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월급 꼬박꼬박...거기에만 매달려 살래요?

[서평] <통하면 아프지 않다>, '아프니까 청춘'에서 찾지 못한 답을 찾다

등록 2012.05.31 17:57수정 2012.06.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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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게 왜 청춘이야? 청춘이 아픈 게 당연한 건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을 떠올리면 항상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있다. 함께 독서 스터디를 하던 조원 중 한 명이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다가 신경질적으로 책을 '탁'하고 덮으며 한 그 한마디이다. 친구의 볼멘소리를 듣곤 모두 씁쓸하게 웃었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왜 청춘은 아파야 하는지 누구 하나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결국 한 친구가 우문현답을 내놓았다. "청춘은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인데 막상 우리의 일상은 잿빛이니까…"


<통하면 아프지 않다>(하종강 외 8명 저, 북스코프 펴냄)라는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언급한 이유가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고 나는 오히려 갑갑함을 느꼈다. 책에서 나오는 멋진 명언, 글귀, 감동적인 이야기는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하지만 읽다보면 이 책 역시 여느 자기계발서와 다를 것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정적으로 친구의 질문처럼 '왜 청춘은 아파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통하면 아프지 않다>는 그런 의미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해결하지 못한 질문을 풀어주고 있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동의보감에 나온 말로, 몸속을 흐르는 모든 것이 막힘없이 잘 통해야 몸에 병이 없다는 말이다. 이 책의 제목도 이 문구에서 나온 말이다. 사회도 사람의 신체와 일맥상통한다. 사회의 흐름이 원활하기 위해선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사회가 아프다. 즉, <통하면 아프지 않다>라는 제목처럼 9인의 멘토도 '소통'을 통해 우리 시대 청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컨베이어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떨어지는 건 달라"

 <통하면 아프지 않다> 겉표지
<통하면 아프지 않다> 겉표지북스코프
이 책에서는 각계각층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9명의 멘토가 자신의 청춘을 소개한다. 프로레슬러 김남훈, 진보 칼럼니스트 김규항, 소셜테이너 김여진, <오마이뉴스> 대표 오연호, 웹 만화가 강풀, 노동전문가 하종강, 영화감독 겸 제작자 김조광수, 비정규직 출신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영경, 사회자 김제동이 바로 그들이다.

돌이켜보면 9인 멘토들의 청춘은 평범하기도 하고, 비참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방황의 여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을 뛰어넘고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그들은 '진짜 청춘'을 얻었다. 실패와 고난을 극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선택한 멘토들은 '청춘은 이런 것이다'라고 보여준다.


프로레슬링선수라는 단어만으로는 김남훈을 설명할 수 없다. 격투기 해설가, IT얼리어답터, 칼럼니스트, 블로거, 롤케이크 사업 등 그는 프로레슬링 이외에도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레슬링 경기 도중 사고로 하반신 신경이 마비가 되어도 그는 걷고자 하는 의지로 꾸준히 재활운동에 전념했고, 다시 프로레슬러로 복귀할 수 있었다. 그의 청춘을 빛나게 했던 것은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도전을 무서워하지 않는 적극적인 자세였다.

"처음에 광산에서 원석이 채취되면 컨베이어 벨트에 올려집니다. 그리고 벨트 위에서 쭉 가다 보면 가공이 되고 처음에는 서로 달랐던 원석들이 결국은 똑같이 균일한 제품으로 만들어지지요.(중략) 컨베이어 벨트에서 뛰어내리는 것과 떨어지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중략) 청년들이 어떤 도전을 하려고 할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이게 정말로 떨어지는 건지 뛰어내리는 건지 확실히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김남훈


"청년들이 인생을 지나치게 대단한 것처럼 생각하고 자꾸 집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진보 칼럼니스트 김규항은 40, 50대보다도 급진적 변화를 두려워하는 20대들에게 뼈아픈 충고를 던졌다. 미래를 걱정하는 것으로 인생을 보낼 게 아니라 가능한 지금 여기서 더 즐겁게, 더 많이 놀면서 진짜 사랑, 진짜 우정, 진짜 존경을 나누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청년기여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지금 20대의 청년들 가운데 극소수 몇 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노동자가 되거나 최소한 노동자 가족이 될 겁니다." 노동문제 상담가 겸 이론가 하종강도 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청년들에게 촌철살인을 던졌다. 청년들이 노동문제에 대해 긍정적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청년들의 미래 뿐 아니라 긍정적 사회 발전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행복해 보이기 위한 삶보단 '행복한 삶'을...

