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의 행복론'... 자급자족 생활이 전제

[서평] 후지무라 야스유키 지음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

등록 2014.02.07 16:28수정 2014.02.0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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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2년 9월에 출간된 책으로, 어쩌면 우리나라에선 너무 일찍 번역돼 나와버린 책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한국 땅에서 '3만엔 비즈니스'를 실행해보려는 발칙한 족속(?)들에게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신간처럼 읽힐 책이므로 상관없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아니더라도, 이 시대에 밥벌어먹는 일로 모질어지는 게 힘겨운 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 북센스
책은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일견 실용서에 속한다.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할 수 있다'는 '3만엔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게끔 돕는 비법과 사례들이 읽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그러한 실용적인 정보 이면에 깔려있는 인생철학에 대해서 더 많이 사유하게 한다.


저자인 철학하는 발명가 후지무라 박사가 수십년에 걸쳐서 쌓은 비즈니스의 비법을 전수받기에는 우리들은 너무나도 준비가 안된 까닭이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후지무라 박사 자신이 실천하고 또 제시하는 삶 자체에 대해서 '왜 그렇게(까지) 살아야하는가'하고 반복해서 반문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온 삶과 그가 제시하는 삶 사이의 괴리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어떻게 더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할 수 있나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우리를 회의로 이끈다. 도무지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제목이다. 적게 일하면 벌이가 줄어들테고, 그럼 결국 가난하지만 더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제목인 셈이다. 물론 후지무라 박사는 3만엔 비즈니스를 한 달에 몇 개를 하느냐에 따라서 벌이 수준을 일반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객관적으로도 턱없이 적은 수입(그는 한달 9만 엔으로 산정하고 있다)으로도 윤택하고 풍요로운 삶을 지속해가는 방식을 체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참고 추위를 견디며 난방비를 아끼면서도 더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인가? 또, 지금껏 계발해온 나의 감각과 취향은 어떻게 향유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3만엔 비즈니스는 그 내용을 살펴보면 지자체 규모의 지역에서 십수명을 고객으로 하여 실행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 중심의 비즈니스다. 책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고안해낼지,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면서 실제로 일본에서 성공한 사례들도 소개하고 있다. 생각보다 단순하고 손쉬워 보여서 과연 이런 방법으로 윤택하고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수도 있다.


3만엔 비즈니스로 살아가기 - 삶의 균형을 되찾아가는 여정

그러나 이 3만엔 비즈니스를 삶에 안착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3만엔 비즈니스로 살아가기'는 단순히 투잡이나 쓰리잡을 갖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일)와 놀이, 비즈니스(영업)와 교제, 혹은 비즈니스(수입)와 지출이라는 경직된 구분을 허물고 삶의 모든 영역을 주체적이고 창조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먹고 살기 위해서' 희생되었던 삶의 균형을 자기 스스로 적절하게 바로잡는 삶의 양식이다. 원치않는 일을 함으로써 따로 확보해야했던 휴식과 놀이의 시간이 비즈니스의 시간에 자연스럽게 섞여들고, 여가시간의 소비가 자급을 위한 생산시간으로 바뀌고, 어느 때에도 친구와 함께할 수 있는 삶, 그리고 그 균형이 타인과의 공존으로 확대되는 삶의 양식이다.   

"'가난의 행복론'을 설파하는 거냐고요?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3만엔 비즈니스'의 밑바탕엔 '에너지와 돈에 의존하지 않는 풍요로움' 즉 '자급자족 생활'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생활을 '가난과 불편함'으로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이들은 '독립적인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자존감을 통해서 얻는 더 큰 풍요로움'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다시 말씀드리자면, 제가 제시하는 방법론은 '상상하시는 것처럼 구질구질한 가난'과는 거리가 멀답니다.

왜냐하면 돈을 벌어들이는데 사용하는 시간을 줄여서 남는 시간에 자급률을 높이니까 자연히 지출이 줄어들어 궁핍하다고 느낄 이유가 없으며, 남는 시간을 몬화 활동에 사용하거나 지성을 갈고 닦는데 사용하여 정신적으로 윤택하고 나아가 물질적으로도 윤택한 생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신적 윤택함은 알겠는데 물질적 윤택함은 무슨 얘기냐고요? 문화적 감각을 갈고 닦으면, 우리 스스로 짓는 집이나 재배해 먹는 음식도 돈을 많이 들이는 것 못지않게 훌륭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자급 활동은 정다운 사람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아주 즐겁답니다. 즐겁게 자급 활동을 하는 것보다 좋은 오락이 없는데 유흥비를 지출할 일도 없겠죠?" - p.60

후지무라 박사가 제시하는(발명한) 삶의 양식은 어쩌면 시대적 발명품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의 '가난하면서도 행복하기' 는 정보혁명의 시대가 가져다 준 기술력과 감각, 그리고 '슈퍼리치'의 승자독식 시대가 역설적으로 그 불씨를 되살려준 우리 속의 '착한 마음'과 '즐거움'에 대한 갈증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어제 6000원에 맡길 드라이크리닝을 집에서 손으로 울세탁 하면서 '일하지 않는 시간'을 '자급하는 시간'으로 썼다. 그리고 조금 불편하지만 곤조있는 이 발명품이 생활에 작은 활력을 주는 것을 몸소 느꼈다. 내가 입어 더러워진 옷을 내 손으로 깨끗하게 하는 일은 어쩐지 '책임'에 관한 나만의 대유법 놀이 같았달까.

3만엔 비즈니스,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 - 철학하는 발명가 후지무라 박사가 제안하는 신개념 비즈니스 액션플랜

후지무라 야스유키 지음, 김유익 옮김,
북센스, 2012


#적게 일하고 더 행복하기 #3만엔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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