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앱 서약서여기서 만약 'I DO NOT waive my right'(학생이 추천서를 볼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습니다)를 누르면? 이 웹페이지에는 커먼앱 서약에 동의하지 않은 학생의 추천서에 심각한 결함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김민호
외국어고등학교인 우리 학교에는 해외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국제반이 있다. 한 학년 당 50명 정도인 국제반의 상당수 친구들은 영문학과 영작문 수업을 진행하는 외국인 교사에게 추천서를 받는다. 3학년 1학기까지 진행된 국제반 수업은 주당 15시간. 수업은 할당된 과제 후 토론 위주로 이어지기 때문에 교사는 학생들과 교감할 기회가 많다.
외국인 교사 개개인이 학생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어렵지 않은 구조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교사는 각종 행정업무에서 자유롭고 학교의 경직된 학사 일정에 맞추지 않아도 된다. 수업과 학생 평가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있기에 추천서 부탁을 받는 외국인 교사는 에세이 등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심층적인 추천서를 작성한다.
미국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대학 공통 원서 접수 시스템인 커먼앱(CommonApp)을 사용한다. 커먼앱은 학생들에게 추천서를 볼 권리를 의무적으로 포기하도록 서명을 받는다. 이 서약서가 작성돼야 커먼앱과 각 고등학교 진학상담사가 운영하는 웹페이지가 연동된다. 그래야 대학 진학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이후 추천서는 커먼앱을 통해 학생을 거치지 않고 대학으로 바로 전송된다. 몇 십년 동안 입학사정관제를 유지해온 미국은 철저한 시스템 관리를 통해 추천서의 중요성을 학생과 교사 모두가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당신 나라 교육제도가 변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교실 당 학생 수를 먼저 줄여야 합니다(If you want your education system to change, you first need to reduce the number of students in your class.)."수업시간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던 지리 선생님이 외국의 한 교육 포럼에 참가하셨다가 한 외국 교육학자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해주셨다. 선생님은 "30~35명이 넘는 교실에서 어떻게 세부 교과목 평가를 작성하고 자세한 추천서를 써줄 수 있겠느냐"며 어려움을 토로하셨다. 2010년 기준으로 OECD 평균 학급 당 학생 수가 21명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고등학교 교실은 아직 '콩나물 시루'다.
입학사정관제, 폐지가 답일까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박근혜 정부의 대입제도 간소화 논의가 합쳐지면서 한때 입학사정관제 폐지가 거론되기도 했다. 일부 선생님들이 입학사정관제가 주는 업무에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생님들도 입학사정관제가 본질적으로는 수능 위주의 획일적인 평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8월 27일 교육부는 대입에 학생부 반영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학생부 반영을 늘려 사교육이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현장의 선생님들이 체감하는 업무 부담이 줄어들 때만이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는 살려질 수 있다고 본다.
지리 선생님의 불평 속에는 현장과 행정의 소통 부재에서 오는 답답함이 묻어 있었다. 매일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정직한 추천서를 방해하는 현실적 어려움도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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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추천서' 못 믿겠다고? 기자님 왜 이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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