배우이자 소셜테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김여진은 인기에 집착하던 한 여배우가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과정을 진솔하게 들려준다. 우연히 참가하게 된 성금 모금 활동과 법륜 스님에게 배운 봉사의 가치, 그 뒤로 이어진 홍익대 청소 노동자를 위한 '날라리 외부 세력' 활동까지. 그가 이 사회에 목소리를 내야만 했던 이유는 모두 '행복을 좇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젊은이들 역시 '행복해 보이기' 위해 사는 것보다 '행복하기' 위해 살기를 권한다고 했다. 

"세상을 고치는 재미로 살아보세요. 누군가 고쳐줬으면 바라지 말고, 고치고 나서 무엇을 할까 하지 말고, 고치는 재미로 살아보세요. 좀 가난하게 살아도 됩니다. 대기업에서 월급 꼬박꼬박 받아 모아도 서울에 전세방 못 얻는다는데, 평생 그렇게 방 얻는 일에만 매달려 살기는 아깝잖아요. 행복은 재미있으면서도 의미있는 일을 할 때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요." - 김여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자신은 주류가 아니었기에 <오마이뉴스>라는 새로운 판을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이 순간 현실에 만족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는 판을 바꿀 수 있는 창조의 에너지가 있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즉, 주류가 아니라고 해서 기 죽어있을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영화 제작자이자 감독, 영화사 청년필름의 대표 김조광수는 이제 동성애자로 당당히 커밍아웃한 인물 중 하나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자신이 동성애라는 '병'에 걸렸다고 여기고 있었던 그는 해외에선 동성애가 어느 정도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인정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 뒤로 그는 동성애 인권을 위한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지금도 꾸준히 퀴어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제가 어느 날 깨달았듯이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몇 걸음 걸어 나가 멀리서 그것을 바라보고, 그 문제의 본질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사회의 편견이나 모순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항하고 싸워야 하겠지요" - 김조광수    

"나도 힘들었으니, 너도 참아" 라고 말하지 않는 9명의 멘토들

9인의 멘토들은 "나도 그땐 힘들었어, 그러니 너도 참아"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난의 연속이었던 청춘을 그들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진솔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멘토들은 자신이 고군분투했던 청춘 경험담을 통해 '소통'하면서 청춘세대의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려 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청춘고백은 어느 명언보다도 마음을 울린다. 그럴듯한 말로 위로하지도 않았고, 때로는 결단없는 청춘을 꾸짖는데도 진정성이 느껴진다. 정말로 청춘은 '아프니까 청춘'인 것이 아니라, 제대로 통(通)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픈 걸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불안과 공포가 단지 나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라면,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 역시 혼자서가 아니라 모두 함께 찾는 것이 옳다. 소통의 중요성은 여기서 다시 한 번 분명해진다." - 김창남(엮은이)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의 한 강연에서 그가 20대 취업준비생들에게 던진 위로의 말이 있다.

"어느 날 문득 세상의 모든 일도 다 해낼 수 있을 것처럼 용감해 지는 것이 청춘이고, 또 그 다음날 아침엔 아무 것도 해내지 못할 것처럼 약해지는 것도 청춘이다." 

용감무쌍했던 이가 하루아침에 겁쟁이가 되는 것, 청춘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니 우리 청춘 이제는 소통하여 두려움을 한 올씩 풀어나가자.

덧붙이는 글 | 조윤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통하면 아프지 않다> 우리 시대 소통 멘토에게 듣는 고군분투 청춘고백, 하종강, 강풀, 김제동 외 6명 저, 북스코프 펴냄, 2012.04.30, 1만3000원


덧붙이는 글 조윤희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생기자단 '오마이프리덤' 2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통하면 아프지 않다> 우리 시대 소통 멘토에게 듣는 고군분투 청춘고백, 하종강, 강풀, 김제동 외 6명 저, 북스코프 펴냄, 2012.04.30, 1만3000원

통하면 아프지 않다 - 우리 시대 소통 멘토에게 듣는 고군분투 청춘 고백

김창남 엮음,
북스코프(아카넷), 2012


#통하면 아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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