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진.
황호숙
여름 손님은 배고픈 호랭이보다도 더 무섭다는디 어떻게 다 먹고 잠을 잤는지 궁금하시제요. 아이구메, 저도 요로코롬(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묵고 잘 수 있는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겁나게 많아 버린 게 어리둥절 해버리네요.
금요일(18일)까지 해설사 일에, 학원 수업에 겁나게 바빠 가지고 제대로 마음 잡고 음식 준비는 못했거든요. 목요일 날 전북여성농민 대회 마치고 장을 보러 가서는 일단 뼈 없는 닭발 5kg와 닭똥집 2kg를 사왔어요. 그리고 오리 구이용으로 네 마리를 샀는데 한 마리당 2kg정도로 양이 되더만요. 토실토실한 토종닭으로 5마리 사오고 삼겹살은 그냥 한 15근 정도만 사 다 놨어요. 조그만 꼬마 손님들 준다고 소시지도 한 2만 원어치 사 놨지요.
장 보고 집에 오니 한밤중인디 시간이 없다봉께 기냥 뒤뜰에 있는 젠피나무 툭툭 끓어다가 밑에 깔고 닭발을 일단 삶아 냈지라. 냄새부터 없애기 위해서 그랬단 것은 아시제라.
찬물로 헹구면서 젠피나무 잎들이 붙지 않게 하나하나 떼어낸 다음 물기가 빠지면 고춧가루와 고추장과 매운 양념을 넣어 빨갛게 버무려 놉니다. 그다음 양파랑 당근이랑 매운 고추랑 소주랑 마늘이랑 넣고 어울렁 더울렁 비벼서는 숙성 작업에 들어가지요.
다음날 아침 새벽부터는 냉동실 안의 취나물, 머위대, 고춧잎 나물, 시래기 등을 내어서 자연스레 녹일 준비하고요. 고사리는 안골 밤나무 산에서 채취해서 곱게 말려 놓은 것을 한 근을 몽땅 삶아 버리는디 지키고 서서 지대로(제대로) 삶아지는지 봐야 헌당께요.
미식가인 남편이 푸욱 삶아지는 것은 손도 안 대버링게 조심혀야 하지요. 그리고는 후다닥 도서관 운영위원회 회의 갈 준비허고 점심 식사허고 나서 학원에 갈 시간 동안 남은 시간에 <오마이뉴스>에 보낼 글을 써 봤제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혔는데 이번에 메인에 뜬 기사여라. 후후. (관련기사:
"배추 두 트럭 팔았는데 순댓국 값도 안 나옵니다")
그리고는 5시부터 학원에 기사 수업하고 오후 10시까지 아이들 가르치고 집에 오자마자 드르렁 코를 골고 자 버렸지요.
운명의 토요일, 새벽 5시부터 우려낸 고사리를 지지고 온갖 나물들 된장과 간장에 들기름으로 팍팍 무치고. 일찍 온 이들을 위해 밥도 한 솥단지 앉혀 놓고 시래기국을 끓였지요. 뒤뜰 장독대에 가서 된장과 고추장 퍼다 놓고는 급하게 들어온 해설이 있어서 딸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고추장 익는 마을'에 가서 체험 해설했구먼요. 맴은 콩밭에 나가 있어도 체험오신 분들도 중요 헝께요.
워쪄신가요. 제 행적 따라오기만 해도 허천나게(많이) 바쁘제라. 그런데도 이미 안골 골짝에는 9시 반부터 식구들이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시끌벅적 잔치 집이었나 보더라고요. 초록빛 감나무 아래마다 알록달록 텐트가 쳐지고 시제산 올라가는 다리 위에도 텐트가 쳐지고 안골 들어오는 입구에도, 게다가 기계창고에도 치니 총 12대의 텐트들이 있더라고요.
재빨리 집에 와서 봉께, 이미 닭발은 절반 넘게 먹었는지 저를 보자마자 너무 맛있다고 달려와서 앵기는(안기는) 조카들 땜시 발자국을 옮길 수가 없었당께요. 수도마다 호스가 연결되어서 물을 뿜어대고 있고, 쬐깐(조그만) 아이들은 전국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수영장에서 놀고 있는데... 이 물이 지하 150m에서 퍼 올린 지하수여서 차가워서 입술 시퍼래져졌는데도 마냥 즐거워서 어쩔 줄 몰라 하고요.
모든 음식은 순식간에 사라지고...저보다 덩치도 큰 조카 사우들과 조카들은 비가 오고 난 개울가에서 아예 물속에 엉덩이를 걸치고 마음 편히 앉아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건배하고 있는데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15근 정도된 삼겹살은 저도 맛을 못 볼 정도로 순식간에 없어졌어요. 안골 골짝 끝 모퉁이에 있는 사방댐 근처에서는 완전히 자연 폭포까지 만들어져서 신선이 따로 없었나 보더라고요. 신선탕과 선녀탕에서 물 만난 고기들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