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빼연필넘치는 빼빼로보다야 연필이 낫다. 젓가락도 강추한다.
이대연
또 어느 해는 직장 동료들한테 연필을 두 자루씩 리본으로 묶고 "이런 빼빼로는 어때요"라는 스티커도 붙여 나눴다. 하루 종일 책상에 엎드려 빨간 펜으로 오자와 씨름하는 동료들한테 꽤 요긴한 선물이었고 동료들이 좋아해서 나도 기뻤다. 그날 내 책상엔 '답례'와 '우정'의 빼빼로만 쌓였다는 것이 실망이었지만.
빼빼로데이가 다가오면 그 상업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 이런 상술에 휘말릴 수 없다며 그간 '가래떡 데이'나 '우정의 날' 등으로 부르자는 대안이 있었고 최근엔 나눔을 실천하자는 '하나누리'의 날로 삼자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이미 20년의 세월 동안 각인된 '빼빼로데이'를 바꾸긴 쉽지 않을 듯하다.
빼빼로데이, 그냥 두자. 바꾸자고 해서 바뀌지도 않을 이름은 그냥 두고 차라리 '빼빼한' 다른 것들을 선물하며 마음을 나누자. "일 년에 한 번쯤은 주변사람과 마음을 나누"자는 카피, 꽤 멋지지 않은가. 길쭉하고 마른, 그러니까 빼빼한 젓가락이나 필기구. 물론 가래떡도 좋고 엿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