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를 만들던 손이 7년째 멈춰 있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을 위한 수요문화제

등록 2014.02.27 14:47수정 2014.02.2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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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손짓이 네모난 박스를 두드리자 둔탁한 소리가 났다. 한땐 능숙한 손놀림으로 기타 선을 매만졌을 손이다. 7년전 '그 사건'이 없었다면 여전히 공장 어딘가를 분주히 오갔을 손이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밴드(이하 콜밴)의 해고 노동자 김경봉, 임재춘, 이인근씨가 손의 주인공이다.


지난 26일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을 위한 수요문화제'에 참여한 콜밴의 김경봉씨는 음악을 좋아해서 밴드를 시작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해고노동자가 되면서 만들기만 했던 기타를 일주일에 한 번씩 배우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에게 콜트·콜텍 문제를 알리기 위해서다. 현재 그는 투쟁과 밴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6일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을 위한 수요문화제'가 열렸다.
지난 26일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을 위한 수요문화제'가 열렸다. 정다은

지난 26일,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을 위한 수요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공연에는 뮤지션 김목인, 강아솔, 빅포니, 홍갑, 콜트·콜텍기타노동자 밴드가 무대를 꾸몄다.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를 위한 수요문화제는 2008년부터 클럽 '빵'에서 계속되고 있다. 올해부턴 색다르게 진행된다. 매달 한 레이블마다 한 공연을 맡아 레이블 소속 가수들이 무대를 꾸민다. 이번 달은 레이블 '일렉트릭뮤즈'가 맡았다.

수요문화제에 참여한 뮤지션 김목인씨는 2집 수록곡 '한결같은 사람'을 첫 곡으로 무대를 시작했다. 그는 노래 '한결같은 사람'을 통해 "많은 이들이 만나고 헤어지는 동안 자리를 지킨 사람이 있다"고 말하며 "변함없는 옷에, 변함없는 말투, 변함없는 쑥스러움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고 그만 남는다 아, 이 한결같은 사람"에 대해 노래했다. 그리고 끝엔 "그러나 왜 그라고 한결같았겠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노동자가 아닌 밴드의 멤버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먼지 쌓인 작업장이 아닌 거센 바람을 맞서며 한결같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이유. 김목인씨는 그들이 한결같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스스로에게, 우리 자신에게 노래를 통해 담담히 물었다.

또 자신의 노래 '대답 없는 사회'의 곡 소개를 하며 콜트·콜텍 사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영호 사장이 7년째 대답을 안 하고 있죠. 말을 섞지 않기 위해 대답을 안 하는 게 아닐까요. 우리가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는 것만 잘해도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해서 만든 곡입니다."

7년간의 투쟁, 그들은 이렇게 싸우고 있었다


콜트·콜텍의 투쟁은 올해로 7년째다. 기타노동자들의 투쟁은 지난 2007년 4월부터 시작되었다. (주)콜트악기, (주)콜텍의 박영호 사장은 '경영상의 위기'를 이유로 인천과 대전의 콜트·콜텍 공장을 일방적으로 폐쇄했다.

그 후 인도네시아와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노동자 해고를 감행했다. 2009년 콜트·콜텍의 노동자 해고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박영호 사장은 단 한 차례의 정식 교섭조차 응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건 폭력과 폭언이었다. '콜트·콜텍 문화행동'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국제 악기 시장의 30%를 생산하는 콜트·콜텍 기타는 더 이상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는다.

2012년엔 콜트와 콜텍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엇갈렸다. 콜트의 노동자 해고는 부당하지만 콜텍의 해고는 부당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난 1월 10일, 콜텍의 해고 노동자 24명이 콜텍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노동자들이 패소했다. 재판부가 회사의 정리해고는 근로기준법상 요건을 모두 갖춘 정당한 해고라고 판단한 것이다.

"노동자가 없으면 음악이 없고, 음악이 없으면 삶도 없습니다."

콜밴의 해고 노동자 이인근씨는 우리 삶에서 음악을 뺀다면 삭막한 삶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음악을 이윤의 도구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죠. 다른 사람들의 즐거움을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한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무거운 벌이 내려졌으면 합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고노동자 김경봉씨는 투쟁을 시작하던 2007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첫째 딸이 대학교 들어갔을 때 처음 시작했는데 벌써 서른이에요. 우리는 이렇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덧붙여 투쟁이 정당하지 않았다면 이미 다른 직장을 찾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 26일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을 위한 수요문화제'가 열렸다.뮤지션 김목인이 멘트를 하고 있다.
지난 26일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들을 위한 수요문화제'가 열렸다.뮤지션 김목인이 멘트를 하고 있다. 정다은

이렇게 기타 노동자들은 '음악'과 '연대'로 맞서고 있다. 많은 뮤지션들 또한 이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콜트·콜텍 기타 불매 운동을 하는 등 지지에 동참하고 있다. 기타 노동자들의 복직뿐만 아니라 노동과 음악의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를 위해서다. 

탁 트인 거리보다 톱밥과 먼지로 뒤덮인 공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이들. 이들은 그곳을 "세상의 모든 혼돈을 가지런히 조율하던 사랑과 연민의 공장"이라고 말한다. 콜트와 콜텍의  기타가 더 이상 '억압의 기타'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기타 노동자들은 오늘도 거리로, 공연장으로 향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고함20 (http://goham20.com)과 중복게재 되었습니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김목인 #콜트콜텍 수요문화제 #콜트콜텍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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