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달력 표지.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
서글픈 셔터소리
용산참사로 많은 분들이 죽고 또 다쳤다. 물리적인 충격보다 정신적인 충격이 사람들을 더 힘들게 했다. 사고현장과 사고 당시를 기록하는 셔터소리가 요란하다.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말이다.
시간은 흘러 조금씩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즈음 유가족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가장을 잃은 가족들, 집을 잃은 철거민들은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며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 흘려보내고 있었다. 경쟁하듯 눌러대는 셔터 소리가 서글프다. 달려갈 수도 없고, 함께 할 수도 없는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적어도 내가 아는 사진가들은 말이다.
흐르는 눈물이 렌즈를 더럽혀도, 앞을 가려도 그들은 셔터를 눌러야한다. 고통의 순간을 담아내야 하는 사진가들의 셔터소리는 언제나 서글프다.
용산참사로 눈물이 마를 날 없던 유가족들의 눈두덩이가 두툼해진 어느 날, 사진가들은 모였다. 그들은 할 수 있는 일을, 연대할 수 있는 일을, 희망을 찾기 위한 모든 일들을 위해 카메라 랜즈를 안으로 향했다. 최소한의 변화를 꿈꾸며.
한겨울 눈발 날리던 날 돌아가신 분들을 추억하며 계절을 넘기고 있던 어느 햇살 좋은 가을날, 유가족의 눈두덩이도 조금씩 가라앉을 즈음. 사진가들은 용산의 아픔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결심했고, 용산의 아픔이 우리시대의 풍경이라 정리하며 풍경을 주제로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다.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The Small Beginnings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