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는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에게 동시에 사랑을 받는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집시 '에스메랄다'는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난 여인으로 인간의 '본능'을 잘 나타내는 인물이다. 에스메랄다는 콰지모도와 클로드, 페뷔스까지 3명의 남성 모두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받지만, 근위대장인 페뷔스에게만 이끌린다. '본능'이란 진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존과 자손 번식의 심리다. 따라서 '본능'은 우열한 것은 살아남고 열등한 것은 사라진다는 진화론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에스메랄다가 못생긴 콰지모도나 나이 많은 프롤로가 아니라 젊고 잘생긴 청년 페뷔스에게 끌리는 것이 지극히 '본능적 선택'이라고 불 수 있다. 약혼녀가 있는 페뷔스가 아름답고 건강한 에스메랄다에 반하는 것 역시 본능적 이끌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를 배신하고 떠난다.
한편, 노트르담 대성당의 주교이자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프롤로는 '욕망'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종교 지도자로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성당 앞 광장에서 춤추는 에스메랄다를 내려다본 순간 엄청난 동요를 느낀다. '욕망'은 그것을 가로막는 '금기'가 있을 때 불타오른다. 프롤로에게는 에스메랄다를 사랑해서는 안 될 몇 가지 금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의 그녀를 향한 감정은 더욱 극렬해진다.
프롤로는 여자를 취해서는 안 되는 '신부'이자 나이 많은 '노인'이며, 에스메랄다는 교회가 이단시하는 '집시' 여인이다. 이 세 가지 금기는 오히려 프롤로를 '욕망'에 눈멀게 만든다.
'욕망'에서 '충동'으로 탈선한 프롤로의 사랑모든 관심이 에스메랄다에게 쏠리면서 종교적 신념까지 무너지자 프롤로의 감정은 '욕망'에서 점차 '충동'으로 옮겨간다. 충동이란 내면의 알 수 없는 힘이 인간 주체를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상태로 몰고 가는 것을 말한다. 충동은 종종 극단적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억눌린 욕망은 프롤로를 급기야 충동 상태로 이끌어 한밤 중 에스메랄다를 미행하게 하고 그녀와 사랑을 나누려던 페뷔스를 칼로 찌르게 한다.
살인을 시도하는 프롤로는 주교로서 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천사'의 이미지가 아니라 소름끼치는 '악마'처럼 묘사된다. 마지막에는 "너를 사로잡고 있는 악마가 신을 향한 내 눈을 가리는가"라고 윽박지르며 에스메랄다를 '마녀'로 지목하고, 그녀를 교수대에 올려 죽음으로 내몰기까지 한다.
마지막으로 노트르담 대성당의 충직한 종지기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겉으로는 굽은 등에 애꾸눈, 귀머거리, 절름발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납치해오라는 프롤로의 명령을 따르다가 페뷔스에게 체포되고 이내 형틀에 묶이는 신세가 된다. 손발이 묶인 채 "물 한 모금만 달라"고 울부짖는 콰지모도를 모두 무시하지만, 에스메랄다만이 그에게 물을 건네준다. 그녀의 배려에 감동한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위해 자기 인생 전부를 바치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