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라도 불좀 꺼 주세요

특별재난구역 화려한 조명의 안산 유흥가

등록 2014.04.26 13:59수정 2014.04.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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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 단원구 고잔 1동 올림픽 기념관에 설치된 세월호 침몰 유족 합동 분향소.

안산시 단원구 고잔 2동 일명 중앙동 유흥가. 직선거리 불과 2km도 되지 않는 곳. 한쪽에선 대한민국 국민들이 줄이어 눈물을 흘리는 반면 다른 한곳에선 밤마다 유흥가의 화려한 조명과 요란한 음악이 그치지 않는 아이러니한 풍경을 보며 정녕 이곳이 재난특별지역으로 지정된 곳인지 돼 묻지 않을 수 없다.

사고로 안산시민들은 거리에서 웃음도 짓지 않고 밝은 색 옷 입기도 조심스런 참담한 분위기에 어떤 이들은 골프가방을 메고 줄이어 필드를 향한다.

물론 이번 사고를 모든 분야에 적용하여 무조건 하지마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모든 공연, 행사의 취소와 자중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인 시기에 꼭 마시고 춤을 춰야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침체된 경기하락에 전 국민들이 이번 사고로 인해 지갑을 닫았다는 여론을 접하면서 여론을 조성하는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개인 사업까지 하라마라 할 수 는 없다. 하지만 단 얼마간이라도 애도의 예를 갖추는 게 도리가 아닐까.

유흥업과 나이트클럽의 휘황찬란한 조명이 당분간이라도 꺼주길 바랬던 필자로서는 개인의 이익도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죄송함을 무릅쓰고 자중을 기대한다.

추가로 덧붙이자면 이번 사고로 인한 결과에 대해 당분간은 누구를 책망하지도 갑론을박 하지도 말자는 점을 주장한다. 특정 기관이나 특정인을 문제 삼거나 도덕적 비난의 대상으로 몰아간다면 삽시간에 해당기관이나 당사자는 변명한마디 못하고 일단 매장 돼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군중심리에 의해 명백해지기도 전에 일단 처단해버리는 마녀사냥보다는 급히 서둘지도 말고 차분히 그러나 정확히 소명하여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자는 것이다.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온갖 에피소드와 상식밖의 이들이 벌어지고 있지만 말을 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만큼 분노와 감동의 사건들이 난무하고 있다.

단 단죄할 부분에 대해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서두르지 말고 제대로 정확히 하자는 것이다.


아직은 옳고 그른 것을 따지기엔 너무나 빠른 시기이며 생사확인도 하지 못한 실종자 가족들을 위해 그저 입 다물고 기다릴 줄 아는 인내와 아픔을 함께 공감하는 배려와 사랑만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 또한 사고 다음날 밤새 쓰던 기사 중 한건이 인터넷으로 유포되어 국민적 공분을 산 바 있다.

수 십 만 명의 집단 공격으로 기자 생활을 접고 모든 열정과 삶의 의욕 마져 상실한 채 열흘이 넘은 현재까지 아무런 기사도 쓰지 못한 채 공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느 때 같았으면 진도 현지와 단원고, 유족들의 아픔을 시민들에게 알리느라 적어도 수 백건의 속보를 보도했을 책임감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망연자실한 채 언론인으로서의 모든 의무를 포기했다.

수천건의 비난 메일을 받고 자살직전까지 갔던 악몽의 순간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격려의 메일들, 차라리 칼로 수백번 베이면 상처라도 보여줄텐데 언론인의 자존감이 산산조각나는 순간들을 겪으며 모든 책임의 종착지는 국민라는 결론을 남긴다.

국민은 정부의 대처를 두고 분노한다. 국민은 언론에 대해 손가락질하며 기자 쓰레기 일명 기레기로 치부하고 현장에 출입조차 통제시키며 울분을 토해낸다.

이런 정부와 이런 언론이 대한민국 현주소라고 지적한다면 헌법 제 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전제를 놓고 볼 때 원죄는 국민에게 있는 것이다.

평소 정치에 대해 줏대없이 지역감정에 휘둘리거나 무관심으로 방관했던 배경이 책임감 부족한 정부를 탄생시키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며 평소 언론에 대해 무관심하고 흘러보며 흘러들으며 비판적 견해도 없이 흥미 위주로 뉴스를 시청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자극적인 기사만 골라서 보며 겉으론 도덕을 찾아도 속으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내용을 찾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제공자는 보는자 위주의 메뉴를 생산할 수 밖에 없다.

진실보다는 현실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의 첫 단추에 국민이 있었는지 돌아볼 일이다. 만약 이 같이 불편한 진실에 공감한다면 이번 사건의 원죄인은 우매한 정권을 탄생시키고 앵무새 언론, 권력의 시녀, 흥미위주의 뉴스제작을 요구한 국민에게 있는 것이다.

국민을 죄인으로 몰자는 것이 아니라 정신 똑바로 차리고 유능한 정권, 책임감 있는 정부, 자극적이기보다는 진실위주로 쓸 수 있는 언론이 탄생될 수 있도록 평소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민은 권리만 내세울게 아니라 책임과 의무도 질 줄 알아야 한다. 선거 때 지역감정 배제하고 투표율 높여서 나만 잘사는 가정 보다는 모두가 잘사는 지역사회를 추구할 줄 아는 깨어있는 시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내 통장 계좌의 돈만 재산이 아니라 시 예산의 지출내역에도 관심을 갖는 시민이 되어야 부패한 정권이 함부로 껄떡대지 못하는 것이다. 놓았던 펜을 다시 잡으며 휘청대는 중앙동의 유흥가에 화려한 조명을 잠시만이라도 꺼주길 바라는 마음에 겨우 참았던 눈물을 마음껏 쏟아본다.

과연 누굴 탓할 것인가 우리 손으로 뽑은 정부가, 정부가 선정한 해양관련 감독기관들이, 선박회사에서 고용한 선장이, 그리고 무책임한 선장으로 인해 수장된 단원고 학생들에게 모두가 용서받을 수 있을런지.

방법은 한 길 밖에 없다. 정치권에 대한 현명한 선택과 언론에 대한 관심을 넓히는 노력.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포기하지 않도록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으면 된다.
덧붙이는 글 상기 기사는 안산지역 일간신문인 일간 안산 2014년 4월 25일자(제206호)와 포털싸이트 daum(뉴스-안산), 경기도 지방일간신문 경인매일에도 함께 보도돼 언론의 기능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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