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전력대란의 해법은?

[주장] 제도 개선과 절전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등록 2013.10.02 10:21수정 2013.10.0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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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9일 오후 1시 39분. 전력수급경보 준비단계를 넘어 관심단계(백색비상)가 발령되었다. 오전 9시를 넘어서면서부터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하던 전력수요 증가세가 점심시간을 기해 한풀 꺾이는 듯싶었지만, 오후 들어서 오히려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자 전력거래소는 지체 없이 준비단계를 넘어 관심단계를 발령한 것이다.

전력수급경보 관심단계는 예비력이 400만kW 이하로 떨어졌을 때 발령되는 것으로써500MW급 석탄화력 한두 기라도 불시정지 된다면, 전국 전력계통의 안정을 위하여 '9·15정전사태'와 같은 대규모 순환정전이 불가피한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날 내가 근무하는 평택건설처는 찜통더위에도 불구하고 단 1kW라도 더 송전(送電)하기 위해 사무실 냉방용 에어컨 전면 가동 중지, 전 구역 최소 조명, 전 직원 집중 설비 감시 등과 같은 절전 및 불시정지 예방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였으며, 관심단계가 발령된 이후에는 스팀 터빈 건설을 위한 공사용 동력까지 차단하는 등의 눈물겨운 노력을 했다. 이러한 노력은 비단 우리 평택건설처만이 아니라 전 발전소에서 각 설비특성에 부합되는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사상 최악의 전력난으로 예견되었던 올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게 하는데 일조하였다.

이상기온의 영향으로 전력수요의 폭증이 예상되었던 올 여름, 전력수급경보 관심단계 이상이 총 4번이 발령되었지만, 전 국민들의 절전 노력과 전력산업 종사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 덕분에 무사히 지나갔다. 하지만 금년 동절기와 내년 하절기에도 무사히 지나가리라는 것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전력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공급 부족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하절기와 동절기에는 각각 냉방 및 난방용 수요 증가로 하루하루 살얼음 위를 걷는 기분이라면, 봄과 가을철에는 계획예방정비에 돌입하는 발전설비의 증가로 인한 공급량 저하가 그 원인이다.

전력부족의 원인을 따져보면 수요 증가에 비해 공급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통계를 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소비량은 9510kWh로 일본(8110kWh), 프랑스(7894kWh)보다 높지만, 1인당 가정용 전력소비량은 1183kWh로 미국(4430kWh), 프랑스(2639kWh), 독일(1700kWh), 일본(2246kWh) 등보다 오히려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전력대란의 주범이 가정용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2011년 국내 전력소비량을 살펴보면 산업용이 55%로 가장 많고, 일반용 22%, 주택용 18%, 교육용 및 농사용 각각 2%로 뒤를 이었다.

따라서 만성적인 전력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가정용 등에 대한 절전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산업용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원가 보다 낮은 비용으로 전력을 사용하게 되니 산업계에서는 기존 유류를 연료로 사용하던 시설을 전력사용 시설로 대체하는 등의 갈수록 전력 과소비형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원가 이하로 책정되어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부터 현실화하는 것이 '9.15 순환정전사태'의 재발을 막는 최우선 과제인 것이다.


두 번째, 보다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현실에 가까운 전력수요 예측 및 이를 바탕으로 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다. 정부는 2002년부터 2년 단위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미래의 전력수요를 예측해 그에 따른 발전설비용량을 결정해 왔다. 하지만 정부의 수요예측에는 인구증가와 기온상승, 전기제품 수요증가 등이 전혀 반영이 되지 않다 보니 현실의 수요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설비용량으로 인해 전력난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더군다나 이를 민간발전회사에서 생산하는 비싼 전기로 충당하다보니, 한전과 발전자회사는 재정악화에 시달리는 반면, 민간발전회사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는 기형적인 수급구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보다 현실에 가까운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전력 과소비를 막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대안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세 번째 대안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절전이다. 현재 500MW급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데 약 4년 가까운 기간과 2조~3조 원 이상의 건설비가 들고, 상대적으로 공기가 짧은 900MW급 복합화력발전소라 할지라도 3년 가까운 기간과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게다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각종 인허가 문제와 지역 님비현상은 전력공급의 불확실성을 한층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무공해 청정에너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풍력·태양광·조력 등의 신재생에너지는 발전용량과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발전이 더딘 상태이거나, 지역의 반대로 심각한 난관에 봉착해 있는 상태이다.

즉, 전력공급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이때에 늘어나고만 있는 전력수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절전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절전은 전력수요를 안정시키고,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특히 여름철 냉방수요는 전체 전력수요의 약 21%(1500만kW)를 차지한다. 피크 시간대인 오후 2~3시에 5분만 에어컨을 꺼도 예비전력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최대전력 시간대에 걸리는 전력수요를 주변 시간대로 분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력피크가 예상되는 시간대에 피크요금제를 도입하는 것 또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는 전력공급 부족 시간대에 요금이 올라가면 수요는 자연스럽게 분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체 전력의 80%를 사용하고 있는 산업체, 상가, 오피스 건물 등에 적용할 경우 상당량의 예비력을 확보할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가동 중인 50개의 원전 중 2개를 제외한 48개를 가동 중단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보다 공급예비율이 높은 이유는 예비 발전소 가동 및 전력수요의 분산 등의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일본의 사례와 같이 우리나라도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나 관련 산업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김직주 기자는 한전의 발전자회사 중의 하나인 한국서부발전(주) 평택건설처 시운전팀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전력수급경보 #전력부족 #9.15정전사태 #전력수급기본계획 #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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