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유치원에서 한 어린이가 보호자와 함께 입학 추첨을 하고 있다.
김동환
가·나·다군에 어떤 유치원이 속해 있는지 알아보았다. 그러나 내가 알아본, 동네의 알 만한 유치원은 모두 기타군이었다. 유치원 원아 모집 자율권에 따라 교육부 지침에 동의하지 않는 유치원들이었고, 이 원들은 모집, 추첨일 등은 정부안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이제 만 네 살이 되는 아이를 어딘가에 보내기 위해, 예산이 지원이 되는지 아닌지, 모집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추첨 날짜는 언제인지 일일이 돌아다니며 일정을 확인해야 했다. 공립 유치원 날짜도 알아보기 위해 교육청 담당자와 세 번은 통화했고, 접수일 직전엔 전화도 불통이 됐다.
공립유치원은 가·나군이고, 사립유치원은 가·나·다군으로 공립과 사립을 합해서 총 4번까지 지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사실상 각 지역마다 갈 만한 유치원은 모두 어느 한 특정군에 몰려 있거나 '기타'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왜 이런 발표를 했는지조차 의아할 정도였다.
또 공립유치원의 방과후과정을 신청하려면 하루 8시간 이상 근무를 하고 있는 직장인이라는 걸 증명할 서류를 내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은 안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건 어린이집 우선순위도 마찬가지다. 나 같은 사람은 뒤로 밀린다. 예전엔 5시에 하원하던 아이가 오후 2시면 돌아오는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사이트에 대기 걸고 원서 내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 보내기 위해서는 일단 사립유치원에 지원해서 추첨을 기다리다가 공립 유치원 추첨이 끝나는 날 결과에 따라 사립유치원을 바로 등록하는 것이 방법이다.
이런 작전을 써야 한다는 것부터가, 네 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이러 저리 유치원을 알아보러 다니는 것 자체가, 슬픈 교육의 대물림 같은 과정이었다. 가장 슬픈 것은 '이게 시작인 건'가 하는 운명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호주에 있는 친구는, 호주의 영아 보육료는 무척 비싸지만 유아부터는 무상 지원이 시작된다고 했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선배는 4살짜리 아이를 아예 공립학교에 입학 시켰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보육포털 사이트에 접속해서 대기를 걸어놔야 하고(태어나기 전부터 신청하는 사람도 있다), 네 살이 되면 이곳저곳에 원서를 내러 다녀야 한다. 엄마들은 이때부터 눈치작전을 익히고 배운다.
교육열 때문이 아니다. 아이를 어디든 보내려면, 직접 발품을 팔아 정보를 얻고, 빨리 빨리 줄을 서야 한다. 또 어린이집, 공립 유치원도 떨어지고 사립 유치원에라도 넣으려면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이게 2014년을 살고 있는 '엄마'들의 현실이다.
다시 법륜스님에게 물어야 할까보다. 세 살까지 키우고 키웠더니, 네 살부터는 더합니다. 네 살부터 일곱 살은 누가 보육해야 할까요? 보건복지부? 교육부? 또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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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살까지 엄마가 키우라던 법륜스님, 이제 답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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