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게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던 골목길. 처음엔 무섭기만 했다.
김지수
층별로 두 개씩, 총 여섯 개의 방에 층마다 부엌이 있고 두 개의 화장실이 있는 3층 꼭대기방이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면 지붕 모양으로 기울어진 천장에 날마다 머리를 찌었지만, 1분 거리에 버스정류장이, 5분 거리에 대형 마트가 있어 가격에 비해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어울리며 타지생활의 낭만에 젖어 모든 것이 새롭고 설렜다.
그런데 '싼 게 비지떡'이라고, 가격이 싼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다. 며칠 내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던 인터넷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연결이 되지 않았고, 일이주 안에 끝난다던 삼층 화장실 공사는 무려 3개월 동안 계속됐다. 무려 열두 명이 화장실 한 개로 삼 개월을 버틴 것이다. 대부분이 유럽인이던 하우스메이트들은 방세를 받으러 올 때마다 '곧 끝나, Trust me'로 일관하던 관리인의 넉살에 넘어가 아무도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자율에 맡겨진 화장실과 부엌 청소는 거의 내버려진 상태. 소문엔 부엌에 쥐가 산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와 같이 작은 소리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던 룸메이트를 피해 부엌으로 노트북을 들고 나와 추위에 떨며 열심히 한국 드라마를 챙겨 보던 바로 그 날. 나는 소문으로만 듣던 그들을 마주하고야 말았다. 쓰레기통을 뒤지다 싱크대 밑의 작은 구멍으로 재빠르게 숨는 쥐를 발견한 것이었다. 나는 너무 놀라 한동안 꼼짝도 않고 그 자리에 굳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