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기 양식당 '그릴', 여기에 있었네

샹들리에부터 벽돌 하나까지... 구 서울역 모습 간직한 '문화역서울284'

등록 2014.11.21 11:24수정 2014.11.2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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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역서울284 외관
문화역서울284 외관유지현

'서울역'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십니까? 아마 대부분은 대형 쇼핑몰이 자리잡은 KTX 신(新)역사를 떠올릴 것입니다. 신역사는 열차를 기다리는 공간도 매우 크고, 그 안에 많은 카페와 식당, 편의시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향으로 가는, MT를 떠나는, 출장을 가는 수많은 사람으로 매일 북적입니다.

하지만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약 90년 전에도 서울역은 지금과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신역사 바로 옆에 있는 2층짜리 건물이 바로 구(舊) 서울역입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 작은 건물은 버려진 것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구 서울역은 문화공간으로 새단장해 신역사만큼이나 활발히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역.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서울역의 모습이다.
현재 서울역.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서울역의 모습이다. 유지현

문화역서울284의 역사

1925년 서울역사가 지어졌습니다. 붉은 벽돌을 사용한 외벽과 돔 모양의 지붕은 당시에는 파격적인 건축 양식이었습니다. 이 건축 디자인은 스위스 루체른 역사의 디자인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구서울역은 2004년 새로운 민자 역사가 신축되기 전까지 서울로 오는 수많은 사람과 화물이 거치는 곳이었습니다.

2004년 KTX 고속철도 역사화와 함께 KTX 신역사가 세워지면서 구 서울역사는 오랫동안 비워진 채 남겨졌습니다. 하지만 구 서울역사가 한국 근현대사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었고, 그 위상을 높이기 위한 복원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수송로로써의 역할은 상실했지만 3년간 복원 공사를 거쳐 2012년부터 이곳은 새로운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건물의 이름도 바뀌었습니다.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문화역(목적성) + 서울(지역성) + 284(옛 서울역의 사적번호) = 문화역서울284

 1층 복도
1층 복도유지현

문화역서울284 둘러보기


문화역서울284에서는 전시, 공연, 컨퍼런스, 연구, 낭독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문화역서울284는 옛 서울역의 모습을 대부분 그대로 살리고 있습니다. 몇몇 공간은 현대의 쓰임에 맞게 이름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서울의 최초 양식당이었던 '그릴'이 있던 자리. 넓은 전시실로 탈바꿈했다.
서울의 최초 양식당이었던 '그릴'이 있던 자리. 넓은 전시실로 탈바꿈했다.유지현

 중앙홀 천장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
중앙홀 천장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유지현

예전의 1, 2등 대합실, 귀빈실, 역장실 등은 전시실로 바뀌었고, 우리나라 최초의 양식당이었던 '서울역 그릴'이 있던 공간은 커다란 다목적홀로 탈바꿈했습니다. 현재 9개의 크고 작은 전시실과 2개의 다목적 홀, 세미나룸, 복원 전시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앙홀 천장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도 복원했습니다. 원래는 국기와 봉황으로 장식돼 있었지만 전쟁으로 파괴됐다고 합니다. 지금은 강강수월래를 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중앙홀 천장에서 빛을 내고 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옛 모습을 그대로 복원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옛 모습을 그대로 복원했다.유지현

 복원전시실에 있는 옛 목재창틀과 문틀
복원전시실에 있는 옛 목재창틀과 문틀유지현

구 서울역 건물 옆에는 문화역서울284 'RTO'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구 서울역 건물에서는 주로 전시를 한다면 RTO에서는 설치 전시, 공연 등이 열립니다. 12월 말까지는 국내 주목할 만한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오픈스페이스-Winter>가 RTO에서 진행됩니다. 문화역서울284의 모든 전시와 공연은 '무료'입니다.

오래된 기억을 담은 복원 전시실

2층 복원 전시실은 구 서울역사가 어떻게 지어졌고, 또 복원 과정은 어땠는지를 담아냅니다. 이곳에서는 공사를 하면서 나온 부자재와 역사적 사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시에 쓰였던 붉은 벽돌과 타일, 화려했던 옛 서울역의 모습을 보여주는 목재 부조 장식과 문 손잡이, 샹들리에까지 복원 전시실에 보존돼 있습니다. '벽돌이 뭐가 신기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복원전시실에 있는 옛 샹들리에.
복원전시실에 있는 옛 샹들리에. 유지현

하지만 현대에 사용되는 벽돌과 이 복원전시실에 있는 벽돌이 규격이 다르다는 설명을 읽으면 조금은 특별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전시실의 한 쪽 벽에는 구 서울 역사의 원래 벽을 그대로 둔 채 강철판을 간격을 두고 설치해 과거의 벽과 현대의 벽이 함께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서울역의 오래된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문화역서울284 정문 앞, 한국철도 100년 기념 바닥 장식
문화역서울284 정문 앞, 한국철도 100년 기념 바닥 장식유지현

문화역서울284의 현대적 의미

문화역서울284가 탄생한 것에는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철도는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상징합니다. 과거 국민들의 왕래와 소통을 돕던 철도역이 이제는 문화로 시민들을 소통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이 복합 문화 공간은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해왔습니다.

과거에는 '철도'라는 다소 차갑고 딱딱한 매개체로 시민들이 교류하게 했다면, 앞으로는 '소프트'하고 파급력이 큰 문화콘텐츠를 시민들이 공유하게 함으로써 서울이 창조적 미래 도시로 발전하는 데에 기여할 것입니다. 그래서 문화역서울284는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은 공간입니다.

 문화역서울284의 야경
문화역서울284의 야경유지현

덧붙이는 글 20대 청춘! 기자상 응모글
#문화역서울284 #전시 #공연 #서울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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