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이 대형참사 부른다

[주장]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법 규정 강화가 절실하다

등록 2014.05.02 10:00수정 2014.05.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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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이탈리아의 크루즈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가 침몰했을 때 승객들을 버리고 도주한 선장에게 2697년이 구형되어 화제가 되었다. 대량 학살죄 15년, 배를 좌초시킨 죄 10년, 승객을 버린 직무유기죄로 승객 1명당 8년씩 모두 2697년형을 구형했다. 이탈리아는 우리나라와 달리 과실치사, 선박유기죄 등 각 형량을 합산하기 때문에 가능한 구형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형재난의 경우 처벌수위는 어땠을까. 5백 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삼풍백화점 사고에서 이준 삼풍건설 회장이 받은 형량은 불과 징역 7년 6개월이었다. 그나마 우리나라 역대 대형재난 중 가장 높은 처벌수위였다. 희생자 101명이 발생한 대구지하철 가스폭발 사고 때는 공사 현장소장이 징역 5년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23명이 숨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사고의 경우 대표가 고작 징역 1년형을 받았다.

대형재난이 낳은 비극에 비해 처벌수위가 턱없이 낮은 이유는 우선 법에 규정된 형량이 너무나도 낮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대형재난에는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되는데, 법정최고형이 징역 5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른 혐의를 추가해도 중형을 선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음으로 법관들의 소극적인 태도도 문제가 있다. 법관들이 형식논리에 얽매여 업무상 과실이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물을 수 있는데도 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들이 고쳐지지 않는 한 대형재난에 대해 일벌백계를 외칠지언정 결과는 항상 솜방망이 처벌일 것이다. 따라서 일벌백계를 외치면서도 결국은 솜방망이 처벌인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형량의 강화는 솜방망이 처벌로 인한 안전불감증을 해소하여 또 다른 재난사고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입법을 보완해야 한다. 또한 판사는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서 소극적인 태도를 벗어나 가능한 모든 경우의 조항을 적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형법의 기본원리인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범죄와 형벌은 미리 법률로 규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민의 공분을 산 범죄라도 감정대로 처벌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법이 국민감정과 거리가 상당하다면 그 법은 존재이유가 없다. 더 이상 비극적인 대형참사는 재발하지 말아야 한다. 책임이 있는 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정의가 바로 설 것이며 제이, 제삼의 세월호 참사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 #법 규정 강화 #형량 강화 #세월호 #대형재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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