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언론지형이 망가지고 있다. 망가짐에도 정도가 있을 텐데 방송언론에서 나타나는 이념적 지형의 추는 이미 한 쪽으로 지나치게 쏠린 상태다. 최대한 중심축을 붙들고 있어야 할 공영방송마저도 본래의 역할을 저버린 지 오래다.
언론지형의 파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면서 일상의 정치참여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평등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지형의 파괴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한 때다.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이털남)는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 그리고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과 함께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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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권력의 애완견도 모자라 홍보견 돼버렸다"
강 위원장과 조 소장 모두 지금의 한국 언론의 무게추가 한쪽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강 위원장은 "어떻게 보더라도 지금의 언론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언론이 권력의 파수견이어야 하는데 권력의 애완견이 되는 것도 모자라 홍보견이 돼버렸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언론이 권력과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권력 주변을 맴돌며 그때그때 자신의 포지션을 바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 소장은 "상식과 비상식의 기준에서 보자면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는 언론이 5, 그것도 지키지 않는 언론이 95쯤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종편, 긍정적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
언론지형을 쏠리게 하는 것에는 종편의 역할이 컸다. 종편으로 인해 콘텐츠의 다양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는 헛된 꿈에 불과했다. 오히려 편성의 대부분을 보도와 비평에 할애하면서 공정보도보다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뉴스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시장 점유율만 따지면 종편의 영향력은 굉장히 미비할 것 같지만 강 위원장은 단순히 시청률·점유율로 영향력을 따질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낮에 종편을 보는 사람들은 그걸 듣고 회자시키고, 그러다 조금 이슈화되면 종편을 소유한 신문사에서 뉴스를 키우면서 이슈를 주고받으며 점차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공영언론 뉴스는 더 총체적 난국이다. 지상파의 편파보도에 대해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지적과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도무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JTBC 뉴스가 최근 공정보도로 각광을 받게 된 것에는 JTBC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지상파의 뉴스가 심각한 추락을 맞이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망가진 언론지형... 해법은?
해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내년에 있을 종편 재승인 심사를 엄격하게 하는 것이다. 또 종편의 덩치를 키우는 데 일조한 특혜도 당장 거둬들이는 것이다. "종편의 특혜가 건강하지 못한 미디어 생태계를 더 건강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말처럼 종편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종편에 대한 특혜는 미디어 환경을 더욱 망가뜨리는 것 이상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공영방송의 경우엔 친정권적 보도가 공영방송을 지배하는 지배구조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법과 제도에 의해 정권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 강 위원장은 언론과 정권이 절연관계를 이루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소장은 공영방송 사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를 바꿀 순 없다고 보았다.
또한 공영방송의 주인이 국민이고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만큼 국회와도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조 소장은 "핵심은 공영방송 사장이 내부 구성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걸 일부 제한하여 제작의 자율성을 확보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진짜 문제는 실천 의지다. 어느 한 쪽의 의지만 있다고 풀릴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의지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지다. 언론을 잡고 흔들지 않겠다는 의지. 언론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의지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하겠다던 공약을 꼭 지켜라" 강 위원장과 조 소장의 외침엔 박 대통령의 의지와 행동표명을 촉구하는 단호함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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