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자투리천.
송두리
움직이는 모빌 인형과 손목 받침대 인형도 버려진 천으로 만들었다. 올해가 '청마의 해'라는 것을 감안해 이 공방에서는 말 모양 인형을 주로 만든다고 한다. 취재진도 하늘색 천을 골라 말 인형 만들기에 도전했다.
"말 모양으로 밑그림을 그리고 자른 천 두 장을 겹치고요. 가장자리를 박음질로 단단히 고정한 다음 솜을 채워 넣으면 돼요. 간단해서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어요."설명에 따라 솜을 넣어 폭신해진 인형의 얼굴에 단추를 붙여 눈을 만들고 리본으로 목을 장식했다. 귀여운 말 두 마리가 금방 완성됐다. 인형을 만든 조은주(32·여)씨는 "하나는 실을 달아 모빌로 만들어서 친구 딸에게 선물할 생각"이라며 "컴퓨터를 많이 사용해서 손목이 자주 아픈데 다른 하나는 손목 받침대로 이용하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질 튼튼한 폐현수막은 가방 소재로 탁월폐현수막은 가방을 만들기에 적합한데, 친환경가방이란 의미의 '에코백'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2012년 4월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전국에서 사용한 현수막은 약 1만 4천여 장이고 지지대를 포함한 무게가 21톤(t)이나 됐다. 보통은 이런 폐기 현수막을 불에 태워 없앤다. 그 과정에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와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발생한다.
그러나 요즘은 업사이클링과 함께 폐현수막이 가치 있게 다시 쓰이고 있다. 서울 용산구청 도시디자인과의 김도원 주무관은 "지자체별로 폐현수막을 수거해 보관해 뒀다가 재활용 공방 같이 필요한 곳에 무료로 나눠주면서 재활용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천과 안양, 서울시 광진구에 있는 전국녹색가게운동협의회 소속 '되돌림사업공방'은 지자체에서 모아둔 폐현수막으로 가방 모양을 재단한다. 남이섬 녹색공방은 부천 되살림 공방에서 현수막 가방을 한 번에 약 300개씩 가져온다고 한다. 그러면 소비자들이 녹색공방에서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가방 위에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 넣는다. 폐현수막은 뒤집어서 사용하는데, 글자색이 밖으로 비치기 때문에 글자가 그대로 가방 디자인이 되는 셈이다. 취재진은 초록색 글씨가 비치는 폐현수막 가방을 선택했다.
"폐현수막에 그림을 그릴 때는 섬유 전용 크레용이나 물감, 사인펜을 이용합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섬유 물감과 사인펜은 사용 후 바로 마르는데, 섬유 크레용은 다림질을 해서 번지지 않도록 가방에 안착시켜야 해요."취재진은 파레트에 짜인 여러 색깔의 섬유 물감 중 초록색 물감을 붓에 찍어 큰 나뭇잎을 가방 앞부분에 그려 넣었다. 스케치북에 그리듯 번지지도 않고 매끄럽게 잘 그려졌다. 물감이 다 마른 뒤 물을 살짝 묻혀봤는데 번짐도 없다. 김 간사는 "재질이 튼튼해 찢어질 염려도 없다"고 설명했다.
달콤한 향 나는 밀랍초 건강에도 좋아마지막으로 밀랍초를 만들었다. 밀랍은 꿀벌들이 벌집을 만들 때 생산하는 물질이다. 꿀을 채취한 벌집을 녹인 뒤 불순물을 걸러 얻는다. 김 간사는 "일반 양초는 석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찌꺼기인 파라핀을 모아서 만들지만 밀랍초는 천연제품이라 일반 양초보다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밀랍은 시중에서 황토 빛을 띠는 고체형태로 판매하는데, 초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고체 밀랍을 그릇에 담고 불로 데워 액체로 만든다. 양초 틀이 될 투명한 잔을 준비해 물감이나 사인펜으로 꾸미고 여기에 액체 밀랍을 붓는다. 이어 가운데 표면에 심지를 꽂은 후 굳히면 밀랍초가 완성된다. 여자친구에게 주려고 밀랍초를 만들었다는 김상헌(29)씨는 "달콤한 향이 나서 기분이 좋고, 양초틀을 정성스레 꾸몄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더 좋아할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