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하늘나라 우체통
김성룡
방학이 끝나기 전 진도를 방문하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는 여자 선생님 네 분, 한의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대학생 세 명, 외국 유학을 떠나기 전 진도를 방문하기로 했다는 여학생, 가정주부부터 중년의 부부들까지... 모습도 사는 곳도 모두 달랐지만 버스에 탄 사람들의 마음은 똑같았다. 미안함과 죄책감,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 더불어 그들은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자괴감을 트라우마처럼 안고 있었다.
6시간을 달린 버스가 목포를 지나 진도대교에 들어서자 거대한 이순신 장군의 동상과 명량해전의 바다가 보였다. 10여 분을 더 달리자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체육관이 나타났다. 형광색 재킷의 자원봉사자들은 이곳이 곧 슬픔의 현장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해준 저녁으로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실종자 가족들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마침 광주에서도 자원봉사를 위해 내려온 사람들이 10여 명 정도 있었다. 인솔자는 사진촬영은 삼가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자 제일 먼저 바닥에 깔린 수많은 이불들이 눈에 들어왔다. 10명의 실종자 가족들만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가족들의 부탁으로 치우지 않고 있다고 했다. 체육관을 덮고 있는 이불마저 걷어진다면 그 기다림이 무척이나 쓸쓸할 것 같았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충격, 언론과 정치인으로부터 수많은 상처를 받은 실종자 가족들은 기다림의 버스 방문자들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만남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내가 방문한 날은 처음으로 실종자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만났는데, 3명의 한의대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실종자 가족들의 어깨와 팔, 다리 등을 주물러줬다. 몇몇 주부들은 손을 잡고 함께 눈물 흘리고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