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이 깊이 쓸려나간 대청봉대청봉 정상은 50cm 이상 흙이 쓸려 나갔다. 이제는 케이블카가 아니라 입산예약제가 필요한 때다
박그림
산양이 사는 곳을 드나들며 산양을 조사한 지 벌써 19년째, 내 발로 설악산의 산줄기와 골짜기를 누비면서 흔적을 찾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궁금했던 것들을 나라 안에서는 알 수 없어 2001년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에 우리나라와 같은 종의 산양 전문가를 소개해달라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해서 러시아의 알렉산더 미슬랜코프와 인나 볼로시나 박사 부부를 소개 받고 그 해 10월에 두 분을 초청해서 설악산의 산양을 조사했습니다. 그때 가지고 있었던 모든 궁금증이 풀렸고 그 뒤 서로 오가며 지금까지 교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탐방객들에게 산양은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흔적조차 쉽게 볼 수 없는 무관심의 대상일 뿐입니다. 지자체는 아예 설악산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여길 뿐 환경보존과는 거리가 멉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 다시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시도하는 강원도 양양군의 산양에 대한 대책은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공사 중에 이동했다가 공사가 끝나면 돌아온다."
과연 그럴까요? 정말 그들의 말처럼 된다하더라도 산양은 천연기념물 217호이며,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된, 전국에 800마리쯤 남아 있는 야생동물입니다. 케이블카는 지속적으로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결국 산양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설악산은 정해진 넓이의 자연 생태계이며 오직 하나뿐인 곳입니다. 그곳에 겨우 목숨 붙여 살고 있는 산양들의 삶터에 지자체는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아우성이고 정상을 찾는 탐방객은 끝없이 늘어 상처는 깊어지고 아픔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