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프레임세포이식수술 후 보조도구를 이용해 걷고 있는 환자
BBC One
나는 8살의 척수손상 환자를 아들로 뒀다. 그렇기에 BBC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환자인 다렉 피디카(40)씨의 이야기를 꼼꼼히 봤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몇 가지 주목해야 할 팩트가 나온다. 우선 재생기능을 가진 자가 세포(Olfactory Ensheathing Cells)를 적출하여 척추에 이식한 첫 번째 케이스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이 케이스가 상당히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그간 비슷한 케이스가 몇 차례 주목을 받긴 했지만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라 일반화하기 어려웠다. 이 케이스 역시 바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이번의 경우는 '세포 재생'을 통해 끊어진 척수신경을 연결했다. 상당히 의미 있는 움직임과 근육의 동반 재생을 이끌어냈다.
이 연구를 맡은 의사는 "달 표면을 걷는 사람을 보는 것만큼 감동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분명 놀라운 과학적 발견이다. 이 연구의 향후가 기대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척수손상환자의 엄마로서 무엇보다 내가 더 관심 있게 바라본 부분이 있다. 하나는 두 과학자의 결합이 있었다는 점이다.
영국의 한 과학자는 세포의 재생을 통한 척수신경의 회복을 연구하던 중이었다. 쥐 실험에 성공한 후 적당한 임상실험의 대상자를 찾고 있었다. 지난 2005년 이 과학자의 연구에 매료되어 있던 폴란드의 한 학생이 컨퍼런스에서 그를 만나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대화는 1분도 안 되어 끝이 나 버렸다.
그리고 5년 뒤, 세포 재생에 매료되어 있던 폴란드 학생은 의사가 되어 병원에서 일하게 됐다. 피곤했던 하루, 그날의 마지막 환자와 만나면서 다시 놀라운 실험을 떠올리게 됐다.
"그래 바로 이 사람이야."그는 등을 여러 차례 칼에 찔려 가슴 아래가 마비된 환자였다. 사고를 입은 지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무척 밝고 긍정적인 세계관을 가진 이였다. 무엇보다 재활의 의지가 무척 강했다. 폴란드 의사는 이 환자를 보면서 5년 전 연구의 가장 이상적인 임상실험 대상자라고 결론 짓는다. 이 환자가 바로 다렉 피디카씨였다. 그 때부터 세계를 놀라게 할 세기의 실험에 영국인 과학자와 폴란드 의사의 협업이 시작됐다.
한편, 11년 전 18살의 나이에 치명적인 척수사고를 당한 아들을 둔 요리사 아버지가 있었다. 영국의 한 호텔에서 일을 하는 이 아버지는 병마를 극복하고 재활을 위해 힘쓰는 아들을 보며 자선단체 설립을 결심한다. 척수손상환자를 위한 연구기금조성을 목적으로 한 자선단체 말이다.
요리사인 아버지는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 숟가락을 사용하지 못하는 아들의 입에 직접 넣어줬다. 호텔 음식 서비스 관련 최고책임자인 그는, 일을 하는 틈틈이 아들을 돌보면서 자선재단 설립 준비에 직접 나선다. 그리고 그렇게 조성된 기금이 이번 연구에 사용된다.
아들에게 언젠가 반드시 걷게 해주겠다고 했던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는 실험의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이 아버지는 "아들의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의지를 버리지 않고 꾸준히 두드린다면 어떤 문은 나를 위해 열릴 것"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아들이 다시 걷는 꿈... 헛된 망상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