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예용
해양투기 반대 자전거 캠페인 11일차. 오늘은 울산에서 포항까지 가는 일정이다.
공업의 도시 울산에는 산업폐기물을 해양투기하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 삼성정밀화학, 금호석유화학, SK케미칼, 한국제지, 효성, LG하우시스, 한화케미칼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바다에 그대로 버리고 있다.
그러나 이 많은 기업들 중 어느 곳을 찾아가 항의하고 기자회견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무림P&P라는 국내 최대의 폐수오니(찌꺼기) 해양투기 업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종이의 재료인 펄프와 종이 완제품 등을 생산하는 무림은 지난 2년간 21만6500톤이 넘는 폐수오니를 바다에 버렸다. 울산지역 해양투기 기업 2위부터 10위까지 합한 양보다 많으며, 대한민국 전체 폐수오니 해양투기 1/8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마침 무림P&P 공장이 위치한 온산공단 근처에 바다위원회 위원인 울산환경운동연합 김장용 의장의 집이 있어 그곳에서 1박 하고 아침에 온산공단으로 출발했다. 오랜만에 손빨래 대신 세탁기로 빨래하고 아침으로 고봉밥까지 한 그릇 가득 얻어먹으니 벌써 집에 온 듯 배가 부르고 마음이 편하다.
온산공단은 80년대 한국 공해문제의 시발점인 '온산병' 사건이 일어난 바로 그 곳이다. 온산병은 공장들이 하천에 버린 온갖 중금속 폐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 수산물이 오염되고, 그것을 모른 채 지하수와 수산물을 먹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일본의 이따이이따이병과 유사한 증세를 보였던 것을 말한다. 결국 1만 명이 넘는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되었는데 그 온산공단 한 가운데에 있는 무림P&P가 아직도 이렇게 많은 산업폐수 슬러지를 바다에 버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은 온산병 사건의 교훈을 벌써 잊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