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계 작업비계공들이 건물 철거 장막을 설치하기 위해 비계를 조립하고 있다.
사진은 2009년께 찍은 사진.
이홍찬
현장에 나가면, 인력소에서 얼마를 떼는지 잘 모르는 건설사 직원들은 호기심에 묻곤 한다. 10%라고 대답하면, 누군가는 인력소를 향해, '도둑놈'들이라고 욕하고, 인력소 경험이 있는 이들은 '옛날이랑 똑같다'고 하고, 누군가는 '별로 안 뗀다'고 말한다. 10%가 많은지 적은지, 거기에 대한 생각은 제각각 다르다.
나는 약 한 달 전에 12만 원짜리 일을 다녀왔다. 소장은 일당이 12만 원이고, 하루 종일 삽질을 해야 하는 일인데 갈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인력소에 모인 사람들이 대부분 막일에 잔뼈가 굵은 이들이다. 그래도 제 몸이 유일한 자원이라, 몸이 상하는 일은 대부분 꺼린다. 나는 어차피 일주일에 한두 번 나와 아르바이트를 하는 터였다. 몸 좀 망가지면 어떠냐 싶어서, 소장에게
"제가 갈게요"라고 했다.
온종일 삽질을 했다. 폭 50센티미터 길이 5미터 깊이 1미터의 기다란 호를 팠다. 이미 다 지어진 건물이었는데, 실수로 건물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는 각종 전선을 매설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래서 전기, 통신선이 묻힐 호를 파야 했다. 포클레인이 들어오기에는 너무 좁은 공간이라 사람이 팔 수밖에 없었다.
일당이 12만 원이었기에 소개비로는 1만2천 원을 떼였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살짝 늘어난 것 같았다. 군에 있을 때, 야구를 하다가 팔꿈치 인대가 늘어나서 외진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 팔을 내밀어 10만8000원을 받아 집으로 왔다. 9000원이나 1만2천 원이나 똑같은 10%였지만 3000원이 주는 무게는 꽤 컸다. 어쩔 수 없는 10%라곤 하지만, 1만2천 원 떼이는 게 너무 아까웠다.
조금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 앞으로 건설 현장 잡부 일당도 오른다고 가정해보자. 일당이 오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소개료 10%의 무게는 늘어날 것이다.
인력소는 고수익 장사? 그만큼 위험 높은 투자?건설 인력사무소는 직업소개사업이자, 돈 장사다. 건설일용직 직업소개업을 하는 사업자들의 협회인 (사)건설일용근로자 일드림협회 홈페이지에 표시된 내용에 따르면, 전국에는 약 6500개의 건설인력소개소가 있고, 그 가운데 4500곳이 대불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불시스템이란, 건설사와 인력 공급 계약을 맺은 인력소가 일용직들에게 그날그날 일한 일당을 지급하고, 나중에 건설사로부터 돈을 받는 것을 말한다. 건설사의 대금 결제 주기가 한두 달이라고 하면, 인력소를 운영하는 이는 수억의 돈을 한두 달 단위로 돌리며 수익을 얻는다.
하루에 30명 정도를 출력(出力)하는 인력소를 예로 들어보자. 일인 일당이 9만 원이라고 했을 때, 30일 동안 이 인력소가 투입한 금액은 약 8천만 원이다. 그 가운데 인력소의 수익은 10%. 약 800만 원이다. 사무실 임대료나 각종 세금과 공과금 등을 제외하면 조금 줄어들겠지만, 투자금 대비 월 수익 10%는 적지 않은 수준이다.
그러나 건설사가 부도가 나거나 결제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한 손해는 온전히 인력소를 운영하는 이에게로 귀속된다. 수익이 높은 만큼, 위험도 높은 것이다. 내가 다니는 인력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곳은 하루에 10명씩 한 달 정도, 한 현장에 꾸준히 사람들을 보냈다.
그런데 현장과의 인력 공급 계약이 끝나고 건설사가 대금 결제를 꽤 오랫동안 미뤘다. 당시 인력소 분위기는 심각했다. 인력소 소장은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무력시위라도 하길 권했다. 무력시위를 하진 않았지만, 다행히 돈은 받았다. 소장 입장에서는 어림잡아 3000만 원을 잃을 뻔한 것이다.
인력소에 다니다 보면, 폐업한 인력소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무리하게 거래처를 늘리면서 차입금을 늘렸고, 그러던 중에 거래처(건설사) 하나가 엎어졌고, 빚이 감당이 안 되어 결국 문을 닫은 곳도 있다고 한다.
인력소는 노동자의 편일 수 없다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일을 더 보내야 인력소가 돈을 더 버는 이상, 인력소들의 경쟁이 발생하고, 그 피해는 날품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내가 한 일 가운데 단가가 가장 낮았던 일은 몇 번 다녔던 8만5천 원짜리였다. 일반적인 단가 9만 원보다 5천 원 적은 경우였다. 단가가 5천 원 적다고 해서 일이 5천 원어치 덜 힘들지는 않다.
작년 가을, 지금은 완공된 경기도 호평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 몇 번 가서 일한 적이 있다. 시공사였던 중견기업 H건설사가 부른 인력은 8만5천 원짜리였다. 같은 현장, 토목 공사를 위주로 하는 하청 D사가 부른 인력은 9만 원짜리였다. 하는 일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육체나 정신이 받아들이는 노동의 강도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인력소가 노동자 생각한다면, 저런 단가 낮춘 일은 서로 안 받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인력소는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단가 낮추는 기업도 마다하지 않는다." 일당이 5000원 적은 곳으로 일을 나갔을 때 김지철(가명)씨에게 들었던 말이다. 당시 나는 '그래도 어쨌거나 사무실(인력소)에서 한 명이라도 더 나가는 게 낫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했다. 그는 부분적으로 동의를 하면서도, "근데 자꾸 그러다보면 임금이 깎인다"고 했다.
철근 일 같은 경우가 그렇다고 했다. 때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철근 일 같은 경우, 0.1(잡부 일당의 10분의 1, 9천 원)만큼 더 주었지만, 언젠가부턴 겨우 3천 원 더 붙여준다. 오른 임금을 인력소 차원에서 방어하지 못했고, 그래서 깎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