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하면 정말 실수였는데" 숨기고 싶은 이야기일 수 있는데도 막힘없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임주연
친구를 사귀려는 노력을 멈춘 건 아니다. 술자리에는 항상 참여했고, 싫어하는 클럽에도 갔다. 언어가 다른 외국인들끼리 모이는 언어교환 모임에도 빠짐없이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말로만 "다음에 만나자" 정도의 사이에 그쳤다. 작년 8월, 델레(DELE) 시험을 본 후에는 채팅사이트에 가입했다. 친구 중에는 그 사이트에서 여자친구도 만난 경우를 봤다고 했다.
"이 사이트에서는 동양인이라고 하면 중국인인 줄 알더라. 근데 중국인은 돈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더라고. 그래서 방 제목도 '물건 사줄 사람'과 같이 정해서라도 말을 걸어보려고 했지. 하지만 전혀 몰랐는데 놀랐어. 이곳이 알고 보니 조건만남 파트너를 찾는 사이트더라고. 즉시 발을 끊었지."이렇게 온갖 방법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를 사귀지 못한 데 형은 한 가지 확신을 갖게 됐다. "이곳 사람들이 한국에 관심이 없는 이상, 나는 친구를 사귀기 힘들다"고. 일본인들과 사귀는 외국인들이 일본인들과 일본에 대해서 말을 나누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대화가 얼마 이어지지 않는 걸 보고 든 생각이다.
'교환학생 제도 없는' 지방대, 어학연수 1년 반으로 해갈?교환학생이 많은 이곳 말라가나 마드리드, 혹은 꼬르도바(Cordoba)나 살라망카(Salamanca)로 갈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스페인어 전공을 위한 교환학생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우 형은 "단지 비행기 값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었다"고 했다. 현우 형이 다니는 대학 누리집을 확인해본 결과, 그 제도조차도 지금은 찾을 수 없었다.
현우 형은 "그조차도 도움이 안 돼 선배들도 전부 자비로 어학연수를 떠났다"고 말했다. 서울권 대학에 다니는 이들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지만 상당수의 지방대에는 교환학생 제도가 없거나, 있더라도 영어권 대학인 미국, 호주, 필리핀 등이나 중국에 한정된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