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만나며, 한국 이민사회 미래를 본다

미국실리콘밸리의 '열린학교'에 참여하며...

등록 2013.12.05 17:45수정 2013.12.0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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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열린학교 개교 후 기념사진.
작년 열린학교 개교 후 기념사진.김의걸

실리콘밸리 사라토가에서 아름다운 자원봉사의 손길에 의해 운영되는 '열린학교'가 시작된 지 어느덧 1년이 지나 2기 참여자들과 시끌벅적하게 개강하였다.


사라토가 고등학교 현직 수학 선생님, 스탠퍼드 항공학 박사, 미시건대 전자공학 박사, 전 국립 국악 관현악 단원, 유명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직 영어교사 등이 수업을 진행하고, 버클리 대학원생 등이 수업을 도와준다.

필자도 한국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있어서 강의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학생들이 대부분 교포 2세로 영어가 훨씬 익숙한 친구들이라 젊은 대학생들과 함께 실험을 도와주거나 역사수업 등에 교안을 작성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무슨 일이든 비슷하겠지만, 처음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모든 교사가 풀타임 직장인이거나 학생이고, 수업료가 거의 없으니 수준이 낮은 입시학원으로 생각하거나, 이 지역의 많은 교회가 중심이 되어 운영하는 한국 학교의 하나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정원이 40명이나 첫해는 30여 명의 학생으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은 지원자가 너무 많아 원하는 모든 학생을 받아 주지 못하는 상황이 골치 아닌 골칫거리다.

이 '열린학교(Open Community School)'는 "Saratoga High School"에서 교실을 임대하여 매주 토요일 4시간의 수업을 진행하고, 각 분야에 전문적인 교사들이 있다. 하지만 '열린학교'라는 이름 그대로 학부모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의무이지 권리이다. 실리콘밸리의 특성상 대부분 부모는 엔지니어들이고 그들이 근무하는 곳은 애플, 구글 등이다. 그들의 연구나 업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산 지식을 전해주고 있다.


또한 학부모 대표는 5명으로 구성되는 이사회(board)의 멤버가 된다. 이 학교가 시작되게 된 것은 이 지역 고등학교의 현직 수학교사인 임병진씨(교장)와 스탠퍼드(Stanford) 대학의 우주항공학 박사로 현재 NASA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기환(이사장)씨가 '열린사람 좋은세상'이라는 모임에서 만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한국어가 가장 유창한 정현진 문학선생님이 학부모 참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어가 가장 유창한 정현진 문학선생님이 학부모 참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의걸

'열린사람 좋은 세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것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졌고, 다양한 사람이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추구하는 한인 모임이다. 이들이 의기투합하여 몸을 던져 헌신하고, '열린사람 좋은 세상'이라는 모임에도 이민 2세와 관련 활동을 고민하던 중에 제안하게 되었다. 이 학교는 이들이 자원봉사를 하거나 기금마련에 일조하면서 이 지역에 튼튼히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임병진씨는 열린학교가 시장하기 전에는 자신의 집을 '서당'이라도 하면서 주말에 지인들의 아이들을 모아서 한국 풍물을 가르치고, 학교 공부와 관련된 조언해 주었다.

그는 열린학교를 시작한 동기에 대하여 "학교에서 정규수업에서는 20년 가까이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경시대회반을 지도하면서 중국이나 인도 부모님의 참여와 관심보다 한국 부모의 상대적 무관심을 보면서 부모가 참여하고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도움이되는 함께하는 교육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기환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미국에 이민을 오게 되었고, 생소한 나라에서 공부나 진로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진로를 상담해 주는 일을 10년 가까이 무료로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많아지자 그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공간이 문제가 되는 와중에 어느 한인 교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 교회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였다. 교회는 자신들의 선교전략에 근거하여 학교를 운영하려 하고, 자신 처음의 동기와 다르게 흘러가는 것을 고민하는 중에 임병진씨를 만나게 된 것이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주말을 열린학교에 헌신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와서 우여곡절 끝에 미국사회에 적응하고 그 당시엔 꿈으로만 보이던 스탠퍼드의 입자가속기 연구소를 거쳐 NASA Ames에 있는 UC Santa Cruz 연구소에서 연구하고 있지만, 학생시절에 '우리의 고민을 알아주고 거림낌없이 상의할 수 있는 어른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그런 사람이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면 미국에서의 내 삶의 방향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한국인 1.5세와 2세들은 나와 같은 시행착오를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열린학교 설립을 고민하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이들의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이들이 커서 미국 사회에서 중심으로 섰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한다. 한국의 역사와 문학을 가르치는 정현진 선생님의 경력 또한 특이하다.

그녀는 한국에서 동래여고에서 영어 선생님이었다가 열린학교 교장인 임병진씨를 만나 결혼하여, 이 지역 큰 병원에서 풀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미국에 와서도 항상 한국사회의 민주적, 경제적인 발전을 염원하며, 이민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해 왔다. 그래서 이민사회에서 2세의 정체성과 교육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한국학교에서 오랜동안 선생님으로 자원봉사해 왔다.

그녀는 한국학교에서 경험에 대하여 "이민 2세에게 한국인의 자부심과 정체성은 너무나 중요한 것은 당연한데, 그들에게 한국말로 강의하고 아이들은 항상 영어로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서 학생들에게 정말 한국을 알게 하기위해서는 그들에게 익숙한 영어로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항상해 왔다. 즉 선생님 중심이 아니라 학생이 중심이 되는 것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학부모님들도 아이들의 정체성에 대한 불안을 단지 한국학교에 아이들 보내는 것만으로 해소하려고 한다. 그들의 참여가 없는 교육은 아이들에게 또다른 스트레스를 주는 것에 그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학부모들이 각자 학부모위원회 분야를 선택하고, 할 일을 토론하고 있다.
바로 학부모들이 각자 학부모위원회 분야를 선택하고, 할 일을 토론하고 있다.김의걸

한편, 매주 여러 명의 학부형이 보조교사로 수업에 자율적으로 참여하며 자녀들의 교육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자녀들과의 교감도를 높이고 있다.

임병진씨는 "열린학교로 인하여 학생들이 혜택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인 사회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사회사업의 참여 장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한다.
덧붙이는 글 열린학교 홈페이지:http://www.opencommunityschool.org
#열린학교 #산호세 #열린사람 좋은세상 #실리콘밸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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