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방에 사는 '우울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의 한 장면.
JK FILM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이사한 그 집은 천국 같았다. 월세를 내야 하는 부담감도 없고 아침엔 뜨거운 태양이 거실창을 뚫고 들어왔다. 새 침대의 스프링 울리는 소리를 듣다 잠이 들곤 했다. 그런데 그 스프링 소리에 익숙해질 무렵 어느날, 이부자리에 누워 비를 맞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바로... 천정에서 비가 새는 것이었다. 그때의 황당함이란.
건물이 낡아서 여기저기 균열이 생긴 틈 사이로 빗물이 스며들었다. 신랑과 내가 함께 손수 도배질을 한 벽지들도 빗물을 머금고 곰팡이 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했다. 주인아주머니는 조만간 꼭 방수공사를 해주겠노라 하셨지만 결국 그 상태로 여름 장마를 보냈다. 내 집을 가지지 않은 이상, 엄청난 주거비를 지출하거나 그게 아니면 열악한 주거환경을 택해야 한다.
부모님이 "내집 마련이 소원"이라고 말씀하시는 이유를 깨달았다. 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주인과 실랑이를 해야 하거나 참는 수밖에 없고, 내 집이 아니니 언제 이사를 가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 집에 맞는 가구를 사는 것도 망설여졌다. 이 집에 맞는 커튼을 구입하고싶지도 않았다.
그때부터 나의 목표는 명확하지만 너무 거대했다. 집을 사기 위한 돈을 모으기 이전에 무리하게 받은 전세 대출 빚부터 빨리 갚아야 했다. 따라서 나는 구두쇠가 되었다.
비자발적 구두쇠는 불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