 않다. 게다가 많은 비용을 들여 고등교육까지 마치더라도 일거리가 없기 때문에 투자한 교육비가 결과적으로 무용지물로 돌아간다. 그렇기에 부모는 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꺼리고 아이들은 교육을 받지 못해 발전의 기회를 얻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 라이베리아에 어떤 교육이 필요한가.
"학술적인 교육도 필요하지만 직업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농업 기술 교육을 들 수 있다. 라이베리아는 비옥하고 풍부한 토지를 갖고 있지만 많은 땅이 놀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농업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서는 그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선진 농업 기술에 대한 교육이 있다면 땅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베리아는 다이아몬드, 금 등 천연자원도 풍부하다. 하지만 이 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잘 알지 못한다. 기계 장비 수리 기술이나 정보통신기술 교육 등 많은 부분에서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 여건이 되지 않는 이들을 위해 장학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 이야기를 들려주어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을 부탁한다.
"한국인은 사랑이 많고 이해심이 많으며 자선을 베풀 줄 안다. 또한 서로의 가능성을 품어주고 항상 발전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이런 점들을 라이베리아에도 전하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는 비전, 꿈, 열망이 있다. 나는 사람들이 가진 비전, 꿈, 열망을 잃지 않도록 계속 동기를 부여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믿고 연합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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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에 힘들어하던 그에게 코트를 빌려줬다. ⓒ 이주한


블레이크씨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도 기회가 주어지는대로 사람들에게 아프리카에 대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며 이야기를 마쳤다.
#라이베리아 #NGO #블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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